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몰린 LG…'빚 줄이기' 속도전
총차입금 3907억원, 반년 새 30% 감축
유동성장기차입금 1600억원 전액 상환 등
전자 3인방 부진 속 위기 대응 총력
공개 2025-08-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9일 16:0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G그룹이 상반기 실적 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친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066570)를 포함한 그룹사들이 ‘어닝 쇼크’에 빠지는 등 그룹 성적표가 흔들리자 지주사 LG(003550)는 총차입과 부채를 신속히 줄이며 재무 방어막 구축에 나섰다. 유동성 부담을 최소화하고 만기 분산 효과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사진=LG)
 
LG, 차입금 줄이며 유동성 위기 대응...글로벌 관세 파동 여파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 지주사인 ㈜LG의 6월 말 연결기준 기준 총차입금은 3907억원으로 지난해 말(5555억원) 대비 30% 가까이 감소하는 등 상반기 차입금을 크게 줄이며 재무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 단기차입금은 55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부분 상환했고, 단기 차입금으로 분류되는 유동성 장기차입금 1603억원도 반년 만에 대부분 갚은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장기차입금 1603억원도 반년 만에 모두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 중 2299억원이 유동성 대체되면서 장기차입금은 3897억원에서 1598억원으로 줄었다. 이 유동성 대체 금액과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성장기차입금(2300억원) 규모가 같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 유동성장기차입금 1603억원은 대부분 상환된 것으로 보인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부담을 낮추고 현금 보유력을 높여 위기 대응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LG가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보인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시장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선적으로 급한 불을 끄는 ‘차입 구조 조정’에 돌입한 셈이다. 실제 같은 기간 LG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올 상반기 1조3798억원에서 1조6872억원으로 22.3% 증가했다.
 
LG가 차입금 정책 조정에 나서면서 유동성 확보에 한숨 돌렸으나 하반기 미국의 추가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가전과 전장사업에서 원가 부담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경우 차입 감축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현금흐름 정상화와 공급망 최적화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차입 구조조정이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LG가 차입금 축소를 통해 유동성 방어력을 높였다는 점에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만기 도래 장기차입 규모가 커진 만큼 향후 이자비용 관리와 차환 전략이 재무구조 안정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기차입은 금리가 높고 유동성 리스크가 큰 만큼 기업들이 이를 줄이는 것은 재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LG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LG CNS IPO 이후 들어온 운용 자금 일부를 활용해서 차입금 상환을 진행했다"면서 "유동성 차입금 조정 일정은 시장 상황에 따라 향후 조달금리, 투자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실적 충격에 흔들린 상반기…위기 강조한 구광모 회장
 
LG그룹은 올 2분기 미국 관세 등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LG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97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2769억원으로 10.5%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2442억원으로 같은 기간 16% 감소했다. 1분기 대비로는 매출 7.1%, 영업이익 56.6% 급락했다.
 
특히 전자 3인방을 포함한 주력 계열사 부진이 두드러졌다. LG는 LG전자(066570), LG화학(051910), LG유플러스(032640), LG생활건강(051900) 지분을 30~40% 보유하고 있어 이들 실적이 지분법 손익으로 연결 재무에 직접 반영된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2분기 매출 20조7351억원, 영업이익 63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2%, 46.54% 감소한 수치다. 생활가전과 전장사업은 성장했지만 TV와 IT 수요 둔화, 미국 통상정책에 따른 관세 부담이 수익성을 크게 훼손했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실적을 두고 ‘어닝쇼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른 계열사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LG이노텍(011070)은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위축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 3조9346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2%, 92.48%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매출이 16.71% 줄어든 5조5870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116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LG생활건강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049억원, 영업이익 548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65.4% 줄어든 수치다. 화장품 부문은 16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21년 만에 분기 적자에 빠졌다.
 
이 같은 실적 침체 속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그룹 내 사업 재조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사장단회의를 통해 “리밸런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의는 단순히 미래 먹거리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제 자본이 투입된 사업의 존속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며 “구광모 회장이 직접 ‘리밸런싱’을 주문한 만큼 그룹 차원의 투자 우선순위와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은 올해 전략보고회를 생략하고 대신 ㈜LG 주도로 주요 계열사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일일이 검토하는 투자점검회의를 신설했다. 회의는 5월 중순부터 시작됐으며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핵심 계열사가 대상이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