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업계, 너도나도 상장 러시···'거품 논란' 이겨낼까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시장 규모 1100억원
세븐브로이, 내년 IPO 목표…몸값 4000억~6000억원 거론
콜라보에 의존한 기업가치 우려…브랜드 경쟁력 입증 필요
공개 2021-11-23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10: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세븐브로이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수제맥주 기업들의 상장 준비가 한창이다. 조세법 개정과 코로나19로 홈술족이 늘면서 수제맥주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지금이 상장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 같은 트렌드를 두고 ‘반짝 인기’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 만큼, 수제맥주 기업들이 거품 논란을 벗고 진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 후 오는 2022년 국내 주식시장 입성을 위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세븐브로이는 2011년 출범한 수제맥주 업체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1세대’로 불린다. 2018년 22억원, 2019년 17억원, 지난해에는 매출이 39억원에 그친다. 그런데도 자신있게 ‘상장’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었던 건 곰표밀맥주가 '메가히트'치면서부터다.
 
지난해 세븐브로이는 편의점 CU와 손잡고 대한제분 ‘곰표’ 이미지를 대입한 곰표밀맥주를 선보였다. 곰표밀맥주는 특유의 청량감에 뉴트로(뉴+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2주 만에 300만개가 팔려 나갔다. 지난 4월에는 국산 및 수입맥주를 제치고 CU 맥주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곰표밀맥주 성공과 함께 세븐브로이는 올해 650억원 매출을 기대하며 핑크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진라거’로 재미를 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상장 계획을 내비쳤다. 어메이징브루잉은 2016년 지역 기반의 소형 브루어리로 시작한 수제맥주 기업이다. 2019년 매출 35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매출 100억원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어메이징브루잉은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들은 올해 초 LB인베스트먼트로부터 8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내년 제2브루어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제2브루어리가 완공되면 연 900만 리터의 생산력을 갖춘다. 500ml로 단순 계산 시 맥주 1800만캔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맥주가 500ml 환산 시 2000만캔 규모로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론상 최대 200억~3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메이징브루잉은 오는 2024년을 기업공개(IPO)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수제맥주업계 호황에는 ‘주세법’ 개정이 큰 몫을 했다. 그동안 국내 주세법은 제조원가에 따라 책정된 ‘종가세’ 방식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도수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로 바뀌었다. 수제맥주업체들도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4캔 1만원’ 등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과 함께 시장 파이가 덩달아 커진 것이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096억원으로 전년(800억원) 대비 37% 커졌다. 2017년 시장 규모가 436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3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전체 맥주 파이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에는 3%로 늘어났다.
 
출처/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판 커지는 수제맥주시장···몸값 논란도
 
다만 수제맥주 호황을 한 꺼풀 더 걷어보면, 여기에는 수제맥주 업체들의 브랜드 경쟁력에 대한 ‘거품논란’도 거센 상황이다. 곰표밀맥주와 진라거 등이 크게 흥행하긴 했지만, 맥주 자체보다는 오뚜기(진라면)와 대한제분(곰표) 이름값이 주효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븐브로이와 어메이징브루잉은 각각 ‘한강맥주’, ‘서울숲 수제라거’ 등의 제품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콜라보에 의존한 몸값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짙다.
 
IPO 주관사 등에 따르면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세븐브로이 기업가치는 4000억~6000억원 사이로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기업가치 측정 시 EV(기업가치)/EBITDA(에비타, 상각 전 영업이익), PSR(주가매출비율) 등의 방법이 사용되는데, 이를 통해 세븐브로이 멀티플을 분석해보면 다소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븐브로이의 멀티플을 글로벌 맥주 기업인 ‘하이네켄’과 비교하면 체감이 빠르다. 우선 PSR이다. 지난 16일 기준 하이네켄 시가총액 565억 유로(75조8297억), 지난해 하이네켄 매출은 240억 유로(32조2108억원)다. 시가총액을 1년 매출액으로 나누면 하이네켄 PSR은 2.5배 내외다. 반면 세븐브로이의 기업가치를 4000억원으로 본다면 올해 세븐브로이 예상 매출(650억원) 대비 PSR 멀티플은 약 6배에 달한다. 기업가치를 최대 6000억원으로 보면 이 멀티플은 9배까지 올라간다.
 
그렇다면 ‘에비타’ 지표로 따져보면 어떨까. 본래 에비타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용 등을 포함한 수치지만, 세븐브로이의 경우 공시 의무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에비타 추산이 어려워 영업이익으로 대신한다. 올해 세븐브로이 매출 목표(650억원)에 하이네켄의 영업이익률(17%)을 대입하면 110억원이 나온다. 이를 통해 EV/EBITDA 기업가치 멀티플을 추산하면 4000억원 시 36배, 6000억원일 경우에는 약 55배까지 치솟는다. 앞서 제주맥주는 지난 5월 상장 당시 글로벌 맥주업체 회사 4개사의 평균 에비타 멀티플을 사용해 몸값을 측정했다. 앤호이저 부쉬(13.54배), 하이네켄(17.7배), 워털루 브루잉(23.21배), 사이공맥주(16.92배)의 평균인 17.84배다. 제주맥주는 공모가 3200원을 기준으로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1800억원 수준이었다. 세븐브로이 몸값에 ‘거품’ 논란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콜라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자사 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콜라보 제품의 수요를 우선적으로 맞추다 보니 (콜라보에 의존한 몸값이라는) 이러한 시각이 나온 것 같다"라면서 "OEM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우리 제품도 박차를 가하고, 향후 익산 브루어리를 통한 추가 공급 역량도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수제맥주 라인업 강화, 무알콜 맥주 시장 진출 등 수제맥주와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제주맥주
 
현실과 다른 수익성 우려···제주맥주, 여전히 적자 수렁
 
설상가상 IPO에 성공해도 골치 아픈 문제는 계속된다. 수제맥주는 레트로 풍 콜라보 붐을 타고 시장규모가 급성장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전혀 다르게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수제맥주업계 첫 상장기업인 제주맥주(276730)가 그 선례다. 제주맥주는 2017년부터 매출성장률만 연평균 147%에 달해 적자에도 성장성을 인정받아 테슬라 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제주맥주는 올해 BEP(손익분기점) 달성과 함께 흑자전환 목표를 대대적으로 밝혔지만, 상황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다.
 
제주맥주는 올해 3분기 매출 89억, 영업손실 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70억원)은 2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억4000만원에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치로 따져봐도 매출은 210억원, 영업손실 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164억원, 23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해 수익성이 더욱 나빠졌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타깃 접점을 늘리고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크래프트 최초로 TV광고를 진행하면서 광고선전비가 증가했다"라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베트남 현지 법인이나 미주 등 해외사업 확대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제맥주 시장은 빠르게 변하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하려면 자체 브랜드가 갖는 경쟁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시장에 뿌리내리고 안정적인 점유율로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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