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엔진(082740)이 아직 남아 있는 결손금 덕분에 향후 법인세 부담이 낮아지는 회계적 효과를 얻게 됐다. 결손금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향후 미래 이익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경우, 결손금을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다.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된 결손금은 비용으로 산입할 수 있어 법인세 과세 소득을 낮출 수 있다. 다만, 결손금을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엔진은 수주 호조에 힘입어 연내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고 이익잉여금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진=한화엔진)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된 결손금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엔진은 올해 상반기 법인세 수익 60억원을 계상했다. 법인세 납부 효과보다 환급 효과가 60억원가량 더 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기서 법인세 환급 효과는 향후 법인세 부담 경감을 의미한다. 또한 법인세 효과는 실제 현금 환급과 무관한 회계적 효과에 한정된다.
한화엔진이 지난해 연간 7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법인세 환급 효과가 더 큰 것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보통 영리법인은 당기순이익(소득)에서 비용, 비과세 금액 등을 공제한 과세 소득을 바탕으로 법인세를 납부한다.
법인세 수익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결손금의 이연법인세자산 인식 때문이다. 회계원칙상 결손금이 있지만, 향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 결손금을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 과세 소득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국내 회계규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1012호 36에 따르면 미사용 세무상 결손금은 과세소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경우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향후 순이익 등 과세소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한해 결손금을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의 취지는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재무 안정화를 빠르게 돕기 위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결손금 등의 이연법인세자산 인식은 폭넓게 이뤄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금융당국이 자산 계상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어 줄어드는 추세다. 회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외감법인의 감시 강화로 인해 지난해부터 결손금을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현재 제한적인 조건이 확실히 충족된 경우만 결손금을 이연법인세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다.
한화엔진의 재무 상황은 결손금을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엔진은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결손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엔진 인수(2024년 2월) 직전인 2023년 말 회사의 결손금은 1513억원이었고, 올해 상반기 357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동시에 올해 상반기 매출은 7059억원, 영업이익은 561억원, 반기순이익은 41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5799억원), 영업이익(381억원), 반기순이익(292억원)이 모두 증가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올해 상반기 350억원)은 지난해 상반기(372억원) 대비 감소했지만, 법인세 수익이 최종 반기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즉, 결손금이 한화엔진의 세 부담 경감에 도움을 준 모습이다.
수주 호조에 연내 결손금 탈출 가능성
한화엔진의 결손금 이연법인세자산 인식 회계처리는 올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손금이 모두 해소되고 이익잉여금 상태로 전환된다면 결손금의 이연법인세자산 인식 가능성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엔진의 순이익 증가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중에 결손금 문제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반기순이익 규모는 이미 결손금 규모를 능가했다. 올해 하반기 꾸준히 순이익이 창출될 경우 결손금이 완전히 공제될 것으로 보인다. 배당, 법정 적립 의무가 있는 잉여금 처리 등 변수가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연내 한화엔진의 이익잉여금 상태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화엔진은 꾸준히 매출부터 순이익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인 조선산업의 엔진 수요가 한화엔진의 매출 확대 근거로 꼽힌다. 선박 가격와 선박 엔진 가격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선박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높은 선박 엔진 가격이 반영된다.
특히 중국 조선소의 선박 엔진 부족 현상이 한화엔진의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의 호조로 인해 올해 상반기 회사의 수주잔고는 4조1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수주잔고(2조8063억원) 대비 1년 사이 1조2000억원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아울러 총 2800억원이 투입되는 생산량 확대 투자도 점진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현재의 환율상승도 한화엔진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엔진이 분석한 환위험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환율 10% 상승 시 회사의 당기손익은 267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엔진 측은 <IB토마토>에 이번 반기 법인세 수익 발생 배경에 대해 “과거 장기간 적자 운영에 결손금이 쌓여 왔지만, 지난해부터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해당 결손금을 이연법인세로 회계처리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