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매각설 끊이지 않는데…잠재 인수후보는 '오리무중'
16일 임시 주총서 새 대표이사로 저우궈단 감사위원 선임
국내 보험시장 포화·조 단위 인수 비용 예상…유력 후보 없어
공개 2022-02-10 08:55:00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8일 10:5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사진/동양생명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동양생명(082640)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교체한다고 밝히면서 매각설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문제는 동양생명의 매각이 추진된다고 해도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 보험시장이 이미 포화한 상태인데다 동양생명의 몸집이 큰 만큼 인수에 막대한 비용이 예상돼 매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오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각각 저우궈단 감사위원과 순젠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보험대학 교수를 선임할 예정이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27일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저우궈단 감사위원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한 뤄젠룽 현 대표이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 동양생명의 설명이다.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는 저우궈단 대표이사 내정자가 금융·보험업 전문가로 평가했다. 다양한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건전 경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 대표이사로 선임될 저우궈단 감사위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타이캉보험그룹 부회장과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작년 3월부터는 동양생명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교체한다는 소식에 동양생명의 매각 추진설이 재점화됐다.
 
작년 9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지분구조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전 안방보험)이 42.01%로 최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다자보험의 자회사 안방그룹 홀딩스 33.33%, 기타(개인, 법인) 20.76%, 동양생명 3.41%, 우리사주조합 0.49% 순이다.
 
다자보험그룹은 지난 2019년 중국 감독당국이 안방보험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안방보험그룹의 주요 우량 자산을 분할해 다자보험그룹 자회사로 포함시켰다.
 
작년 6월 중국보험보장기금과 중국석유화학공사는 베이징 금융자산거래소를 통해 다자보험그룹 지분 98.78%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민영화를 추진했다. 최대 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이 민영화되면 지배구조가 변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시 동양생명 매각설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다자보험그룹 지분 공객 매각은 실패에 그쳤다.
 
여전히 중국 감독당국이 다자보험그룹의 민영화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올해도 동양생명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로 동양생명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수 매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한 상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계속 성장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험사 매물에 대한 인수 매력도는 크지 않은 편”이라며 “동양생명 덩치 자체도 커 인수금액은 조 단위로 예상되는데, 큰 금액을 들여 인수에 나서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동양생명은 자산 규모는 36조4547억원으로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 7번째로 큰 자산 규모를 자랑한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1.5% 증가한 249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생보업계에서 존재감이 있는 만큼, 보험업계에서는 인수 금액을 조 단위 수준으로 전망했다.
 
금액에 대한 부담은 AXA손해보험처럼 인수 대상자와 협상에서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 2020년 AXA손해보험 모회사 AXA그룹이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해 예비 입찰을 진행했다. 작년 1월 교보생명과 매각 논의를 진행했으나, 인수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결국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또, 이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수 트렌드를 보면 인수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고자 하는 국내 금융사의 움직임이 있고, 두 번째로는 오랜 기간 국내에 진출해 철수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는 외국계 자본의 모습이 있다”라며 “마지막으로 타 금융사와 경쟁을 위해 인수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지주사 중 현재 보험사를 인수할 만한 유력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KB금융(105560)신한지주(055550)는 각각 외국계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마무리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이미 하나생명과 하나손보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로 보험사를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민영화를 마무리한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유력한 인수 후보자 중 하나지만,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보험사가 아닌 증권사로 밝힌 바 있어 인수 가능성도 상당히 낮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은 매각과는 관련 없다”라며 “동양생명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난 2018년부터 반년마다 매각 관련 사안을 공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