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해소된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TF 구성신한·메리츠·하나 금융 제재에, 금융당국 심사 촉각IB 확대 절실한 키움, 발행어음 인가에 전력 투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제도는 국내 증권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13년 도입됐다. 이후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대형 증권사들은 자금조달과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 쏠림과 업계 내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이제 종투사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증권사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종투사 제도의 현재와 그 파급효과, 그리고 증권업계의 대응 전략과 향후 시장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당국의 초대형IB 신규 인가 일정에 맞춘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삼성증권은 오너 리스크 해소에 맞춰 발행어음업 인가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어 자기자본 기준 충족 증권사들도 저마다 신규 인가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오너 리스크 털어낸 삼성, 발행어음 도전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프랙트 지분 100%다. 인수 가액은 15억 유로 한화로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사진=삼성증권)
이번 삼성전자의 조 단위급 인수합병(M&A)은 그간 삼성을 괴롭혀온 오너 사법리스크가 해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앞서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사업 전반에 걸쳐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이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오너 리스크는 상당 부문 해결됐다는 평가다.
삼성증권(016360)은 이에 발행어음업 인가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해 초대형IB로 지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2심 무죄판결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다소 해소된 만큼 올해 금융당국의 종합금융투자사 신규 지정 일정에 맞춰 발행어음업 인가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유력하다”라며 “발행어음 인가를 통한 레버리지 한도 증가로 중장기적인 운용 손익 개선 기대감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증권사별 리스크에 인가 여부 '촉각'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초대형IB 인가를 준비 중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키움증권(039490),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다. 이들 모두 사업 역량 확대를 위한 기업 신용공여 한도 증액과 발행어음 발행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증권처럼 초대형IB 인가와 발행어음업 인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은 까다롭다. 이에 저마다의 리스크 요인을 가진 증권사들의 고심이 깊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이슈가 걸림돌이다.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현재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준법감시관리자 확대, 보안관 제도 도입 등 강도 높은 내부감시체계를 도입했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다.
메리츠증권도 금융당국 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이화전기(024810)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퇴사한 직원 개인의 문제일 뿐 내부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에 대한 기준은 엄격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랩어카운트와 신탁계좌 운용 과정에서 채권 돌려막기 논란이 불거지기 했지만 금융당국이 기관경고에 그치면서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이후 하나증권은 대부통제 담당자 운영을 시작했고 현재 전담 부서를 통해 실무적으로 초대형IB 인가를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신규 초대형 IB 인가 배경으로 증권업 성장을 꼽는다. 올 3분기 현행 요건에 따라 새로 지정할 예정이며, 이후 지정 요건 강화와 단계적인 규제안 강화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금융당국의 초대형IB 신규 지정은 부동산에 치중된 증권업계 자금을 모험자금으로 돌리려고 하는 게 목적이라 수월할 것”이라며 “다만 정권 교체기와 겹쳐 있고 각 증권사가 가진 리스크 요인이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낙관은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IB 확대 필수요건 '발행어음'
주요 증권사들이 앞다퉈 발행어음업에 뛰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가만 되면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통해 단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이 필요한 IB업무 확대에는 필수다.
(사진=각 증권사)
대표적인 예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발행어음업 인가 이후 발행어음을 가장 주요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통해 기업공개(IPO) 주관시장과 부동산금융 등 전방위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키움증권 역시 초대형IB 진출을 공식화했다. 엄주성 대표 취임 이후 지난해 8월부터 발행어음 인가 TF를 가동했고, 올해 조직개편에서 종합금융팀을 새로 편제했다. 발행어음을 발판 삼아 IB 부문을 확대한 한국투자증권이 지향점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채권자본시장(DCM)에서 경쟁 증권사를 제치고 중위권에 안착했지만 부동산금융 비중이 커졌을 뿐 IPO 주관 등 주식자본시장(ECM)에선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