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 가려진 그늘…한투, M&A 자문 실력은 '바닥'
"한투, 교과서로 보고 와서 딜하는 줄 알았다"
"스틱의 셀다운 실패 1차 책임 한투…신뢰 회복 3년은 걸릴 것"
공개 2020-02-12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0일 18:4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은 지난해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업무에 있어서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코웨이 딜'로 인해 앞으로 한투의 M&A 매각주간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6일 한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보다 42.2% 증가한 7099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한 지난해 잠정실적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7.2%, 34.3% 증가한 10조2200억원, 5조4585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7일 넷마블(251270)이 웅진에 잔금 1조5660억원을 납입함에 따라 조만간 마지막 수수료도 지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 관계자는 "지난해 IB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 수익이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라며 "순이익은 국내 증권사가 기록한 연간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투의 실적을 이끈 IB부문 중에서도 감추고 싶은 부문이 있다. M&A 부문이다. 한투는 상장(IPO) 주관, DCM 발행 등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M&A 부문은 다르다. 지난 10년간 한투의 M&A 매각 자문은 총 25건이다. 이 중 코웨이 매각과 같은 바이아웃(Buy-Out·인수) 거래는 10건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 이상은 한투의 최대주주인 김재철 한국금융지주(071050) 회장(대표이사)과 혈연관계가 있는 동원그룹(동원F&B(049770)) 자문이다. 
 
한투가 1조원이 넘는 경영권 인수 거래를 단독으로 주간한 것은 코웨이 딜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한투 입장에서 코웨이 딜은 M&A 자문 부문에서 시장 평판을 높여 한 단계 뛰어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코웨이 재매각의 발단, 셀다운 실패
 
한투는 초대형 IB로 기업어음(이하 CP)을 발행할 수 있게 되자, 자금이 필요한 웅진(016880)에게 거액의 인수금융을 제공했다. 한투는 1조1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일으킨데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하는 5000억원의 웅진코웨이 인수용 프로젝트 펀드에 총액인수 확약을 맺었다. 
 
프로젝트 펀드가 팔리기만 한다면 양측이 윈윈(Win-Win)이었다. 웅진은 자금조달을, 한투는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딜 구조의 가장 주요한 리스크는 프로젝트 판매가 실패했을 때다. 그 경우 한투가 자기자본을 써야 하는데 당시 우발채무가 급등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6월 말 별도 기준 한투의 우발채무는 4조3000억원으로 2015년 말 1조1000억원과 비교해 4배 가까이 증가했고 규모는 자기자본의 94.7%로 업계 평균 69.9%를 웃돌았다. 
 
결국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프로젝트 펀드를 전량 판매하는데 실패했고 재매각이라는 하이리스크로 돌아왔다.
 
한투의 지난해 6월말 우발채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자본시장에 공개된 한투의 서투른 M&A 자문 능력
 
재매각 과정에서도 서투른 모습이 이어졌다. 매각설이 터진 이후 CJ(001040), SK(034730), LG(003550) 등이 비공개적으로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 중 한 곳이 1조9900억원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도 하자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공개매각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딜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투가 숏리스트로 선정한 SK네트웍스(001740)웅진코웨이(021240)의 경쟁사였지만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지위를 부여했다. 웅진그룹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딜 클로징이 돼야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입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결정이지만 경쟁업계가 주요 정보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제약조건을 넣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IB업계 관계자는 "원래 동종 업계에서 M&A 입찰(Bidding)이 들어오면 바인딩 조항을 시키고 나서 VDR(가상데이터룸) 등의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계약을 맺는 등 데이터를 주는 것을 최대한 늦춘다"라며 "한국투자증권은 딜 클로징이 주 목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바인딩 조항은 구속력을 의미한다. 만약 예비 입찰 시 인수의향서에 인수가격에 바인딩 조항을 넣는다면 예비 입찰에서 적은 가격은 본 입찰 시에도 구속력이 있다.  
 
결국 딜 과정에서 웅진 그룹의 취약한 재무 구조만 부각됐고, 딜의 본질인 매물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여기에 본입찰에 어떤 SI(전략적투자자)도 데려오지 못했다. 코웨이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투가 실무에 능통하지 못하다 보니 교과서를 보고 딜을 하는 것 같았다"라며 "답답했고, 또한 결과적으로 SI를 하나도 데려오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코웨이와 SK매직의 영업이익률 차이.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한투, 수십억원의 수익은 냈지만…앞으로가 막막
 
'패전처리'도 한투에게는 수익원이었다. 한투는 웅진그룹에게 4번의 자문 수수료를 받았고,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이자 수입을 올렸으며 매각가는 손실을 보지 않는 마지노선인 1조700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매도자와 인수자는 큰 손실을 봤다. 웅진그룹은 4번의 자문 수수료를 지급했으며, 두 번의 매매로 약 25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넷마블은 한투가 섣부르게 정보를 열어줘 경쟁사인 SK네트웍스와의 경쟁 강도가 높아졌다. 
 
얼핏 보면 한국투자증권만 콧노래를 부른 것 같지만, M&A 시장에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일부 자문사는 한투의 앞날을 어둡게 전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웨이 딜이 너무 큰 건이다 보니 한국투자증권의 패착들이 다양하게 알려졌다"면서 "M&A업계에서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어 앞으로 3년은 한투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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