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코리안리, 해외서 답 찾을까
스위스·영국·미국 등 법인 설립…해외수재 비중 26% 확대
자본 회수에 통상 3~5년…당장 이익 기대는 어려워
공개 2021-12-22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17:1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 빌딩. 사진/강은영 기자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다양한 수익처를 만들기 위한 코리안리(003690)의 발걸음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스위스, 영국, 미국 등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수재 비중도 26%로 늘렸다. 다만, 해외법인에 투입된 자본이 회수되는 데 3~5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했다. 이는 작년 전체 당기순이익 1504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는 적자를 기록했던 보험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보험영업이익은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9월 말 기준 407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 전업 재보험사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사가 가입하는 보험계약상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보험자에게 인수시키는 보험이다. 이러한 재보험사 특성상 국내·외에서 사고 발생 여부와 크기 등에 따라 보험영업이익 변동이 큰 편이다. 올해도 지난 8월 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발생 건수가 적어 국내 기업성 보험 손해율은 전년 말 대비 12% 개선된 87.7%를 기록했다.
 
그동안 코리안리는 국내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운영해왔지만 최근 해외 수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작년 기준 수재보험료 구성을 보면, 장기보험이 28.9%로 가장 크고 화재보험 등 국내 기업성보험이 27.7%, 해외수재가 26.0%를 차지한다. 지난 2016년 전체 수재보험료 중 해외수재 비중은 21.8%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비중을 26.0%로 확대한 것이다. 최근 5년 평균(2016~2020년) 수재보험료 성장률을 보면, 해외수재는 9.9%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 기업성 보험은 2.4%, 국내 가계성 보험은 5.7%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를 통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7조776억원의 투자자산 중 해외채권 비중은 23.4%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익 부분에서도 대체투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441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코리안리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2013년 원종규 사장이 취임 당시 발표한 '비전 2050'에서 해외 매출 비중 80%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삼으며, 해외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원종규 사장 취임 후 △영국 로이즈 △말레이시아 라부안 △스위스 현지법인 △중국 상해 △콜롬비아 보고타 등 5곳에 법인과 주재소 등 해외 거점을 설치했다.
 
작년 9월에는 세계 보험료 40%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규모 보험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재보험 중개법인 설립을 추진했다. 1년여 노력 끝에 지난 9월 미국 중개법인 재보험 중개 면허 취득을 완료했다. 코리안리는 미국 뉴저지에 일반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영업을 준비 중으로, 정확한 영업 개시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재보험 시장의 우호적 환경이 코리안리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연재해, 시장금리 상승 등 재보험자의 협상력이 올라가며 글로벌 재보험요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인다"라며 "코로나로 인해 전체 보험시장의 손실이 확대되면서 당분간 요율 결정권의 강화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해외지점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코리안리가 설립한 별도 법인은 △홍콩 현지법인 △영국 로이즈법인 △스위스 현지법인 △미국 중개법인 4곳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4곳에서 총 32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뉴저지지점이 설립되기 전인 작년 동기 3곳에서 5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해외법인 설립에 투입한 자본이 회수되기까지 통상 3~5년 소요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해외지점에서 흑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향후 1~2년 정도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코리안리의 설명이다. 여기에 뉴저지지점이 아직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로, 투입된 비용만 포함돼 손실이 더 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설립한 해외법인을 보면, 지난 1995년 설립된 홍콩법인을 제외하고 설립 후 5년이 넘은 곳이 많지 않다. 영국 로이즈법인은 2015년, 스위스 현지법인은 지난 2019년 설립을 완료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해외 재보험시장의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점과 국내 시장만으로 장기 성장 모멘텀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 등을 고려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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