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PF)③기술·자금력 따라 양극화…대형사만 남나
대형사, 하이테크·AI 데이터센터를 신성장 축으로
중견사, 일반 시공에 머물러…PF·임차 리스크 부담
단순 시공 넘어 전력·냉각까지…데이터센터 판도 재편
공개 2026-05-2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6일 17:5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시장 침체와 PF 위기를 거치며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부지 확보와 인허가, 투자, 운영까지 직접 맡는 '데이터 디벨로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땅보다 전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산업이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와 인허가 병목, 막대한 초기 자본 부담이 맞물리면 브릿지론만 쌓인 채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데이터센터판 PF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IB토마토>는 데이터센터가 건설사의 새 수익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재무 부담으로 남을지 그 경계선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데이터센터 시장 급성장과 함께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두 데이터센터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수행하지만, 실제로는 전력·냉각·IT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설계·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과 운영 경험에서 업체별 격차가 커서다. AI 데이터센터로 갈수록 전력 효율과 운영 안정성 기준이 높아지는 만큼, 향후 시장 역시 기술력과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소수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산 글로벌 클라우드 센터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반도체·발전소 경험 앞세운 대형사들, 주도권 경쟁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00830)·현대건설(000720)·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들은 반도체 공장과 초대형 데이터센터, 발전 인프라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건물만 짓는 것을 넘어 전력·냉각·IT 설비를 통합 설계·관리하고, 초기 사업 구조와 공사비 최적화까지 함께 수행하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훨씬 큰 만큼, 업계에서는 단순 건축 기술보다 전력 효율과 운영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낮은 PUE(전력효율지수, Power Usage Effectiveness)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부터 냉각·전력·서버 부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주 경쟁 또한 설계·검증·시운전 경험을 갖춘 소수 대형사 중심으로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삼성물산·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같은 대형사는 반도체 팹과 발전소, 해외 플랜트에서 고난도 EPC를 수행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 회사는 데이터센터를 단순 건물 프로젝트가 아닌 'AI 인프라'로 보고, 반도체 공장·연료전지 발전·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하이테크 포트폴리오로 묶어 신성장 축으로 키우는 전략을 취한다. 
 
자금 조달과 사업 구조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일부 대형사들은 글로벌 운용사와 연기금, 투자사들과 협업하며 데이터센터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 구조 설계까지 참여하지만, 상당수 중견업체들은 브릿지 PF 단계 참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장기 운영 안정성과 임차인 확보 여부가 핵심인 만큼, 향후 운영 경험과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상위 업체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현대건설 제공)
 
액침냉각·하이퍼스케일·AI 인프라…대형사 전략 차별화
 
삼성물산은 데이터센터를 원전·에너지와 함께 미래 EPC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고 국내외 프로젝트 확대에 나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 글로벌 클라우드 센터와 해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며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 최근에는 비전도성 액체를 활용한 액침 냉각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는 등 냉각 기술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시공을 넘어 냉각·에너지 효율까지 포함한 '통합 하이테크 EPC'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본다.
 
현대건설은 금융·통신·플랫폼 기업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다수 확보해 국내 대표 데이터센터 시공 레퍼런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결제원과 KT, 네이버 등 주요 IT·금융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최근에는 용인 죽전 데이터센터를 통해 초대형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역량 또한 확대 중이다. 특히 망중립 구조와 고효율 냉방, 실시간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을 적용하며 친환경·고효율 데이터센터 모델 구축 역시 공들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데이터센터를 반도체·에너지 사업과 연결된 AI 인프라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 인천 부평 초대형 상업용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수행한 데 이어 그룹 차원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에도 참여하며 설계·시공·에너지 솔루션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연료전지와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를 묶어 AI 인프라 통합 솔루션 사업자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연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당사 역시 직접 시공과 일부 투자 방식으로 국내외 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장 변화에 맞춰 데이터센터 부문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사는 AI 데이터센터 설계·시공 최적화 통합 솔루션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인프라 솔루션 사업자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라며 "데이터센터 사업 역시 단순 신규 사업이라기보다 기존부터 수행해오던 하이테크 EPC 사업의 연장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PUE·전력효율이 관건…진입장벽 높아져
 
대형사와 달리 상당수 중견 EPC 업체들은 주택·오피스·물류센터 등 일반 건축 경험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업에서는 골조·마감 중심의 시공 역할에 집중하고, 전력·냉각·운영 설계는 별도 엔지니어링사나 설비업체에 의존하는 구조가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로 갈수록 냉각 효율과 전력 안정성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일부 중견업체들은 기술 기준 대응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고 본다.
 
자금 조달과 사업 구조 측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부 중견업체들은 데이터센터를 신사업이나 신규 수주 영역으로 접근하면서 브릿지 PF 단계 참여 비중이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개발사업과 달리 장기 운영 안정성과 임차인 확보가 중요한 만큼, 테넌트 유치가 지연되거나 운영 파트너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경우 공실과 PF 회수 부담이 커질수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시장이 건축 시공을 넘어 전력·냉각·운영 안정성, 금융 구조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하이테크 인프라 산업’ 성격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24시간 서버를 안정적으로 돌려야 하는 시설인 만큼, 전력이 끊기거나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곧바로 서비스 장애와 장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UE는 이런 데이터센터 수주 경쟁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전력 효율을 나타내는 이 지표는 전체 전력 사용량 대비 실제 IT 장비에 사용된 전력 비율을 뜻한다.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다는 의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통상 1.2~1.3 수준의 낮은 PUE를 요구하는데, 일부 중견업체들은 건물 시공은 가능해도 실제 운영 단계에서 이런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결국 냉각·전력 효율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임차인 유치가 어려워지고, 공실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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