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스마트폰 1등 수성 위한 실험…‘어린이용 러기드폰’
최근 어린이 고객 대상 러기드폰 엑스커버5 출시
폴더블폰 인기에도 점유율 줄어···새로운 수익 시장 모색
공개 2022-01-24 08:55:0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0일 16: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출시한 LTE 러기드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러기드폰을 출시한 것이 상당히 오랜만인데다, 어린이 고객을 겨냥해 출시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러기드폰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갤럭시 XCover5 블랙. 사진/삼성전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LTE 스마트폰 ‘갤럭시 엑스커버5(Galaxy XCover5)’를 출시했다. 134.8mm(5.3형) HD+ 디스플레이 탑재로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고, 가격도 27만 5000으로 저렴한 편이다.
 
엑스커버5의 가장 큰 특징은 ‘러기드폰’이라는 점이다. 러기드(Rugged)폰이란 스마트폰으로서의 성능보다는 튼튼함에 중점을 둔 휴대폰을 말하는 것으로, 내구성이 뛰어나며 방수·방진 등 외부 활동이 많은 사용자에 적합한 제품이다. 해외에서는 운동선수나 건설업자, 군인 등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돼있다.
 
엑스커버5도 IP68 방수방진 등급을 지원하고, 흠집이나 충격에 강한 고릴라 글라스6를 적용해 강력한 내구성을 갖췄다. 이에 더해 탈부착이 가능한 3,000mAh(밀리암페어시) 배터리를 탑재해 거의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 이에 더해 ‘듀얼 LED 플래시(Dual LED Flash)’ 기능은 일반 스마트폰의 LED 플래시보다 좁고 멀리 빛을 투사할 수 있어 손전등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러기드폰을 국내에 출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갤럭시 S4 액티브를 국내에 출시한 적이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판매를 중단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러기드폰은 단순히 격렬한 활동이 많은 마니아층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러기드폰의 목표 고객층을 ‘어린이’로 잡았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XCover 5’를 구매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 플랫폼 '튜터링' 수강권 할인 쿠폰 △1:1 초등화상영어 서비스 '튜터링 초등' 수강권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무선이어폰 등 휴대폰 관련 액세서리를 주 혜택으로 하는 기존의 신제품 출시 행사와는 사뭇 다르다.
 
KT의 신비 키즈폰2. 사진/KT
 
KT(030200)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도 각각 엑스커버5를 활용한 어린이용 핸드폰(키즈폰)을 출시하고 홍보에 나섰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러기드폰을 키즈폰에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U+키즈폰 with 리틀카카오프렌즈폰5’ △KT는 ‘신비 키즈폰2’ △SK텔레콤은 ‘ZEM폰2’ 등을 출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엑스커버5의 경우 1m 이상 물속에서도 30분가량 버틸 수 있고, 최대 1.5m의 낙하에도 깨지지 않아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더욱 적합하다”라고 전했다. 방수·방진을 지원하는 키즈폰은 엑스커버5가 최초다.
 
2021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카날리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처럼 어린이용 러기드폰을 출시한 것에 대해 “국내외 스마트폰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해석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포인트 늘었지만, 22%를 기록한 애플에 1위를 내줬다. 지난해 3분기 출시한 ‘아이폰13’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6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을 거뒀기 때문이다. 4분기는 일반적으로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는 시기여서 삼성전자 점유율을 넘어서는 경향이 있지만, 불안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3위부터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 점유율 12%로 3위를, 오포와 비보는 각각 9%·8%로 4·5위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9%에 달하는 것이다. 중국업체의 경우 현재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폰 공세를 펼치고 있어 올해에는 점유율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3분기 중남미 스마트폰 점유율 추이.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중남미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중남미 시장에서 점유율 35.6%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 45.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9.7%포인트나 하락했다. 아르헨티나와 페루를 제외한 거의 모든 중남미 국가에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반면 2위인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4%포인트 늘어 23.2%를 달성했다. 3위인 샤오미도 10.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샤오미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출하량이 2배 가까이 증가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폴더블폰의 인기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러기드폰’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간 키즈폰 시장은 저가폰에 비해 차별화가 적어 수요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와의 소통과 위치 파악의 중요성이 커지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점차 그 수요가 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반 저가폰보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키즈폰의 수요가 늘고 있고, 키즈폰을 활용한 학습 콘텐츠 수가 증가하면서 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엑스커버5를 활용한 키즈폰이 흥행할 경우 일반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러기드폰도 출시한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역시 올해 애플워치의 러기드모델을 출시한다는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어서, 일각에서는 러기드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결도 예상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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