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용현 기자]
알에프텍(061040)과 자동차용 LED 모듈 업체
에코볼트(097780)의 합병 과정에서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뒤늦게 추가되면서 합병 절차의 적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능성 필름 제조업체
오성첨단소재(052420)는 최근 알에프텍을 인수한 직후 또 다른 계열사인 에코볼트를 알에프텍에 흡수합병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를 거치며 최초 주요사항보고서에는 없던 사업재편 위험과 실적 지속성 우려 등이 새롭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성첨단소재가 알에프텍과 에코볼트를 급하게 흡수합병시킨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에프텍 공장 전경. (사진=알에프텍 제공)
'관계회사' 이유로 실사 단축…정정신고서 통해 뒤늦게 공개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성첨단소재는 지난 3월27일 기존 최대주주인 알에프스탠다드로부터 알에프텍 지분 33.6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약 12일 만인 4월8일 기존 계열사인 에코볼트를 알에프텍에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확정했고, 같은 달 13일 알에프텍 이사회는 해당 합병을 결의했다.
통상 기업 합병은 기업가치 평가와 재무·법률 실사, 합병비율 산정, 계약 협의 등 상당한 준비 기간을 거친다. 특히 최대주주가 변경된 직후 계열사와의 합병은 이해관계와 거래 적정성 검토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는 비교적 빠르게 추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이번 합병은 알에프텍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맞물려 추진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알에프텍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최근 바이오 자회사 알에프바이오 경영권을 엑세스바이오에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앞서 오성첨단소재 역시 알에프텍 인수에 앞서 계열사인 엔에스엠(NSM)을 흡수합병하는 등 계열사 재편을 이어온 만큼, 일련의 거래가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개편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합병 관련 공시 과정에서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잇따라 추가됐다. 금융감독원은 알에프텍이 제출한 주요사항보고서(회사합병결정)에 대해 지난 6월24일과 7월10일, 7월22일, 7월 24일 네 차례 정정을 요구했으며, 총 8건의 정정신고서가 제출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타법인 검토 유무' 항목이 새롭게 추가된 점이다. 앞서 이례적으로 빠른 회사 간 합병의 이유로 알에프텍은 "동일 최대주주를 둔 관계회사인 만큼 사업성 및 재무실사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계회사라는 특성상 내부 정보 접근성이 높아 검토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합병 절차와 비교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가 관심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대주주 중심의 사업재편 위험도 정정 과정에서 새롭게 반영됐다. 회사는 합병 이후 오성첨단소재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알에프텍의 인적·물적 자원이 재배치될 수 있으며, 향후 추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재했다. 이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사업 시너지 확보를 넘어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과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새롭게 알린 것이다.
최대주주 중심 사업재편 가능성·에코볼트 실적 지속성 우려 반영
에코볼트의 실적 지속성에 대한 설명도 최초 신고서보다 구체화됐다. 합병 당시 에코볼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10억 8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우량 기업으로 평가됐지만, 회사는 이후 정정신고서를 통해 해당 실적이 전장용 부품 원자재와 재고품 판매 영향에 따른 것으로 사업 구조 자체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오히려 전년보다 확대돼 영업이익 개선과 별개로 정상적인 수익력이 확보됐는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재무상태는 부채비율 10.76%, 현금성자산 1012억원을 보유 등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알에프텍도 지난해 매출이 2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고, 영업손실 252억원과 당기순손실 305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2년 60.2%에서 지난해 119.0%까지 상승했고, 신용등급도 BBB-에서 B-로 하락했다. 존속법인의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우량한 소멸법인을 흡수하는 구조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재무 여건을 반영하듯 오성첨단소재는 지난 2월26일 알에프텍 인수 당시 우발채무 가능성에 대비해 인수대금 320억원 가운데 45억원을 에스크로로 예치했다. 에스크로는 거래 종결 이후 우발채무나 계약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매매대금 일부를 일정 기간 제3자에게 맡겨두는 장치다. 알에프텍의 전환사채 상환과 종속회사 투자자 풋옵션 해지 등 기존 사업과 관련한 잠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해당 금액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합병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단기간에 추진된 계열사 간 거래라는 점뿐 아니라, 이후 정정신고서를 통해 실사 기간 단축 배경과 최대주주 중심 사업재편 가능성, 에코볼트 실적의 지속성 등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뒤늦게 보완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최대주주 변경 이후 자회사 매각과 계열사 합병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가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 과정의 일환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이 충분히 고려됐는지는 향후 합병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주목될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오성첨단소재 측에 합병 추진 배경과 정정신고서를 통해 추가된 위험요인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