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남양유업…'브랜드 이미지 타격'에 수익성 추락
자체상품 매출 ↓·노출 적은 OEM 매출 ↑
매출원가·판관비 줄었음에도 영업이익 4억원에 그쳐
공개 2020-03-30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6:5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바닥을 치고 있는 남양유업(003920)의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외면이 길어지며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은 뉴스룸, 유튜브 채널 개설 등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나섰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세는 여전하다. 매일유업과의 50년 라이벌이란 말은 옛말이 됐고 남양이라는 브랜드는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처지에 놓였다.
 
26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1조308억원,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95.1% 줄었다. 매출원가는 78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 판매관리비는 2468억원으로 5.3% 각각 줄었음에도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지난해 1조3917억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8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7%, 15.9% 증가하며 남양유업과 격차를 벌렸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남양유업의 브랜드 이미지 하락 때문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라는 갑질 논란으로 거센 비난을 받아왔으며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갑질 논란이 일어나기 전인 2012년 남양유업의 매출은 1조3650억원, 영업이익은 637억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매출 1조2299억원, 영업손실 175억원으로 매출감소와 영업이익의 적자전환이 나타났으며 2014년에는 매출 1조1517억원, 영업손실 261억원으로 매출 감소폭과 영업손실 폭이 더 커졌다.
 
이후 2년 동안은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2016년 매출 1조2392억원, 영업이익 41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중국 및 동남아시아 수출 증가와 더불어 판매관리비 절감, 원유가격 하락 효과 때문이었다. 2017년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을 늘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출 1조1670억원, 영업이익 51억원으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2018년은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됐음에도 창업주 외손녀 마약 투여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거세지며 매출 1조797억원, 영업이익 86억원에 그쳤다.
 
대리점 갑질 논란이 일어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남양유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초코우유, 아동용 음료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등 악재에 불매운동 여론은 사라지지 않았고 남양 로고 가리기 의혹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일부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말 남양유업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던 ‘남양의 진심’ 시리즈 광고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댓글을 차단해 소통을 막는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 보니 자체 상품의 실적도 좋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 등 우유류 매출은 4079억원, XO World Class 등 분유류 매출은 1610억원, 몸이가벼워지는시간17차 등 기타 매출은 20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6.5%, 2.3% 줄었다. 지난해 남양유업 개별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은 1조183억원으로 전년보다 4.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브랜드를 감춘 남양유업의 자회사는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음료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건강한사람들(남양F&B)은 지난해 매출 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28.8% 줄었지만 남양유업 연결 기준 전체 영업이익은 4억원보다 많았다.
 
OEM의 특성상 남양 브랜드 노출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자체 브랜드상품에 비해 크지 않은 데다가, 매출이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1년 출범한 건강한사람들은 2016년 198억원, 2017년 185억원, 2018년 187억원, 2019년 245억원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 중이다.
 
남양유업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더뎌지면서 지난해 11월 남양F&B의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변경했다. 그리고 건강한사람들을 통해 HMR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공교롭게 남양 이름이 빠진 상태에서 신사업 추진계획을 밝히면서 HMR 시장의 원활한 진출을 위해 미리 사명을 바꿨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은 사실무근 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F&B가 음료 쪽 이미지가 강해 신사업 진출에 맞춰 새로운 사명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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