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전자재료, 실리콘 음극제 '빚투'…차입 부담에 유동성 악화
외부 조달금 대부분 CAPEX로…유동비율은 63% 불과
은행 대출금만 1286억원…순차입금의존도 37%
자신감 원천은 '진입장벽'…문제는 성과까지 버틸 체력
공개 2023-06-09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7일 17:5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실리콘 음극재로 주목받고 있는 대주전자재료(078600)의 유동성 지표가 급격하게 하락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격적인 실리콘 음극재 증설 투자에 따른 차입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는 기술적 자신감을 토대로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기관 차입 만기 연장과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주전자재료의 올해 1분기 유동비율은 62.9%까지 떨어졌다. 2021년만 해도 144.8%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말 65.3%로 떨어졌고 계속 악화되고 있다. 유동비율은 통상적으로 100% 이하일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음극재 증설에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사실상 전방 배터리 셀 메이커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대신 금융기관 대출로 현금을 확보하고, 대부분 자본적지출(CAPEX)에 투입하고 있어 지표가 악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지위 등 성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적은 가운데 실리콘 음극재 증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에 비해 투자 계획 확대 중

대주전자재료는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CAPA) 확대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음극활물질에 실리콘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하이엔드 제품군을 확대하려는 배터리 셀 업체들의 요구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 대주전자재료의 실리콘 음극재가 적용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배터리가 포르쉐 타이칸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고, 전방 업체들의 요구가 증가하다 보니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대주전자재료의 CAPEX는 2017년 35억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부터 실리콘 음극재 설비에 투자하면서 100억원을 넘기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241억원, 지난해에는 304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실적에 비해 신규 설비 투자 계획이 계속 상향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주전자재료가 제시한 설비 투자 목표치는 479억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1939억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대주전자재료의 지난해 매출은 1741억원으로 전년대비 12.4% 줄었고 영업이익도 120억원에 그치며 32.0% 감소했다. 주력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전도성 페이스트 부문이 전방 IT시장 수요침체로 부진했던 탓이다. 올해 1분기에도 전도성 페이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8억원 줄었다. 전사 영업이익은 1억7500만원에 그쳤다.
 
투자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해 집행된 생산설비 투자비는 269억원으로 목표치 절반을 상회한 정도였다. 다만, 올해 1분기 집행된 생산설비 투자비는 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이다.
 
 
5년간 FCF로 592억원 빠져나가…재무안정성은 '악화일로'
 
실적이 시원치 않다 보니 영업현금흐름(OCF)이 CAPEX 지출을 커버하지 못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2018~2022년 동안 FCF로 빠져나간 금액만 592억원이다. 그나마 실리콘 음극재 매출 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CAPEX 증가 폭이 크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자연스럽게 차입금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 대출이 늘어나면서 단기성차입금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단기성차입금은 2020년 530억원에서 2021년 647억원, 2022년 1846억원으로 2년 만에 약 250% 폭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2048억원까지 불어났는데, 이 중 은행으로 부터 조달한 금액만 1286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은 768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2021년 126.2%에서 올해 1분기 195.3%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도 30.1%에서 36.6%까지 치솟으면서 재무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 1분기 이자비용은 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5% 증가했다. 
 
지난 5월24일에는 새만금 생산부지 매매대금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215억원 차입도 결정했다. 재무부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차입금을 늘리며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자신감 원천은 '진입장벽'…문제는 체력
 
재무부담을 감안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는 이유는 실리콘 음극재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주전자재료가 양산하는 산화규소(SiOx) 계열 음극재는 화학적 결합이 필요해 탄화규소(Si-C)에 비해 제조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BTR과 일본 신에츠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BTR은 Si-C로 비중을 옮기고 있고 신에츠는 자국기업 중심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기업들 가운데에서 SiOx 계열 음극재에 뛰어든 경쟁사는 아직까진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유일하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2024~2025년 내 데모플랜트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시점 대주전자재료가 독보적인 지위를 선점하고 있다.
 
심원용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 잠재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 속도는 더디고 양산성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체력이다. 실리콘 음극재 증설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실적 개선을 통한 현금창출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주력 매출제품인 전도성 페이스트를 제외한 태양전지전극재료, 고분자재료, 형광체재료, 금속분말의 매출을 늘리며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고부가제품인 실리콘 음극재 매출 감소폭도 크지 않고 CAPA 역시 현재 1000톤에서 올해 말 3000톤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내년부터 매출 비중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고객사들이 제시하는 요구 물량 대응에 맞춰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라며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이점을 놓칠 수 없는 측면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기관 차입 만기 연장 옵션과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도 고려하고 있다"라며 "머지않아 FCF 전환도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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