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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 등장에 투자자 몰려…역대급 기록 쓴 IPO 시장
공모규모, 연간 20조원…114개사 신규 상장
청약증거금 최고 SK IET…상장사 '따상' 18개
조 단위 대어만 6개…미래에셋·KB증권 '두각'
공개 2021-12-29 09:10: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19: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례 없는 호황을 기록하며 새 역사를 다시 썼다. 크래프톤(259960), 카카오뱅크(323410) 등 상장 시가총액 수조원대 ‘대어(大魚)’들의 잇단 등장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되면서 시장 성장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자 하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공모금액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도 신기록을 시현한 것이다.
 
 
 
공모규모·공모액 모두 역대급…IPO역사 한 페이지 장식
 
‘역대급’. 올해 기업공개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공모규모 1조원 이상의 기업만 6개에 달하는데다 경쟁률과 청약 증거금은 물론 단일 공모 규모와 연간 공모액 모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30일 콘텐츠 제작사 래몽래인의 코스닥 상장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올해 IPO시장에는 총 114건(스팩 제외) 기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코스피 신규상장 기업은 23개사로 지난 2011년(25개사)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코스닥에서도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91개사가 상장했다. 
 
조 단위 공모주의 등장으로 공모금액 또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현재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합친 공모규모는 약 2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5조원)에 보다 4배 넘게 증가한 수치로 과거 고점을 기록했던 2010년(10조원)이나 2017년(8조원)과 견줘도 2배 이상 높다. 특히 공모금액이 4조3098억원에 달하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2조5526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2조2459억원) △카카오페이(377300)(1조53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1조4918억원)의 경우 역대 공모금액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스피 시장 공모시총은 87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안상환 한국IR협의회장,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한국대표,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류영준 대표이사,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박태진 JP모간증권 한국총괄대표,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사진/뉴시스
 
소문난 잔치, 먹을 거 많아…청약경쟁률·수익률도 ‘반짝’
 
청약증거금 역사도 새로 썼다. 올해 공모주 청약증거금을 가장 많이 모은 상장사는 2차전지 분리막 전문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지난 5월 코스피에 상장한 SKIET는 청약증거금으로 80조9017억원을 끌어 모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록한 63조6198억원을 불과 2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일반 청약경쟁률은 올해 첫 공모주 청약 주자로 나선 엔비티(236810)가 차지했다. 엔비티의 일반 공모청약 결과, 총 7억3177만3470주가 접수돼 4397.6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증강현실(AR) 플랫폼 기업 맥스트(377030)의 경우 676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전체 공모 수량을 나눈 단순 경쟁률은 3391.87대 1이다. 기관 수요예측은 반도체 공정가스 공급·제어용 부품 전문기업 아스플로(159010)가 사상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아스플로는 지난 9월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희망밴드(1만9000원~2만2000원) 상단을 초과한 2만5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경쟁률은 2142.7대1로 나왔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최대 폭(160%)까지 오르는 이른바 ‘따상’을 기록한 종목은 SK바이오사이언스, 자이언트스텝(289220), 디어유(376300) 트윔(290090) 등 18개로 조사됐다. 코스닥의 신규 상장기업의 시장지수 대비 초과수익 종목 비중과 평균초과수익률(24일 종가 기준)은 각각 58.1%, 38.5%로 최근 10년 이래 최고치다.
 
 
 
‘균등배정’ 도입…문턱 낮춘 IPO 시장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등 공모주 투자 문턱도 낮아졌다. 기존에는 청약증거금을 많이 낸 청약자에게 더 많은 공모주가 배정되는 '비례배정 방식'으로만 공모주 투자가 이뤄지며 현금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은 사실상 IPO 시장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반 청약자 배정물량 중 절반 이상은 ‘균등방식’으로 배정키로 했다.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은 종전 25%에서 최대 30%로 늘었다. 우리사주조합 미달 물량 중 최대 5%는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거래소는 3월부터 코스피 상장 특례로 시총 단독요건(1조원)을 신설하고 시총과 자기자본 요건을 각각 5000억원, 1조5000억원으로 완화했으며 성장성 요건으로 ‘미래성장기업 맞춤형 질적심사기준’도 도입했다.
 
사진/뉴시스
 
되찾은 명성, 미래에셋증권 주관 1위 영광
 
뜨거웠던 기업공개 시장만큼 치열했던 상장 주관 경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선두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현대중공업(329180), 크래프톤, 롯데렌탈(089860) 등 대어급 기업의 상장 주관을 맡으면서 2018년 이후 3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이 주관한 기업은 21개(스팩 제외)로 누적 공모총액은 8조9136억원에 달한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프톤(54억원), 한컴라이프케어(372910)(23억원), 롯데렌탈(2억원), 아주스틸(139990)(139990)(21억원), 일진하이솔루스(271940)(271940)(12억원), 에이비온(203400)(203400)(10억원), 현대중공업(21억원), 실리콘투(257720)(257720)(4억원) 등의 상장을 지원하며 인수 수수료도 챙겼다.
 
KB증권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올해 KB증권은 11곳의 상장을 주관하며 공모액(4조9248억원) 기준 2위에 올랐다. 몸값이 최대 100조원으로 기대되던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연기됐지만, SD바이오센서, 카카오뱅크, 플래티어(367000), 딥노이드(315640), 현대중공업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의 상장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밖에 전통 IPO강자였던 한국투자증권(3조8105억원)과 NH투자증권(3조7439억원)은 각각 3위, 4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카카오뱅크·HK이노엔(195940)·원티드랩(376980)·엠로(058970)·롯데렌탈 등의 상장을 주관했으며, NH투자증권은 오비고(352910)·에브리봇(270660)·프롬바이오(377220)·크래프톤(259960) 등의 주관을 맡았다. 
  
사진/한국거래소
 
고평가 논란에 전산장애까지…IPO 시장 숙제 '여전'
 
한편 IPO 시장의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증권사 전산 서버에 장애가 생기는 등 논란도 일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006800)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둘째 날 거래 폭주 등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채널이 장 초반부터 약 100분간 마비됐으며 KB증권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당시 일부 MTS에서 접속오류가 나타났다.
 
SK증권(001510)에서는 지난 5월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가 상장 직후 급락한 가운데 HTS 등에서 접속 지연이 발생하며 민원이 급증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카카오뱅크 상장 당일 MTS 접속 오류가 발생하며 고객의 불편을 야기했다.
 
'공모가 산정 논란'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공모가 산정방식 기준을 놓고 적정가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다. 특히 크래프톤의 경우 공모가 산정 당시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와 워너그룹뮤직 등을 포함해 주가수익비율(PER) 거품 논란이 제기됐으며, 카카오페이 또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이슈와 고평가 논란으로 삼수 끝에 상장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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