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시니어주택)②선제 진출한 대형 건설사…수익성은 '딜레마'
현대건설 등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 진출
'분양'없는 공급 방식 탓 수익성 확보 어려움
수도권 소재 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만 경쟁력
공개 2025-06-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시니어 레지던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개발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그러나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에는 여전히 많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을 둘러싼 제도 현황과 시장 동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시니어 레지던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관련 프로젝트 시공 포트폴리오를 쌓는 데 집중하는 한편,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다만 현재 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의 한계 탓에 수익성 확보에는 애를 먹는 모습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공급된 시니어 레지던스 '더뉴그레이 침산파크' 조감도.(사진=매경주택)
 
대형 건설사 시니어 레지던스 진출 본격화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대우건설(047040),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다수의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전문 디벨로퍼인 엠지알브이(MGRV),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대에 시니어 레지던스를 개발 중이다. 지하 6층, 지상 14층, 214가구 규모 노인복지주택과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은평진관동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 PFV의 지분은 △현대건설 29.9% △엠지알브이 29.5% △이지스자산운용 19.9% △신한은행 15% △우리자산신탁 5.7% 등이 소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PFV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공은 동원건설산업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진관동PFV는 올해 2월 2500억원 규모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은 완료하고, 착공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또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일원에 분양형 시니어타운 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분양형 713가구와 임대형 179가구 등 총 892가구로 조성되는 시니어 레지던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고기동 사업은 PFV 참여가 아닌, 발주처인 ‘시원’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수행 중인 사업”이라며 “지난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 이전 인·허가를 마친 사업이기에 분양이 가능한 프로젝트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11월 입주를 목표로 경기 의왕시에 536가구 규모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시공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주택건축사업본부의 전략 과제로 ‘시니어 상품 개발’을 선정하고, 올해부터 관련 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총 사업비 4조5000억원 규모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에 프리미엄 웰니스 시니어 주거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파크로쉬 레지던스’ 상표를 출원했고, 이 시설에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건설도 올해 10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 복합단지에 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인 ‘VL르웨스트’를 조성 중이다.
 
‘유망 시장’ 이면엔…수익성 끌어올릴 제도 절실
 
지난해 11월 대구광역시 북구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실버타운 ‘더뉴그레이 침산파크’는 청약 당시 평균 2.52대 1의 경쟁률로 노년층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0세 이상 만이 입주 가능한 임대형 실버타운이다. 임대 보증금은 2억3000만~5억9000만원으로, 월 생활비는 190만~32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그러나 청약 이후 진행된 계약 단계에서 부진한 계약률이 기록되면서 올해 초 사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최초의 프리미엄 실버타운으로 주목받았지만, 시행사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사업 재구조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행 주택법 등에 따라 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 구조 탓에 주요 건설업계의 공격적인 사업 진출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분양으로 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임대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내 핵심입지 등에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를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전국 40곳, 9006세대 규모 노인주거복지주택 가운데 27곳(경기 15곳, 서울 12곳)이 서울과 경기지역 등 수도권에 쏠려있다.
 
삼일PwC는 보고서를 통해 “소위 ‘실버타운’이라고 불리는 노인주거복지주택은 수도권에 고급형 레지던스로 주로 조성돼 있어 비용이 높고,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내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은 부유층을 위한 실버타운과 저소득층 등을 위한 공공 서비스 등으로 양극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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