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넘기지만, 일반주주에게는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팔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일반주주의 투자금 회수 기회가 온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수자가 먼저 확보한 지분 규모에 따라 추가로 공개매수해야 할 물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실제 경영권 거래 사례를 통해 주주 간 매각 기회의 격차를 짚고,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실효성과 보완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논의가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 보장 범위를 둘러싼 설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매수 순서와 물량에 따라 보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자의 자금 부담과 경영권 확보를 고려하면서 일반주주에게 실질적인 매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선행매수 허용한 정무위안…같은 가격 넘어 매각 비율 쟁점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달 1일 예정됐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기존 의원안은 잔여주식 전량을 대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방식과 ‘50%+1주’를 기준으로 매수물량을 정하는 방식 등으로 나뉘었다.
정무위 대안은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보유분을 합산해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등을 대상으로 한다. ‘50%+1주’에서 이미 보유한 주식 수를 뺀 수량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되, 새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에는 선행매수 직후 보유분을 차감한다. 지분율 산정에서는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제외한다.
응모물량이 예정수량을 초과하면 비례 배분하는 안분비례 방식도 포함됐다. 다만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인수할 수 있어 이미 매각한 지배주주의 물량은 배분 대상에서 빠진다. 지배주주는 보유지분 전량을 팔고 일반주주는 일부만 처분하는 차이가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지배주주도 공개매수에 참여해 같은 비율로 매각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공동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구주 인수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결합된 거래도 살펴볼 부분이다.
롯데렌탈(089860) 인수 거래는 지난해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이 보유지분을 주당 7만 7115원에 매각하고, 롯데렌탈이 인수자 측에 주당 2만 9180원에 신주를 발행하는 구조로 추진됐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 이후 올해 5월 주식매매계약이 해제됐고 유상증자도 철회됐다. 이후 롯데 측은 8월 TPG 측과 지분 61.17%를 주당 5만 9000원에 매각하는 별도 계약을 체결했으며, 11월 거래종결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구주 거래에 신주 발행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회사의 자금 확보 효과와 함께 일반주주의 동반 매각 기회,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인수 부담·경영권 확보 변수…우회 방지 기준 과제
최근 운용업계에서 요구하는 비례적 공개매수는 매수가격과 예정수량을 유지한다면 필요한 최대 매수자금도 동일하다. 다만 지배주주까지 함께 응모해 비례 배분을 적용받으면 초과 응모 시 지배주주도 지분 일부를 남기게 된다. 보유지분 전량 처분을 전제로 추진하던 거래에서는 매수물량이나 잔여지분 처리 조건을 다시 협의해야 할 수 있다.
인수자는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과 실제 확보할 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무위 대안 해설자료는 응모 규모에 따라 최종 매매대금이 달라져 프로젝트 펀드 등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거래에서 변동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응모가 예정수량에 미달하면 응모분 전부를 매수하는 것으로 의무를 이행할 수 있어 과반 지분 확보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매수 범위 확대가 곧바로 M&A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는 반론도 있다. 지난 6월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심포지엄 발표자료는 기존 경영권 프리미엄이 유지된다는 가정만으로 인수 부담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래 성사를 위해 인수자와 매도자가 프리미엄을 낮출 유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산정은 시행령에서 구체화할 핵심 과제다. 정무위 대안은 과거 매수가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이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했다. 지배주주에게 지급한 가격을 어떻게 반영하고 과거 거래를 어느 기간까지 살펴볼지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해당 심포지엄 발표자료는 높은 가격에 지분을 취득한 뒤 산정 기간이 지나기를 기다려 저가로 공개매수하는 전략을 억제하기 위해 과거 매수가격의 고려 기간을 12개월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외 규정도 점검 대상이다. 정무위 대안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과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기업의 주식 취득,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보유분을 합산해 이미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추가 취득 등이 예외로 담겼다. 추가 예외는 매수 목적과 유형, 다른 주주의 권익 침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거래를 허용하면서도 예외가 일반적인 경영권 거래의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요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보완 과정에서 우회 거래를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행매수와 매수물량의 기본 구조를 법률 단계에서 정비하고, 가격 산정과 추가 예외 기준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공개매수 이후 대주주 지분만 추가로 사주기로 약정하거나, 기준 지분율에 못 미치게 먼저 취득한 뒤 나머지를 인수하기로 미리 약정하는 식의 우회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