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흑자·적자 그리고 블랙 프라이데이
공개 2020-03-20 08:30:0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13:5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요즈음 지난 9일 월요일 미국의 주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장중 주가가 급락하여 서킷브레이커가 1997년 이후 23년 만에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이날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불렀다. 일반적으로 블랙 먼데이라고 하면 뉴욕의 다우존스 평균주가가 미국 역사상 최대인 하루에 508달러(전일 대비 22.6%) 폭락한 1987년 10월19일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이날을 지칭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즉, 블랙 먼데이는 주가가 폭락한 ‘검은(암흑의) 월요일’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회계에서는 수익(매출액, 임대료 등)에서 비용(매출원가, 이자비용 등)을 차감하여 이익을 계산하는데, 수익이 비용을 초과하면 이익이고 반대이면 손실이 된다. 일상생활에서는 이익과 손실이라는 회계용어 대신에 흑자와 적자란 말이 자주 사용된다. 말 그대로 흑자(黑字)는 ‘검은 글자’, 적자(赤字)는 ‘빨간 글자’를 의미한다. 이는 과거에 이익이 났을 때는 검은 글자, 즉 흑자(黑字)로 적고, 손실이 났을 때는 경고의 의미로 빨간 글자, 즉 적자(赤字)로 적은 것에서 유래한다. 지금은 모두 검은 글자로 적는데, 과거처럼 적자가 났을 때 빨간 글자로 적으려면 컬러프린터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블랙 먼데이처럼 많이 사용되는 말이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블랙 프라이데이 하면 쇼핑이 떠오를 것이다.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고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하는데, 이날부터 성탄절까지 연말 세일이 시작되어 1년 중 최대 규모의 쇼핑이 이루어져서 미국 연간 소비의 20% 이상이 집중된다. 이때에는 우리나라의 네티즌들도 미국에서 직구를 많이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른 설도 있으나, 회계와 관련해서는 이날을 기점으로 기업들이 이익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즉, 그동안 손실이 발생하던(적자를 기록하던) 기업들이 추수감사절의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이익으로(흑자로) 전환되므로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즉 ‘흑자 금요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블랙 먼데이에서의 ‘블랙’은 ‘검은(암흑의)’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반면에 블랙 프라이데이에서의 ‘블랙’은 ‘흑자(이익)’라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흑자와 적자는 공식 회계용어는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실무에서 쓰이고 있는 회계용어 중에서 일부는 잘 못 사용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수익과 이익은 다르다.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하여 이익을 계산하므로 수익은 총액 개념이고 이익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순액 개념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은 수익이고, 매출원가는 비용이며,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한 매출총이익은 이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수수료 이익 5조 역대 최대”라는 신문 제목에서 ‘수수료 이익’이 아니라 ‘수수료 수익’이 맞는 표현이다. “비용을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사회공헌분야에 기부할 것”이라는 기사에서 ‘수익금’이 아니라 ‘이익’이 맞는 표현이다. 
 
“임대료 폭등에 식당 폐업 선언”이라는 기사에서 ‘임대료’가 아니라 ‘임차료’가 맞는 표현이다. 임대료는 빌려주는 사람(임대인) 입장의 용어이고, 빌리는 사람(임차인) 입장에서는 임차료가 적절한 표현이다. 
 
회계 입장에서는 다소 잘못된 표현이라도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이왕이면 올바른 회계용어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어 블랙 먼데이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어수선한 요즈음 블랙 프라이데이는 좋으나 블랙 먼데이라는 말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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