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비대면 전략' 아모레퍼시픽, 반토막 실적 회복은 언제?
실적 악화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진행
서경배 회장의 이커머스 등 비대면 전략
중국 및 면세점 실적 회복 위한 디지털 카드
공개 2020-12-07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16:1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 회장. 출처/아모레퍼시픽그룹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변화를 즐기자(Exciting Changes)'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최우선의 가치로 고객중심을 다시 새기자"라는 경영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좀처럼 실적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맞춰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에서 이커머스 등 온라인으로 생존을 위한 한발 늦은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3일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K-뷰티'의 대표주자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온라인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 전략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면서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겪으면서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반전시킬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메리츠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6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2086억원으로 2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0억원으로 94% 급감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역시 반 토막이 났다. 3분기 영업이익은 560억원으로 48%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조886억원으로 22%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93% 줄어든 70억원에 그쳤다. 
 
서 회장은 희망퇴직 카드를 처음으로 꺼냈다. 영업이익이 반 토막까지 난 상황에서 선제적인 인력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15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근속연수 및 5개월치 급여, 20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40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무엇보다 면세점 영업(TR 디비전 사업부) 직원인 미엘 75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아모레퍼시픽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근속 연수와 직급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종식이 언제까지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판매 채널 인력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했기 때문이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희망퇴직은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마지막 진통으로 본다"면서 "4분기 인건비가 큰 폭으로 올라 영업이익에 부담이 될 예정이나 내년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 있다"라고 설명했다.
 
출처/유안타증권
 
실적 반등의 핵심 시장인 중국은 시장 점유율이 2019년 3.2%를 기록했으며 올해 및 내년 전망은 2.7%, 2.8%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에 집중하며 이니스프리 부진 매장 철수 등을 통한 수익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중국의 브랜드별 매출 비중은 고가, 이커머스 비중 확대 추세로 나타났다. 2015년 20%에 머물렀던 이커머스 비중은 점차 늘어나 올해 40%에서 내년 45%까지 전망됐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설화수, 헤라 등 고가 중심의 구조로 전환이 본격화됐다"면서 "이는 고정비 부담이 높은 로드샵 구조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출처/IBK투자증권
 
사업 부문에서 중요한 면세점 실적 회복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비대면 디지털 전략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월 중국 최대 면세유통기업 차이나듀티프리그룹(CDFG)과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었다. 중국 하이난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 중인 중국 면세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양 사는 이 지역 면세 사업 전략적 지원 강화, 신규 매장 우선 협상과 브랜드 입점 확장을 통한 비즈니스 성장 도모,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위한 마케팅·디지털 전환 투자 강화, 데이터 자산 공유 활성화 등에 힘을 모았다.
 
경쟁사들 보다 늦은 온라인 전환에 앞날이 밝지만은 않지만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결 기준 연간 8000억원 내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을 통해 경상적인 자금 소요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K-IFRS 제1116호 도입에 따른 리스부채 인식으로 2019년 총차입금은 5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488억원 증가했지만 유동성 보유로 여전히 부(-)의 순차입금을 유지하고 있다. 연결 기준 총차입금/EBITDA 지표도 1배 미만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정세록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면세점 영업환경 저하로 올해 매출 규모 감소와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면서 "온라인 채널 대응력 강화로 면세 채널 매출 감소를 소폭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코로나19 종식으로 영업환경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국내외 중저가 제품 시장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018년 이전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면서 "내년 실적 반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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