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세 탄 채권금리…기업 조달시장 '긴장'
시중 채권 발행 금리, 내림세 끝내고 연중 최고치 경신
경기 지표 회복와 증시활황, 당국 금리 인하 기대감 낮춰
시장 수급불균형, 내년 4월 WBGI 편입이 변수 될 수도
공개 2025-11-1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0일 14:5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채권시장이 하반기 들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하향 곡선을 이어가던 채권 발행금리는 9월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서 11월엔 연중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금리 인하 기조 약화,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주원인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채권자본시장(DCM)을 통한 자금 조달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시 활황 부작용?…채권 금리 다시 오름세
 
1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3.286%로 결정됐다. 이는 올해 최고치인 3.315%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해 지난 10월3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 추세를 보인 결과다. 이외 BBB-급 3년물은 9.135%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회사채 금리의 바로미터가 되는 국고채 3년물도 2.894%로 장을 마감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AA-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 추이 (사진=채권정보센터)
 
앞서 채권 금리는 올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지난 고금리 시기 발행된 채권 상환과 금리 인하를 노린 리파이낸싱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특히 발행 금리가 최저점을 경신하던 8월에는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회사채 발행이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직접금융 조달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회사채 발행액은 28조3243억원으로 전통적인 비수기 임에도 전원 대비 52%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일반 회사채 발행의 경우 전년 대비 562.8% 늘어난 5조71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9월 하순부터 채권 발생금리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회사채 발행에서도 금리 인상이 반영되 시작했다.
 
S-Oil(010950)의 경우 10월 진행한 회사채 발행에서 6월 발행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책정됐다. 6월 S-Oil의 회사채 금리는 3년물과 5년물, 10년물 각각 2.833%, 2.930%, 3.199%에 정해진 반면 10월 회사채 발행에선 똑같은 회차별 금리가 각각 2.889%, 3.027%, 3.191%로 책정됐다.해당 발행에선 단기채 금리에서 확연한 발행 금리 인상이 있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 감소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경기회복과 증시활황,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
 
당초 올해 시장에선 하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최근 힘을 잃어 연 1회 인하 이후 동결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4일 '11월 금융시장 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은행이 연 2.50%에서 2.25%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지속적인 동결을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보고서는 이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근 시장금리 급등세를 억제하고 내수 지원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10월31일 한미 통상협상이 타결돼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한동안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은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내년도 예산 증액과도 연계된다. 올해 정부와 여당은 728조원 규모 예산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늘어 가운데 그간 채권시장에서 이뤄진 공급을 뛰어 넘는 수요가 평형을 이루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후퇴하고 환율이 치솟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의 속도 지연의 이유로 거론된다. 현지시간으로 10월29일 열린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FOMC)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시장의 충격을 준 바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주요 경기 지표의 호조로 경기 낙관이 강화돼 당국의 금리 인하 여권이 악화된 한편 수급 부담까지 동반돼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도 확신할 수 없어 한동안 채권 금리는 최고점 탐색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발행 시장, 수요와 공급 균형 '관건'
 
금리는 기업 자금조달 시장과 직결된다. 아직 기업들의 하반기 인사와 사업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자금조달 시장의 바로미터가 공모채 시장에 등장해 이목을 이끈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2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SK는 올해 들어서만 네 번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총 1조2400억원 규모 자금을 공모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SK(003600)가 연이은 공모채 발행을 나선 것은 단기 자금인 기업어음(CP)을 갚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어 SK온도 다음 달 최대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SK증권(001510) 등 4개 증권사가 주관사로 나섰고 2년무로가 3년물로 뉘어 모집이 진행될 예정이다.
 
SK그룹은 고금리 시기부터 공모채 시장의 빅이슈어로 떠올랐다. SK그룹은 반도체부터 2차전지까지 주요 산업영역에서 계열사를 두고 있어 채권 시장 시황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앞서 작년 연말 발행을 진행한 SK텔레콤(017670)과 SK브로드밴드는 당시 12.3계엄 정국으로 혼란한 상황에서도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 내 증액과 금리 할인에 성공했다.
 
시장은 내년 4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BGI)에 정식 편입 이후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해당 지수에 편입 이후 장기적으로 최대 650억달러 수준의 자금이 채권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수급 불균형이 완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간 채권 시장을 뒷받침해온 개인 투자자의 심리가 채권에서 증권으로 옮겨갔다"라며"결과적으로 채권 시장에서의 전반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여건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불안한 수급이 이뤄지는 가운데 내년 4월 이후부터야 점진적인 회복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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