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의 시장돋보기)최근의 DLF 사태를 보며
공개 2019-10-22 08:5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7일 0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용현 전문위원] DLS(Derivative Linked Security)는 주가지수나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이며, DLF(Derivative Linked Fund)는 주로 이러한 DLS를 편입한 펀드를 가리킨다.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DLF 금융상품의 판매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①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국내 증권사 및 은행에 상품을 제안하여 수익률 및 만기 등이 협의될 경우 ② 증권사는 외국계 투자은행과의 계약을 기초로 DLS를 발행하여 직접 판매하기도 하는데  ③ 이번 경우는 은행이 자산운용사와 협의하여 증권회사가 만든 DLS를 편입하여 펀드(DLF)를 설정함과 동시에 ④ 은행은 해당 펀드를 판매하고, 증권사는 펀드 판매금액만큼 DLS를 발행하고 자산운용사는 이를 펀드에 편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각종 명목으로 받아 가는 수익률은 평균 4.93%이다. 우선 외국계 IB는 평균 3.43%의 헤지수수료, 국내은행은 투자를 권유하고 판매하는 대가로 평균 1.00%, 국내 증권사는 평균 0.39%의 발행수수료, 자산운용사는 평균 0.11%의 운용수수료를 받는다. 
 
일반적인 펀드상품의 수익률은 펀드매니저의 운용성과에 좌우되는데 비해, 이 상품의 수익률은 사전에 정해진 방식에 의해 결정되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금리와 연계되는 DLF는 만기까지 금리가 사전에 설정한 범위에 있을 경우 수익률을 얻지만, 설정범위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잃는 금융상품이다. 2018년에는 금리가 미리 설정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인 관계로, 만기 때 원금과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 8월 브렉시트(Brexit) 위험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지는 선진국 채권에 투자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채권가격이 많이 상승하니 금리가 설정범위 아래로 떨어져 DLF 투자자들이 원금을 날리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금년 8월26일 만기인 우리은행의 독일 10년 국채금리 연계 DLF상품 만기손실률이 98.1%로 확정된 바 있다. 1억 원을 투자했다면 만기시 192만원만 돌려받은 셈이다. 이슈는 증권(security)이나 펀드(fund)는 본질적으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이기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큰 사회적 반향을 야기하는 가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 DLS를 발행하는 증권사 내부의 리스크 관리부서는 금리 하락으로 인한 원금손실 가능성을 제기하였지만 증권사의 직접적인 리스크는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되었다고 한다. DL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과거 높은 금리수준을 이용한 백테스트 결과를 포함한 ‘상품제안서’를 은행에 전달·활용하도록 하였다. DLF라는 금융상품 자체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직접적인 책임에서 비껴 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많은 수수료를 받고, 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을 보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불완전판매이다. 은행원은 상품의 수익률, 원금손실 가능성 등에 대하여 적절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완전판매로 되어 투자자에게 일정비율 만큼 배상해야 한다. 위험상품에 대한 투자경험이 없는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낮지 않고, 은행원들이 정기예금 선호고객층에게 DLF에 권유하는 등 광범한 불완전판매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독일 국채금리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했겠지만, ‘블랙스완(black swan)’처럼 한 번이라도 터지면 파문이 엄청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불완전판매를 하게 되는 주원인은 은행의 인사고과제도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금융상품을 판매한 프라이빗뱅커(PB)의 평가기준 항목은 수익성(54%), 고객유치(19%), 여수신규모(13.9%)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여, 회사이익에 대한 기여나 카드·펀드·보험 등의 가입실적이 중요하다. 반면 건전성(9.5%) 및 고객보호(1.8%) 등의 항목은 낮다. 2년 전 전국금융산업노조의 설문조사에서도 “고객이익보다 인사고과에 유리한 금융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다”라고 은행원의 87%는 응답했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인사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도 몇 년 전 도덕적해이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은 인사고과 체계를 고객중심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독일의 도이치뱅크 등도 고객과의 관계 강화에 역점을 두고 인사제도를 바꾼 바 있다. 
  
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도 살펴보아야 한다. DLF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과는 달리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왜 이 사태에서 비껴났는가? 신한은행은 2017년 마지막으로 판매한 후 이 상품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감지한 후 곧 판매를 중단하였고, NH농협은행은 상품판매를 제안 받았으나 높은 리스크를 우려하여 실무자 단계에서 제외시킨 결과이다. 리스크관리시스템만 작동되어도 사태를 막은 셈이니,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게끔 전사적으로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키코(KIKO)사태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08년 키코라는 파생금융상품은 중소기업, 2019년 DLF라는 파생금융상품은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친 것을 제외하고는 불완전판매가 재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때도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결국 금융감독원의 ‘은행 봐주기 논란’이 있었고, 피해자들이 검찰에 고소·고발했지만 은행 측에 대한 처벌은 거의 없었다. 철저하게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미래라고 한다. 어느새 미래의 길목에 숨어 다시 걸림돌이 되는 법이다. 이럴 바에 DLS와 같이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금융상품을 그대로 편입하여 은행에서 DLF로 판매하는 행위만이라도 제한하자는 일부 주장도 설득력 있다. 즉 파생상품인 DLS는 증권사에서만 판매하고 동일한 위험을 가지는 DLF는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판매망의 규모와 고객이 다른 각 금융기관들 사이의 업무영역 다툼이 예상된다. 
 
한편, 금융상품 투자자들을 위한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상품 판매 이전 단계에서 고객 입장에서 상품에 대한 특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이를 반영하는 절차를 시행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영업점에서 금융상품의 판매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자. 영업점 직원은 각종 명목으로 규정된 서류를 챙기기 바쁘고, 고객은 영업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정신없이 체크하고 사인하며 비밀번호를 연신 눌러댄다.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중에 정말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서류는 무엇이 있는가? 꼭 필요하다고 정해진 서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고객보호와 같은 가장 중요한 사항은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은 것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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