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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딜 병폐 드러낸 우진기전M&A…도관된 '에이루트·비케이탑스'
우진기전 M&A, 매각 대상 '에이스에쿼티의 상상 속 우진기전 기업가치'
거액의 이자비용, 사실상 시간을 대폭 할인…저금리 기조 비웃는 '초'고금리
'세컨더리 딜 병폐=자본의 힘 극대화'…소외받는 소시민
공개 2020-11-20 15:27:0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0일 10: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에이루트의 효자 계열사 에이스우진이 지난 상반기 큰 적자를 기록했다. 지체상금을 포함할 경우, 지난 상반기 20%에 가까운 이자율 탓이다. 통상적으로 회사가 건실할수록 이자율이 줄어들지만, 에이스우진의 이자율은 반대다.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돈이 돈을 버는 현실 속에서 자본은 소시민들을 더 깊은 곳으로 밀어냈다.
 
에이루터와 에이스우진의 상반기말 주요 재무지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20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루트(096690)는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액 185억원과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76억원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억원 줄어들었다. 하지만 58억 9000만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 당기순손실은 90억원까지 늘어난다. 
 
지분법 손실은 에이스우진 지분에서 크게 발생했다. 지난 상반기 에이스우진은 18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에이스우진은 우진기전 지분 100%로 이뤄진 특수목적회사(SPC)다. 우진기전은 5년 평균 2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건실한 회사다. 올 상반기에도 실적이 예년과 같았다면 100억원 수준의 당기순익을 냈다. 그렇다면 에이스우진 내부에서 28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에이스우진의 비용은 대부분 이자비용이다. 이는 하나금융투자가 제공한 브리지론에 따른 이자인데, 이자율은 7~11%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올 상반기 브리지론 1670억원의 이자율이 중간값인 9%이라 가정한다면 이자비용은 약 75억원이다. 200억원가량이 비게 되는데 이는 어딘가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에이스에쿼티가 평가한 우진기전'에 투자한 하나금융투자  
 
에이스에쿼티가 투자금 회수(Exit)를 하며 김광재 전 회장은 스프링힐파트너스(이하 스프링힐)를 무한책임사원(GP)으로 둔다. 스프링힐은 SPC를 활용, 2019년 8월 하나금융투자(이하 하나금투)로부터 우진기전 지분 100%를 담보로 1870억원의 브리지론을 실행한다. 브리지론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곳에 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이다. 
 
하나금투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 모습이다. 하나금투는 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담보권 실행, 스프링힐 자금 모집 등의 기준은 에이스에쿼티가 평가한 '3150억원에 달하는 가상의 우진기전 기업가치'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대출 실행의 이면에는 3개월 안에 스프링힐이 우진기업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우진기전의 기업가치를 3150억원까지 보지 않았다. 하나금투의 선택은 시간이 지나며 위험도 높아졌다. 
 
하나금투는 묘수를 냈다. 계약 변경으로 할인율을 극대화했다. 가상의 기업가치는 그대로 둔 채 시간 가치를 높이는 기법을 택했다. 방법은 이자율 변경과 동시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지체상금으로 추정된다. 하나금투는 리스크 상승 대가를 계약 변경으로 충분히 반영했다. 이는 우진기전에 타격을 줬다. 하나금투에 지급한 이자의 원천은 우진기전의 배당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광재 우진기전 전 회장의 하루를 더욱 비싸게 만들었다. 
 
남은 문제는 원금 회수다. 하나금투는 대출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EY한영을 매각주간사로 삼아 담보권 실행을 위한 인수·합병(M&A)까지 했다. 현재 성사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연말이 될 경우, 스프링힐 우진의 대출채권(브리지론)은 신용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회계적으로 브리지론 채권은 무조건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될 것"이라면서 "고정 이하 여신은 대손충당금을 70%를 쌓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IB업계 전문가들은 2019년 8월 하나금투의 브리지론 실행 결정을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1870억원을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 집단 대출) 방식이 아니라, 한 곳에서 모두 대출한 것에 대해서 의아함을 보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1800억원을 브리지론으로 빌려줄 때 보통 신디케이트 론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신디케이트 론은 대출자의 위험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크로스체크 기능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작/IB토마토
 
세컨더리 딜 병폐 피해자는 '직원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으로 돈을 버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돈을 버는 것은 돈(자본)이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주 수입원도 배당금이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60억원이지만, 배당금은 649억원에 달한다. 
 
세컨더리 딜은 이를 극대화한 형태다. 세컨더리 딜이란 사모펀드가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거래를 말한다. 우진기전의 주인은 '스카이레이크→에이스에쿼티→스프링힐파트너스' 순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우진기전의 기업가치는 1700억원에서 3150억원으로 커졌다. 
 
기업가치 상승 분은 주주 몫이다. 매각 과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가치 평가(밸류에이션)는 영구 가치(EV)로 향후 발생하는 미래 이익을 반영한다. 그 전 자본가가 미래 이익을 반영해 지분권을 판 만큼, 우진기전 직원들은 미래 이익의 일정 부분을 향유하기 어려워졌다. 미래 이익을 그전 주인이 반영해 떠나갔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추가적인 이익만을 향유할 수 있다. 
 
에이루트, 비케이탑스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힘들어졌다. 1년 사이 코스닥 상장사 에이루트의 직원은 절반(123명→ 61명,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비케이탑스(030790)의 직원은 94%(224명→ 15명)로 줄었다. 사업부 정리 과정이 있었음을 고려해도 인원 감소 폭은 상당하다. 
 
두 차례의 딜로 직원들은 철저하게 소외됐다. 직원들은 미래 이익을 일부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동기 부여도 어려워졌다. 본인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 회사를 키운다고 하더라도 이미 일정 부분은 가치 평가에 반영, 자본에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모든 업무를 대체하지 않는 이상, 기업의 비전과 목표는 직원들의 꿈과 노력 속에 커간다. IB업계 관계자는 "우진기전 M&A는 세컨더리 딜의 병폐가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세컨더리 딜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 에이스에쿼티가 제시한 기업가치를 김광재 전 회장, 하나금융투자 등이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세컨더리 딜의 병폐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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