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호황인데…'헬로네이처'로 체면 구긴 11번가·BGF
BGF와 11번가 헬로네이처 지분 각각 보유
2년간 각사 200억원씩 유상증자…총 400억원 투입
적자 누적으로 흑자 행방 묘연…손상차손 등으로 타격 ↑
공개 2022-01-21 08:55:0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9일 16:2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BGF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새벽배송 기업들이 연이은 IPO를 예고하고 있지만 헬로네이처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이어가며 ‘상위권 도약’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편의점과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BGF(027410)SK텔레콤(017670)이라는 든든한 뒷배에도 규모의 경제에 밀려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만큼, 헬로네이처의 전망에 잇따라 물음표가 달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헬로네이처를 종속기업으로 갖는 BGF 매출(연결)액은 5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 내려앉은 8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하락은 헬로네이처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BGF는 종속(연결) 회사들의 실적을 감사 후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만 발표하고 분기마다 별도 공시는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아 지난해 헬로네이처의 정확한 매출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헬로네이처의 2020년 매출성장률이 전년 대비 90%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헬로네이처 매출은 8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BGF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감사 전이라 (헬로네이처 실적을) 언급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지난해에는 외형 확대에 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헬로네이처는 지난 2012년 출범한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 업체다. 새벽배송은 2015년부터 시작했다. 이듬해 2016년 SK플래닛이 지분 전량을 매입해 SKT의 자회사 식구가 됐다. 이후 2018년 편의점 CU의 지주회사 BGF로부터 3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SKT(11번가)와 BGF를 최대주주로 맞았다. 11번가는 지분매각 당시 BGF에 사업전략에 대한 경영권을 함께 넘겨 헬로네이처를 관계기업으로 남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BGF가 50.1%, 11번가가 49.9% 헬로네이처 지분을 갖는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새벽배송 기업들의 줄상장이다. SSG닷컴에서부터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은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이미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공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5조원, 오아시스마켓은 1조5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거론된다.
 
업계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증권시장에 데뷔하는 데도 헬로네이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짙다. 2015년 새벽배송 개시 당시 매출은 21억원에서 2017년 105억원→2018년 163억원→2019년 220억원→2020년에는 427억원을 올렸다. BGF 품에 안긴 후 2019년 매출은 전년 대비 35%, 2020년에는 94%나 훌쩍 뛰어올랐다. 다만 수익성은 아직이다. 같은 기간 순손익 규모는 2017년 -40억원→2018년 -81억원→2019년 -155억원→2020년에도 소폭 늘어난 159억원의 순손실을 남겼다. 현재까지 누적손실만 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새벽배송 업계 상위 사업자인 마켓컬리 역시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들은 2018년 매출이 1571억원에서 2020년 9523억원으로 2년 만에 506%나 증가하는 등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 선상 비교에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헬로네이처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BGF 입장에서는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18년 홍석조 BGF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 사장은 직접 선봉장으로 나서서 헬로네이처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켓컬리나 오아시스마켓 등 업계 경쟁 확대로 적자가 커지면서 헬로네이처가 ‘기대주’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BGF는 인수 이듬해인 2019년 헬로네이처에 168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손상차손은 회수(매출창출) 가능한 금액이 유형자산의 장부가액보다 떨어졌다는 의미로 쉽게 말해 미래 기대가치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BGF는 연이어 130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종속기업인 헬로네이처의 손상차손은 기타비용으로 계상돼 BGF 당기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실제 헬로네이처 인수와 맞물려 BGF 당기순이익은 2018년 472억원→2019년 175억원→2020년 178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물적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GF는 헬로네이처가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출자약정에 따라 2년간 200억원 규모를 수혈했다. 업계는 헬로네이처 턴어라운드 시점이 묘연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자금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출처/헬로네이처
 
11번가도 처지는 비슷하다. 11번가는 헬로네이처 지분 손상차손으로 2019년 83억원, 2020년에는 17억원을 인식했다. 같은 기간 지분법손실로는 66억원→111억원을 인식했다. SKT(연결) 관계기업 투자현황을 살펴보면 수백억원 유상증자에도 헬로네이처 장부가는 2018년 28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3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1번가가 지난해 BGF와 함께 헬로네이처에 200억원 규모를 추가로 출자한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러한데 11번가는 헬로네이처와 이렇다 할 시너지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11번가는 자사 오픈마켓 몰에서 ‘장보기’ 탭을 통해 당일배송,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이마트몰, 홈플러스, GS더프레시(GS리테일)과 협업해 당일배송, SSG닷컴과 GS더프레시를 통해 새벽배송까지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피투자기업인 헬로네이처와는 접점도 없다.
 
11번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헬로네이처가 매출 등 유의미한 실적 성장이 나오고 있고, 장기적으로 새벽배송 성장성을 기대하기에 현재 발생하는 지분법손실 등을 감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투자와 관련해서는 “현재 계획된 건 없지만,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그 필요성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