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LG전자(066570)가 지난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다소 주춤한 실적을 끌어올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LG전자는 지금까지 가정용·상업용 공조 사업에 주력했으나 산업·발전용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등 대규모 수주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지 완결형 체제를 통해 지역별 환경에 맞춘 공조 사업을 이어가며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2분기 어닝쇼크 냉난방공조(HVAC) 사업으로 만회할까
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0조74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1조6944억원보다 4.4% 줄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9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조1972억원보다 46.6%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추산한 LG전자 2분기 실적 컨센서스(평균 증권가 전망치)는 매출 21조5933억원, 영업이익 8965억원에 달했지만 컨센서스를 밑돌아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1조2591억원을 기록해 1조원을 넘어섰지만, 한 분기 만에 6000억원대로 49.2%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5.52%에서 올해 2분기 3.08%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은 1조898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2조5324억원보다 25.0% 감소했다.
이처럼 LG전자 매출과 수익성이 줄어든 이유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로 관세 비용 부담이 늘고 경쟁이 심화되는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냉난방공조를 비롯한 전장 등 사업은 기업간거래(B2B)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냉난방공조 사업의 경우 거래선 대상 솔루션이나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도 변동성이 낮아, 다소 위축된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 수요를 메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성 ES 사업본부장(부사장)은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려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 성장을 만들어 내겠다”라며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성 ES 사업본부장(왼쪽)이 LG전자 HVAC 사업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사진=LG전자)
산업용 칠러 사업에서 2년 내 매출 1조원 목표
이에 LG전자는 올해 냉난방공조(HVAC) 사업으로 질적 성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가정용·상업용 사업에 머물러 있었지만, 산업·발전용 칠러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AI 데이터센터(DC)를 비롯해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해 B2B 분야 매출을 성장시킬 전망이다.
LG전자는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한 미디어데이에서 HVAC 사업 방향과 AI DC(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냉각솔루션 등 공조 시스템을 소개했다. 통합관제실은 건물의 공기, 온도, 조명, 보안시스템 등을 제어하는 두뇌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공조실에는 120명이 투입돼 있으며 80명은 주간, 40명은 야간에 교대로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너지가 급증하는 곳을 확인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초대형 냉방기 칠러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2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기계실에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터보 칠러, 폐열을 활용하는 흡수식 칠러, 가격이 싼 심야전력을 이용해 물을 얼리는 데 사용하는 스크류 칠러 등이 있다. 칠러에서 냉각된 물을 배관을 통해 공급하고 환수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LG사이언스파크에 설치된 터보칠러 (사진=LG전자)
아울러 LG전자는 최근 AI 기술 고도화로 관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냉각수 분배 장치(CDU)도 개발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인 CDU는 칠러에서 만든 찬물을 배관들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해 칩을 직접 냉각시킬 수 있게 했다. 향후 엔비디아에도 냉각 솔루션 공급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공조 사업은 국가나 지역에 따른 변수가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관세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LG전자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구독 등 논 하드웨어(Non-HW)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북미와 유럽에는 현지 기후와 주거 환경을 고려한 고효율 HVAC 솔루션을 제공한다. 연내로 인도에는 국내 창원에 있던 HVAC 제품 개발 전담조직을 신설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현지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HVAC 아카데미’를 올해 7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유럽 HVAC 사업 확대를 위해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오소 지분 100%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재성 ES 사업부장은 <IB토마토>와 질의응답에서 “기존 HVAC은 지금 미국에 헌츠빌 공장이 있어 에어솔루션 제품 등 현지 생산 일부를 맡고 있다”라며 “관세가 많이 먹히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글로벌 생산 기지 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글로벌 스윙(Swing) 생산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