현대백화점, 와인 시장에 출사표…성공 여부는 '미지수'
비노에이치 통해 유럽 프리미엄 와인 100여종 계약
롯데·신세계 후발주자로…엔데믹에 와인 특수 실종 우려도
공개 2022-06-2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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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주리 기자]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와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설립한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만 프리미엄급 와인 100여 종을 한꺼번에 계약하면서다. 신세계(004170), 롯데,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빅3’ 간 치열한 와인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과 함께 엔데믹에 따른 '홈술' 특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통해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와이너리 10여곳에서 프리미엄급 와인 100여종을 최근 계약했다. 계약한 와인은 대부분 프리미엄급·유기농 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와, 작은 사치로 만족을 느낀다는 MZ세대의 ‘스몰 럭셔리’ 현상에 따라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노에이치는 스페인어로 와인을 뜻하는 ‘비노(Vino)’와 현대를 뜻하는 에이치(H)의 합성어로, 지난 3월 현대그린푸드가 지분 47%를 보유하는 등 계열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초대 대표이사는 현대그린푸드 외식사업부 소믈리에 출신 송기범 씨가 맡았다. 송 대표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직에 있는 만큼 전문성이 인정된 인재다.
 
현대백화점은 비노에이치에서만 오는 2024년까지 연 매출 3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레스토랑·와인바 등 유명 매장과 와인숍, 도매 유통업체 등 20여 곳의 판로를 확보해 이달부터 와인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와인복합매장 ‘와인웍스’ 매장 수 또한 3곳에서 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현대백화점이 후발주자로 와인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급성장하는 국내 와인 시장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지난 2020년 3억3002만 달러(약 4102억원)에서 지난해 5억5981만 달러(한화 약 6958억원)로 약 40% 이상 성장했다.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자도 많다. 우선 현재 국내 와인 시장에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신세계(004170)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2008년부터 주류유통전문기업 신세계L&B를 세우고 사업에 진출했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을 발판으로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 4900원 초저가 와인을 내세우기도 했다. 신세계L&B의 매출은 2019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롯데그룹은 국내 최장수 와인브랜드 ‘마주앙’을 내년 상반기까지 리뉴얼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와인 전문가들로 이뤄진 ‘프로젝트W’ 팀을 구성했고 현재 프랑스 등 해외 와이너리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롯데그룹은 여러 와인을 체험·구매할 수 있는 와인 복합공간 ‘오비노미오’, ‘보틀벙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보틀벙커는 제타플렉스(롯데마트 잠실점)에서만 4개월 동안 매출 60억원을 올렸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30의 와인숍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8%, 213% 증가하며 가장 성장세가 높은 연령대로 나타났다.
 
특별한 날 격식을 차린 곳에서 먹는 술로 인식됐던 와인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상 주류로 자리를 잡고 있는 데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홈술·혼술 트렌드가 확산함에 따른 것이다. 단순히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보다 술 자체를 가볍게 즐기고 음미하는 이들이 늘면서 고급 주류인 위스키와 와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따른다. 
 
다만 와인 열풍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지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변수는 엔데믹이다. 거리 두기 해제로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면서 와인 열풍을 주도하던 2030세대가 맥주 혹은 소주 등 기존 주류로 다시 돌아설 가능성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에게는 악재가 되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라며 “다양한 중저가 와인이 국내에 수입되면서 가격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고, 팬데믹으로 인해 혼술-홈술이 트렌드가 되면서 저가 와인을 시작으로 와인에 입문하는 비기너(Beginner)들이 늘다 보니 시장의 성숙도가 더욱 올라간 부분이 작용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향후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본다”라며 “이미 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국내에 들어왔고 수요 자체도 다양하다 보니 분명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비노에이치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와이너리 중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만한 와인을 생산하는 곳 위주로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유기농·프리미엄 등 차별화된 와인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라며 “국내 대형 와인 수입사들이 대형 와이너리를 대상으로 대량 수입이 가능한 중저가 와인 위주로 들여오는 것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노에이치는 연내 판매채널을 국내 5성급 호텔을 비롯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등 100여 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라며 “레스토랑·와인바 등 유명 식음매장과 와인숍, 도매 유통업체 등 20여 곳의 판로를 확보한 상황으로, 이번달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와인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엔데믹에 따라 와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와인사업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사업 중 하나로 타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개념으로 봐주시는 게 맞을 것 같다"라며 "기존 와인 사업 유통 인프라와 함께 비노에이치를 앞세워 차별화된 와인 콘텐츠를 타개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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