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내년 신용도 개선 업종 없다…디스플레이.소매유통 부정적"
2020년 산업 신용 전망 발표
공개 2019-12-17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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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내년 국내 산업 중 신용도가 개선될 업종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디스플레이, 소매유통 등 4개 산업군에서 추가 등급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17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2020년 산업 신용 전망’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기평은 기업부문·금융부문 통합 28개 산업군의 절대적 사업환경(업황)과 전년 대비 실적방향, 그리고 실적·재무안정성 등을 종합한 신용등급 전망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기평은 전체 산업군 중 내년도 등급전망이 우호적인 산업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신용등급 추가 하락 압박이 있는 섹터로 디스플레이, 소매유통, 부동산신탁, 생명보험을 꼽았다.
 
17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업평가 2020년 산업 신용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최재헌 한기평 평가정책본부 전무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호 기자
 
디스플레이는 전체 산업 중 전반적으로 가장 좋지 않다고 봤다. 기저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조짐은 있겠지만, 구조적 측면에서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만성적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업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는 LCD 실적이 좋지 않다보니 결국 투자비용을 차입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이는 곧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한기평은 OLED 투자 전망도 다소 비우호적으로 봤다. 일단 대형 OLED는 아직 시장이 작고, 중소형 OLED는 중국의 공격적 증설투자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재헌 한기평 평가정책본부 전무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하는 악순환에 빠져든 상황”이라며 “이제 LCD는 중국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됐으므로 결국 내년 OLED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신용등급 방향성의 추가하락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형 OLED는 물량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LCD 등 강력 대체재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아직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 적정가격을 받을 상황이 못 되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중소형 OLED는 국내 업체가 독보적으로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업체들이 포스트 LCD를 주창하면서 강력하게 추격하는 것도 맞다”라고 말했다.
 
소매유통 산업 역시 인구구조 및 소비패턴 변화, 저성장 고착화 등 구조적 변화에 따른 실적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주요 업체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온라인 경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악화는 현금창출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곧 재무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재헌 전무는 “이제 소매유통 산업군은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양적 측면보다는 질적 측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소비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몰의 보유, 차별화된 MD능력 등이 질적 요소 경쟁력 요인이 될 것이며 이를 적절히 캐치업하는 기업은 실적이 개선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신탁업은 지방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신규수주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차입형 토지신탁은 지난해부터 수주 급감이 이어졌으므로 관련 업체의 내년 수익성은 저하될 것으로 분석했다.
 
생명보험 산업은 경기부진과 시장포화로 새로운 계약 확대가 쉽지 않아 보험료 수입 역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같은 상황에서 RBC, LAT제도, IFRS17 등 규제강화 역시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 저하를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특히 금리하락 전망이 우세하므로 LAT제도 강화에 따른 준비금 추가 적립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기평은 사업환경 및 신용등급 전망이 비교적 좋은 상태에 있는 산업으로는 제약, 반도체, 제지, 통신서비스를 꼽았다.
 
특히 반도체는 내년 수요 회복 움직임이 있을 것이며, 동시에 공급 역시 인위적으로 조절될 전망이므로 영업실적이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최재헌 전무는 “10년 이상 지속된 치킨게임으로 D램시장의 과점구조가 형성된 상황에서 슈퍼사이클을 맞다보니 지난해 실적이 유난히 높은 측면이 있었던 것이지 올해 실적 자체를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라며 “내년 반도체 실적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지만 올해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기평은 최근 타결된 미·중 무역분쟁 1차합의가 일단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전무는 “합의로 일단 분위기가 전환됐으므로 심리적 측면에서의 개선은 있겠지만 대체로 개선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무역분쟁의 핵심은 패권다툼이므로 일정부문 단기간 합의가 있더라도 미래에 재차 불거질 확률이 있어 불확실성은 상존한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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