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건설, 미분양 홍수에 '골머리'…털기 총력에도 소진시기 미지수
11개 단지 중 9개 단지 미분양…초기 분양률 56.6% 수준
당첨 후 계약 포기 사례까지 등장…다만, 현금 유동성은 양호
공개 2022-11-25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10:3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DL건설(001880)이 대규모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주택사업에 집중하며 전국에서 분양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전체 평균 초기 분양률이 절반에 그쳤다. DL건설은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고 매매심리가 하락하는 등 청약시장 한파가 지속되는 데다 분양물량 역시 많이 남아있어 물량 소진 시기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건설이 올해 지난달까지 전국에 공급한 11개 아파트 단지 중 9개 단지에서 분양 초기 미분양 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9개 단지는 △e편한세상 제천 더프라임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 △e편한세상 평택 하이센트 △e편한세상 사천 스카이마리나 △e편한세상 구미상모 트리베뉴 △e편한세상 옥천 퍼스트원 △e편한세상 헤이리 등이다.
 
이들 9개 단지(총 6376가구 분양) 분양 당시 1, 2 순위 청약에서 총 3608가구가 미분양됐다. 초기 미분양률은 56.6% 수준이다. 이후 DL건설은 이들 단지 중 어느 단지가 완판을 기록했다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규모 물량이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36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e편한세상 헤이리'의 경우 분양 초기 878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해당 단지의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계약금 500만원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 대출,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 등의 혜택을 내걸고 있다.
 
여기에 초기 완판했지만, 이후 잔여 세대 모집 공고까지 나온 단지도 있다. 분양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219가구 모집에 총 1329명이 청약했던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의 경우 지난 9월 115가구에 대한 잔여 세대 모집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 미분양 대거 발생은 최근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차갑게 식은 영향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가구 수가 쌓이는 가운데, DL건설의 계획된 물량의 분양이 시작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가구 수가 쌓일수록 수익성 저하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공사 중단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을 빨리 소진하기 위해 최근 여러 혜택을 주며 마케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분양이 흥행했을 경우 쓰지 않아도 될 자금을 소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라며 "또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자금유입이 원활치 않아,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하는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DL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국내 주택사업 집중도가 높아 타개책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DL건설의 매출 중 77.5%를 국내 건축 도급공사가 차지하고 있다. 진행하고 있는 해외사업은 전혀 없다.
 
전국적으로 계속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등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총 4만1604호로 전월(3만2722호) 대비 27.1% 증가했다. 수도권은 7813호로 전월(5012호) 대비 55.9% 증가했으며, 지방은 3만3791호로 전월 대비 21.9% 늘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DL건설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DL건설은 올해 9월 말 기준 5128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중견건설사 중에서는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축에 속한다. 금호건설 2282억원, 코오롱글로벌 1792억원, 태영건설 2143억원 등 다른 중견 건설사와 비교해 현금성 자산이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다.
 
DL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금 보유량을 고려했을 때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난 등의 발생은 우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또한 현재 미분양 발생 단지에서도 수요자들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등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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