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현장점검)①승부사 메리츠증권, 대규모 미분양에 '고심'
선순위 구성 국내 부동산 익스포저로 건전성 자신
뇌관으로 떠오른 2100억원 규모 현대테리타워 은평
높은 분양가로 대부분 미분양…리스크는 지켜봐야
공개 2024-04-11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7:5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말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3분기에 비해 1조4000억원이 늘었다. 증권업계는 이 기간 부동산PF 대출이 1조5000억원 늘어 전체적인 상승을 이끌었고, 연체율은 13.73%로 금융권 중 가장 높았다. 시장에선 4월 위기설마저 돈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업계의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코자 한다. (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은 시장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다소 위험한 딜에도 뛰어들어 이익을 내는 노련함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사업보고서에서 나타난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중에는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악성 미분양 오피스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부동산 익스포저 대부분이 선순위로 구성돼 건전성에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사진=메리츠증권)
 
건전성 자신하는 메리츠증권…위험부담 '여전'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담보대출을 확약한 사업은 총 53건, 각 사업의 신용평가사 기록 대출 액수의 총액은 4조2490억원 규모다. 이 중 국내 부동산 PF 관련 사업은 총 34건, 2조6017억원으로 나타났다.
 
‘담보대출확약’은 준공 후에도 미분양 건물에 대한 담보대출을 확약하는 것으로 분양시장의 변동성 위험을 해소해 적절한 매도시기를 찾을 시간적 여유를 주는 효과가 있다. 이때 건설위험은 여전히 시공사에 남아 있으나 시공사의 책임준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비용을 들여 확보한 담보대출확약이 조건 불성취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 그렇기에 대출을 진행한 부동산개발사업 자체의 사업성이 중요하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국내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 전체 익스포저 중 97%가 선순위 대출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높은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에서다.
 
당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현 메리츠금융지주 그룹운용부문장)는 "국내 부동산 PF의 자산 건전성은 선순위 대출 중심으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매월 공정가치를 평가해 재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메리츠증권의 사업모델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높은 수익성에 대해서는 호평하지만 시장 노출 위험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투자위험을 수반한 고수익 추구 투자은행(IB) 사업모델로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했었다”라며 “다만 운용부문 확대 과정에서 시장위험에 대한 노출이 증가했고 해외부동산과 국내에선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관리는 지속적인 관리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미분양 위기…해결 방안은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국내 부동산 익스포저 중 단일 건으로는 '마운트시티스케이프' 규모가 가장 크다. 장부상 2100억원으로 메리츠증권은 해당 건에 대해 미분양 담보대출확약을 맺었다.
 
마운트시티스케이프는 유동화증권 발행과 상환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다. 주관 사업은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상업용지 10-2BL에 숙박시설,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개발하는 것으로,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참여해 현재 공사 중이다.
 
<IB토마토> 취재 결과, 해당 부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현대 테라타워 은평'이다. '현대 테라타워'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지식산업센터 브랜드로 해당 건물은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63-1(은평뉴타운 10-2블록)에 지하 4층~지상 20층, 연면적 7만5000여 ㎡ 규모로 지어진다. 업무시설 637실, 숙박시설 288실이 들어서고 이 중 상업시설은 지하 1층~ 지상3층에 총 119실이 분양된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활황기 당시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던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 분양시장이 최근 이어진 고금리 등으로 침체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지식산업센터 경매 매물은 평균 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42건 대비 76.1%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낙찰률은 25.9%로 전년 대비 4%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전년 75.4%에서 올해 67%로 떨어졌다.
 
현대 테라타워 은평 건설 현장 (사진=IB토마토)
 
한 때 은평뉴타운 내 핵심 입지로 꼽혔던 '현대 테라타워 은평'도 비켜가지 못했다. 현지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약 80%가 미분양됐다. 시행사 측에서 분양 조건으로 오피스의 경우 중도금 50% 전액 무이자, 상업시설운 중도금 40% 전액 무이자 등의 혜택을 내걸었지만 투자자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해당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부지 용도에 따른 호텔 시설 건립 문제와 그로 인한 분양가 상승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 테라타원 은평은 엄밀히 말하면 지식산업센터가 아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식산업센터 브랜드를 쓰지만 해당 부지 용도 문제로 인해 오피스와 호텔, 상업시설이 혼재된 복합시설로 분류된다. 본래 호텔 부지로 지정된 만큼 숙박시설을 운영해야 하고 오피스가 지식산업센터에 부족해 덩달아 분양가만 높아졌다.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12평 기준 오피스 분양가가 6억원 정도로 평당 5,000만원에 달한다. 비슷한 지역의 오피스텔이 7평에 2억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높다. 2년 전 투자자 모집 당시 공개한 분양가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현대테라타워 은평의 경우 분양가가 상식선을 벗어난 수준"이라며 "분양 후 세입자를 들여도 월세 120만원 정도로 투자금 대비 기대 수익률도 낮다"고 밝혔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과거 90% 까지 과다하게 대출을 해주며 투기바람이 불던 곳이 최근 역풍을 맞고 있다”면서 “당장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입주 업종을 대폭 확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당 부지는 원래 옆에 있는 롯데몰이 지어질 당시 같이 연계된 상업시설이 지어질 예정이었다"라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해당 계획이 틀어지면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업이 난항을 겪다보니 처음엔 유령회사에 넘겨졌다가 결국 하나자산신탁이 넘겨받기도 하는 등 손바뀜이 이어졌다"며 "하지만 해당 부지 조건 때문에 개발은 난항을 겪었다"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빗나간 수요예측, 서울시와 개발공사의 안일한 대처, 우후죽순 개발붐 등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 기본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메리츠증권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메리치증권의 그간 담보대출확약으로 올린 업력만큼 사업성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담보대출확약의 경우 미분양 분에 약속된 담보비율을 적용해 대출을 실행하기로 확약한 것"이라며 "확약자가 미분양을 담보로 대출할 것을 약속하면 PF대출금융기관은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대출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분양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에 리스크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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