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채권 2500억원 유동화로 조달 경로 다변화 효과기존 대출 판매금 기반 재대출 증권화…차환 부담 덜어순손실에도 현금흐름 대폭 개선…시장 평가도 안정적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신한은행이
현대제철(004020)의 단기 차입금 대출채권을 유동화하여 차입 구조를 장기화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재무적 유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첫 발행된 대출채권 유동화 결과 현대제철은 단기 차입금 만기를 2030년으로 연장하는 효과를 얻었다. 증권으로 전환된 대출채권은 6월부터 3개월마다 새 증권으로 차환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2028년 9월부터 원리금 상환이 시작된다. 만기 연장 효과에 따라 자금 운용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유동화에 따른 재무 유연성이 효율적으로 유지되려면 현대제철의 상환능력 강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현대제철)
은행 대출채권 유동화…재무 유연성 확보 총력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차입금 채권자인 신한은행은 지난 4월 SPC(특수목적법인) 에스프로젝트에이치를 설립해 현대제철에 대한 대출채권 2500억원을 유동화했다. 유동화 대상은 현대제철이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차입금에 대한 대출채권으로 파악된다. 금융기관 등은 기업에 대한 대출채권을 유동화 할 경우 대상 기업과 협의를 통해 유동화를 결정한다.
현대제철은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사실상 낮은 이자에 차입금 만기 연장 효과를 얻게 된다. 에스프로젝트에이치는 현대제철의 대출채권을 인수해 2500억원 한도의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전단채 판매 대금은 다시 현대제철에 대출 형태로 이전됐으며, 재대출된 채권은 다시 증권화되어 최초 전단채를 차환한다. 지난 6월부터 재대출 기반의 전단채가 차환되고 있다. 차환주기는 3개월이며, 2030년 4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약정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28년 9월부터 재대출 기반 전단채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한다. 이르면 올해부터 시작되는 단기 차입금 상환 시점을 2028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업황 악화 속 대규모 해외 투자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차입금 상환을 늦춰 재무적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자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대출채권 유동화는 일반 대출 대비 이자를 낮출 수 있다. 아울러 향후 현대제철의 신용도나 상환능력이 향상될 경우 이자율을 조정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제철이 신한은행으로부터 마련한 차입금 이자율은 0.86~4.93%에 있다. 낮은 범위에 위치한 이자율은 유동화 채권 이자율로 보인다. 현대제철이 취한 대출채권 유동화는 차입금에 산계된다.
현대제철은 업황 악화 속 대규모 해외 투자를 앞두고 있다. 8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미국 제철소 건설 비용 중 절반은 현대차그룹 구성원과 포스코가 부담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이 미국 제철소 프로젝트의 주체가 되는 만큼 상당한 자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철소 준공 기한을 2029년으로 잡은 만큼 재무적 유연성 확보에도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에스프로젝트에이치는 전단채를 트랜치A(선순위 채권), 트랜치B(후순위 채권)로 나눠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각각 1250억원이다. 보통 SPC는 신용보강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원리금 상환 순위가 낮은 트랜치B에 높은 이자를 부여해 판매한다. 상대적으로 트랜치A를 부각시켜 판매를 촉진할 수 있어서다.
안정적 유동화 관건은 상환 능력
대출채권 유동화의 안정성은 기업의 상환 능력에서 시작한다. 유동화 증권을 구매한 투자자의 수익의 다수는 기업의 원리금 상환이기 때문이다. 에스프로젝트에이치는 대출채권 유동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 현대제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증권 상환재원 부족, 이에 따른 증권 판매 미달로 인한 차환 차질 등을 리스크로 꼽았다.
전단채 원리금 상환 개시 시점까지 현대제철이 원리금 상환 능력을 끌어올려야 향후 차환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현재 투자자 피해 등 논란이 되고 있는 홈플러스 대출채권 유동화 전단채는 근본적 원인이 홈플러스의 상환능력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은 차입금 상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현금흐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철강 업황이 악화돼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운전자본 조정 등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현금 창출을 최대한으로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제철은 별도기준 영업손실 636억원, 순손실 56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175억원 현금 유입이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현대제철은 순이익 1074억원을 거뒀으며, 현금흐름은 2117억원 유입 효과를 냈다. 재고자산 4000억원 감축 등 현금이 나가는 부분을 잡은 점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현대제철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향후 현금흐름 개선 여지가 나타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여전히 현대제철의 상환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현재 주요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현대제철 신용도는 AA(안정적) 등급으로 철강업계 내에서 우수한 편에 속한다. 아울러 지난 9월 회사채 발행에서 증액 발행에 성공하는 등 현대제철의 상환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유효하다.
현대제철 측은 <IB토마토>에 “대출채권 유동화는 신한은행이 주체이며, 자사 기준으로 해당 유동화는 통상적인 차입 활동이다. 아울러 본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이자율 감축 효과도 얻는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