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형 항공기 7대 인도…구매기 비중 33%까지 확대고유가 장기화에 구매기 전환 효과는 지연 가능성항공업 규모 축소 우려…방어적 비용 전략 효과적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구매기 비중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회계상 비용 통제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구매기 비중 증가는 초기 투자 부담이 있지만, 취득에 따른 금융 비용 일부를 자산화할 수 있어 비용 통제 측면에서 리스기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 3월 국제 유가 폭등으로 인해 비용 구조가 급격히 무거워지면서 이에 따른 일시적 비용 급증은 불가피하다. 다만, 구매기 도입에 따른 생존력은 장기적으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주항공)
기단 매각 나서며 비용 통제 강화
8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계약 만료에 따라 리스항공기 2대를 반납하고, 보유 중인 경년 항공기(기령 20년 이상의 항공기) 2대를 매각했다. 이에 지난 3월 총 44대였던 제주항공 기단 규모는 42대로 줄었다. 전체 기단 규모는 줄었지만, 구매기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구매기 비중은 2024년 말 20%에서 올해 5월 33%까지 높아졌다.
제주항공은 엔데믹 국면 이후 보잉사와 계약한 신형 항공기를 빠르게 인도 받는 중이다. 올해 7대의 신형 항공기가 제주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연내 제주항공의 구매기 비중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장기적으로 전체 기단을 동일 기종(B737-800) 구매기로 전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구매기 확대 전략은 비용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재무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가, 환율, 국제정세 등 외부 변수의 영향력이 큰 항공업 특성상 비용 통제력을 높여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지난 3월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폭등은 이러한 비용 통제력 강화 필요성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구매기는 리스기 대비 비용 통제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다.
구매기와 리스기는 각각 취득비용과 리스비 명목으로 정기적 비용 지출이 수반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구매기는 취득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를 자본으로 내재화할 수 있어 지출 비용 일부를 다시 회수하는 효과를 얻는다. 외부 요인에 따른 변수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회계상 이익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다.
비용 일부를 자본에 산입하는 이유는 자산 취득과 비용 발생 시점의 불일치를 맞추기 위해서다. 아울러 항공기 소유권 유무에 따라 회계처리 방식이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항공기 선급금 3979억원 중 174억원을 자본에 포함시켰다.
이는 리스기 이자비용 대부분이 비용 처리되어 온전히 지출로 간주되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운용리스 중심으로 항공기를 운영하는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 다수는 항공기 관련 임대 비용을 자본에 포함시킬 수 없다.
아울러 비용 측면에서 신형 구매기는 초기 취득비용이 크지만, 연료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초기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기는 주로 구형 항공기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연료 효율 측면에서 신형 구매기보다 효율이 낮다. 지난해 제주항공 운항 1편당 평균 연료비용은 465만원 수준으로 2024년(519만원) 대비 감소하는 등 연료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제주항공은 지난해 4분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고환율이 지속된 가운데 연료비 등 매출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을 절감한 효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도 500억원 수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불확실성 짙어진 항공업…기단 관리 효과 볼까
다만,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구매기 비중 확대에 따른 재무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은 지연이 불가피하다. 비중 확대에 따른 재무적 효과를 상쇄할 만큼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재무적 효과는 향후 유가가 안정화된 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동 정세가 안정화된 후에도 정유 시설 복구 등을 이유로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유가 안정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LCC 중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기 비중을 활용한 현금 확보 사례도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경년 구매기(연식이 15년 이상인 항공기) 2대를 최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에 운항 중단 사태가 속출하는 등 항공기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어 항공기 고정비용 부담이 이전보다 더 커진 상태다. 구매기 매각은 고정비 감소와 현금 확보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다. 제주항공이 구매기 2대를 매각한 것도 비용 통제력을 높이는 측면에서 단행됐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항공산업 지원 차 이번달부터 공항 시설 사용료 납부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 공항사용료는 착륙료, 주기장 사용료, 조명 사용료, 급유시설 사용료 등 운항에 필수적인 항목으로 구성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2122억원의 공항 관련 비용으로 썼다. 이는 총비용(1조 6916억원)의 12.5%에 달한다. 한시적 납부 유예는 일시적으로 항공사 비용 압박을 완화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측은 <IB토마토>에 "구매기 확대 등을 통해 유류비 절감 효과뿐 아니라 정비 및 원상복구에 드는 충당부채 부담도 줄일 수 있다"라며 "아울러 구매기는 항공사 자산으로서 매각이나 임대가 가능해 전략적인 자산 운영이 가능하기에 재무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