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기획: 2021년, 왜 ESG인가)④식품·유통업계 부는 친환경 물결…'S'는 낙제점
ESG위원회 속속 도입…지속가능경영 '박차'
무라벨 페트병 등 친환경 경영 확대
'S'부문 아킬레스건…사회적 공감대 필요
공개 2021-07-21 09:10: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9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기업에게 ‘이윤추구’만을 바라지 않는다. 친환경, 불평등 완화, 투명한 의사결정 등 사회적 가치를 요구하며 ‘ESG’가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도 ESG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ESG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비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대출 등 금융거래와 정부사업 입찰, 인수·합병(M&A)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 설립,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등 ESG 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ESG는 이제 기업 경영의 부대조건이 아닌 본류로 부상하며, 2021년은 ESG가 경영의 핵심이 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2주년을 맞아 기업이 왜 ESG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향후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산업군에 따른 ESG 경영 현황과 과제 등을 6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CJ셀렉타는 대두를 아마존 지역에서 구매하지 않겠다며 삼림파괴 중단을 선언했다. 출처/CJ제일제당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ESG 경영이 뉴노멀로 자리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존속이 위태로워졌다. 소비자들과 실생활에서 가까이하는 식품·유통업계는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내놓으며 이제 단순히 ‘돈’을 넘어 미래와 공생할 수 있는 가치에 몰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ESG에 대한 중요성만 강조할 뿐 극단적인 노동강도 등 노동자 환경 문제에는 침묵하고 책임을 부인하는 위선적인 태도가 여전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 갈 길은 멀어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는 식음료 등 소비재 기업부터 상품의 판매처를 담당하는 채널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으로 ESG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GS홈쇼핑(028150)과 합병을 마친 GS리테일(007070)은 허연수 대표이사(부회장)를 축으로 ESG 평가추진위원회를 운영하며 전사적으로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BGF그룹 역시 ESG 경영위원회를 통해 편의점업계 ESG체계를 리딩하고 있다. 국내 1등 유통업체 이마트(139480)는 ESG위원회를 통해 지속가능경영에 손 뻗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097950)이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함과 동시에 사안별 전사적 공동논의를 위해 전담 조직인 지속가능팀(Sustainability Team)을 구성했다. 삼양식품(003230)남양유업(003920)도 각각 ESG위원회, ESG 추진위원회 등을 신설하며 경영일선에서 가치를 우선시 한다. 면세업계에서도 롯데면세점이 'ESG 가치추구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활동 강화'로 ESG 경영에 힘 싣는 추세
 
유통 기업에게 ESG 동참은 당위성으로 꼽힌다. 재무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글로벌 자산운용 업체들은 책임투자원칙에 따라 기업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며 ESG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이 오는 2022년까지 운용자산 절반에 ESG 투자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ESG지표가 더욱더 중요해졌다. 매출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이 재화를 소비할 때 기업의 환경, 윤리, 경영투명화 등의 요인을 고려하면서 기업에게 ESG는 단순한 '미덕'이 아닌 생존경쟁이 됐다.
 
김경자 카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소비재를 사용하는 행위는 내구성, 디자인 등 본질적인 기능만 소비하는 형태를 넘어 제품이나 서비스에 담겨있는 상징성 등 까지도 선택하는 형태가 된다"면서 "점점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상위의 기준치를 매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유통기업이 ESG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라고 덧붙였다.
 
무라벨 페트병. 출처/GS리테일
 
다양한 재화를 취급하는 유통업계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지표 중 단연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치소비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재화를 소비할 때 환경보호를 필수로 생각하는 ‘必(필)환경’ 트렌드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행보는 무라벨 페트병이다. 지난해부터 유통업계는 소비가 많은 생수병 등에 무라벨 방식을 하나둘씩 도입했다. 지난 2108년 기준 국내에서 배출된 폐페트병은 약 30만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무라벨 페트병은 별도로 라벨을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간편하게 분리배출할 수 있어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고, 라벨 제작에 사용되는 비닐의 양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유통 채널에서는 GS리테일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무(無)라벨 페트병을 적용한 PB(자체상표) 생수를 선보인 이후 CU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동참 물결이 이어졌다. 매출 효과도 톡톡히 봤다. 세븐일레븐은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2L 6입’은 무라벨로 바꾼 후 매출이 전월 대비 80% 증가했다. CU 무라벨 생수(HEYROO 미네랄워터500ml)를 출시한 이후 약 한 달간 제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78.2%나 급증했다.
 
식품업계도 제품에 친환경 포장 등을 적용하며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과자 패키징에 환경독성물질 저감 잉크를 사용하는 등 녹색기술을 활용했다. 롯데제과(280360)는 초콜릿 원료로 사용되고 남은 카카오 열매 부산물로 친환경 종이를 만들어 일부 제품에 적용했다. 풀무원(017810)은 오는 2022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100% 재활용 우수 포장재를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속가능한 성장···'S' 부분 노력 필요 
 
물류를 포함한 유통업계는 고용, 노동,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경영지표인 ‘S(Social)’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유통업 자체가 식품 제조에서부터 물류, 소비자 서비스 등 넓은 범위를 포괄하며 대규모 노동을 필요로 하다 보니 이와 관련한 문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ESG 시대에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책임을 인지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사회부문 노동레벨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난해 택배업계에서는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 사건만 총 13건이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택배업계 1위 #대한통운은 지난해 전체 추정사고 중 절반가량인 6건의 사건이 발생하며 노동 이슈가 점화됐다. 이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대한통운의 ‘S’ 부문 평가등급 기존 B+(양호)에서 B(미흡)로 조정했다. 'S', 'A+', 'A', 'B+', 'B', 'C', 'D'까지 총 7등급 중에서 하위권인 5등급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 출처/쿠팡
 
쿠팡의 경우도 비슷하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시에 기업공개를 통해 70조원을 웃도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이커머스 신화를 이룩했다. 다만 쿠팡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노동 강도와 관련한 ‘S’ 분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이 전개하는 덕평, 동탄, 인천, 칠곡 등 물류센터로의 119구급대 출동 건수는 77건에 달한다. 쿠팡 측은 출동 건수가 경미한 사고 및 근로자의 개인지병 등이 포함된 수치라는 입장이지만, 쿠팡의 대구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위도 있는 만큼 노동이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이는 유통업계를 넘어 플랫폼업계 전반에도 해당하는 대목이다.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ESG 위원은 “노동이슈를 살펴볼 때 본인이 자발적으로 할당을 원했는지, 그만큼 (노동을)하지 않으면 피해가 수반되는 구조인지를 쪼개서 봐야 하는데 후자의 경우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사회적 가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면서 "기업은 (직원) 복지 차원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소비자 역시 유통(서비스) 및 플랫폼 근로자를 향한 인식의 개선 등이 요구된다”라고 제언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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