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지부문 실적 동시 하락…사업 다각화 필요성 대두북미 ESS 경쟁 과열 속 가격 방어·고객사 확보가 관건과거 ESS 실패 이력 극복할 모듈 조립 경쟁력 입증 주목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세방전지(004490)가 올해 상반기 납축전지와 전기차(EV)전지 양대 사업 축에서 나란히 실적 하락을 겪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성에 직면했다. 이에 자회사 세방리튬배터리를 통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모듈 조립 사업에 1500억원을 투입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북미 ESS 시장이 이미 가격 경쟁 심화로 판가 하락 압력에 놓여 있는 데다 과거 국내 ESS 사업에서 쓴맛을 본 이력도 있어 이번 승부수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세방전지 홈페이지)
납축전지·EV전지 수익성 나란히 하락세…사업 환경 변동성에 대응 '필요'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방전지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방전지는 납축전지와 EV전지 두 축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두 사업 모두 실적이 꺾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업구조상 사업 환경 변동에 따른 외부 충격을 상쇄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납축전지부문 매출은 8954억원, 영업이익은 7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13.9% 감소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동향 차량용 배터리 매출이 22.4% 줄어든 데다 원재료 비용과 수출 비용 등 영업비용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하방 압력이 거세졌다.
EV전지 부문의 실적 악화는 더욱 뚜렷하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43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넘게 확대됐다. 전기차 업황 둔화에 따른 고객사 수요 축소와 각종 비용 부담이 겹치며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프=AI 제작·IB토마토)
무엇보다 생산거점이 국내와 베트남 일부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도 큰 변수다. 세방전지의 해외 생산거점은 베트남 세방배터리비나가 유일하고 미국 소재 두 법인은 제조가 아닌 판매와 주선 기능만 담당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현지 생산거점이 없어 미국 시장 관세 부담이 고스란히 수익성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세방전지의 해외 지역별 차량용 배터리 판매 비중을 보면 미주가 25%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현지 정책 변동성에 따른 타격을 상쇄할 방안이 부족한 상태다.
결국 사업 여건 변동에 따른 타격으로부터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와 해외 생산거점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향 ESS 사업 확대 승부수…경쟁 심화 속 기술력 입증 '과제'
이에 세방전지는 자회사 세방리튬배터리를 통해 북미향 ESS 배터리 모듈 패키징 사업 확장에 나섰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가 겹치며 북미 ESS 시장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함에 따라 기존의 배터리 모듈과 팩 제조 역량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투자 규모는 시설투자(CAPEX) 기준 총 1500억원이다. 이 중 세방리튬배터리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1000억원이 핵심 재원이며 세방전지도 921억원을 직접 출자했다. 나머지 500억원은 세방리튬배터리가 보유한 현금과 외부 차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다만 이 사업이 뿌리 내리려는 시점에 북미 ESS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북미 ESS 시장은 다운스트림 단에서부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며 완제품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하는 추세다. 이러한 하방 압력은 밸류체인을 타고 셀과 모듈 공급망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이 시점에 핵심 원재료인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가는 오르는데 완제품 판가는 내려가는 구조 속에서 셀을 조달해 모듈로 조립·가공하는 세방리튬배터리는 원가와 판가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받는 위치에 놓여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ESS 완제품 가격 경쟁이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의 가격 하방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객사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세방전지는 최근 한 배터리 업체와 배터리 모듈 조립 계약에 성공하면서 2028년까지 누적 1조 8000억원 규모 수주를 확보했다. 하지만 사실상 고객사가 한 곳에 쏠려 있는 데다 북미 ESS 시장에 국내외 경쟁사들이 잇따라 진입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향후 고객사 다변화 과정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쟁 심화로 배터리 판가 하락 추세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진입할 경우 고객사 확보나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향후 시장 조정 과정을 거쳐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업체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수 있는 만큼 신규 플레이어로서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세방전지는 과거에 ESS 시장에서 쓴맛을 본 이력이 있다. 2015년 리튬인산철(LFP)·니켈수소(NiMH)·납축(Pb) 등 3종 배터리 기반 ESS 완제품 사업에 진출했지만 2019년 이후 국내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정부 지원책마저 끊기며 시장 자체가 붕괴하면서 사실상 사업 성장에 실패했다.
결국 판가 하락 국면에 다소 늦게 뛰어든 세방전지가 새로운 ESS 사업을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검증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고객사 다변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세방전지 측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