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이어 ECM까지 '때아닌 가뭄'…불확실성에 '뚝'
2월까지 활황이던 시장 3월부터 거래 급감
DCM에선 투심 약화·ECM은 당국 기조 영향
공개 2024-03-2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5: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올 초부터 활황을 이어가던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에서 갑작스레 거래가 이달 들어 감소했다. 1월과 2월 홍수같이 쏟아진 발행이 무색할 정도다. 3월 DCM은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 났다. ECM은 깐깐해진 금융당국의 잣대와 더불어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 탓에 거래가 급감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식어버린 DCM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1일부터 22일까지 발행조건을 확정한 회사채 공모는 모두 12건으로 1조3910억원에 달한다. 19건, 2조7132억원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규모에 비해 48.9% 줄어들었다. 아직 신한은행과 HD현대건설기계가 각각 2700억원, 500억원 회사채 수요결과를 내놓지 않았지만 이들을 합산해도 같은 수치 변화는 크게 없다.
 
3월부터 연초 유입된 유동성에 의한 채권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로 인한 가격 부담, 변동성 확대에 투심 약화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경민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연초 이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 축소가 지속돼 회사채 전반적으로 가격 부담이 생겼다"라며 "연초효과는 점차 약화하고, 통상 3월은 자금 유출 변동성이 확대돼 회사채 매수가 약화하고 약세 압력이 커지는 계절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과 2월 국내 DCM에선 연초 효과와 더불어 금리 안정화와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수요 증가로 기록적인 호조세를 이어갔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1월과 2월 기업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는 25조1140억원으로 전달 대비 67%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8.7%(8조2217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어 2월에도 발행 규모는 26조2373억원으로, 1월에 비해 1조1233억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전체적인 발행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시기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차환을 위한 기업 자금조달 수요를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신용 위험이 확대되는 경우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 연초 자금집행 효과가 소멸될 경우 화사채 투자 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깐깐해진 IPO 심사 유상증자도 난항
 
3월 딜 가뭄은 DCM뿐만 아니라 ECM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작년 말부터 활황을 이어가 시장의 기대감을 모았던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정정 공시 요청으로 상장 일정이 지연되는 일이 이어졌다. 유상증자에서도 금융당국은 깐깐해진 잣대를 들이댔다. 대형 유상증자는 자취를 감췄고 소규모 유상증자에서도 수차례의 정정 끝에 발행 조건을 확정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이노그리드는 지난 2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2차 정정 제출 요청을 받았다. 앞서 지난 15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정 제출 요청을 받은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이에 따라 기존 3월12일에서 3월18일까지 예정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4월18일부터 4월24일로 한 달 넘게 늦춰졌다. 기관과 개인투자자 대상 청약일도 기존 3월20일에서 21일 일정에서 4월29일과 30일로 미뤄졌다.
 
실제 최근 주식발행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청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월25일 현재 신규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해 발행 조건 확정을 기다리는 기업은 스팩주를 제외하면 12곳이다. 이중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곳은 디앤디파마텍과 노브랜드, 민테크, 아이엠비디엑스, 엔젤로보틱스 등 6곳이다. 얼마 전 발행조건을 확정한 케이엔알시스템도 3차례 정정 공시를 거쳤고 삼현도 2번의 정정 공시 끝에 발행 조건을 확정할 수 있었다.
 
지난해 ‘파두 사태’로 인한 심사 강화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금융당국의 엄격해진 잣대는 IPO 시장뿐만 아니라 유상증자에서도 그 기조를 이어갔다. 연예기획사 판타지오(032800) 금융당국의 제동에 2번의 정정 공시 끝에 발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다원시스(068240)도 올해에만 4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행에서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대형 건들이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4월 총선 등과 같은 변수가 마무리된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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