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생명공학, 자본잠식 기업 인수…'자금조달 창구' 활용?
사균 'NF1' 보유 기업 '이뮤노바이오텍' 인수…부채비율 568.1%
건기식 사업 확장 이유 밝혀…기술 가치 앞세워 자금 조달 가능성도
공개 2023-01-06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4일 18: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에스디생명공학(217480)이 자본잠식 상태인 비상장기업 ‘이뮤노바이오텍’을 41억원에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이뮤네바이오텍을 발판삼아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모습이지만, 현금창출력 악화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이뮤노바이오텍이 보유 중인 기술적 가치를 앞세워 자금조달 창구를 마련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에스디생명공학 충북 음성 제2공장. (사진=에스디생명공학)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달 30일 유산균 원말·완제품 제조기업 이뮤노바이오텍(구 바이오제닉스코리아)의 지분 30.1%를 41억원에 취득했다. 취득 규모는 에스디생명공학의 자기자본(430억원) 대비 9.59%에 해당한다. 지분 취득은 현금취득과 전환사채(CB) 매각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뮤노바이오텍은 사균(죽은 유산균) ‘NF1’으로 관련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NF1은 김치에서 유래한 유산균의 세포 다당체 성분만 발라서 농축한 물질이다. 소장에서 잘 흡수되도록 나노화 과정을 거쳤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생균은 발효유나 알약, 포처럼 건기식 형태로만 제조가 가능하지만, 사균인 NF1은 일반 음식료품에도 첨가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뮤노바이오텍은 이 같은 NF1의 범용성을 앞세워 2017년 46억원, 2018년 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코센(009730)에 285억원에 인수됐다. 당시 NF1이 사균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란 유산균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코센이 인수한 이후 시장에 안착하는 건 기대만큼 녹록지 않았다. 인수 이듬해 63억원의 매출을 정점으로 2021년 57억원, 2022년 10억원으로 계속 쪼그라들었다. 지난 3년간 누적 순손실은 총 109억원이다. 지난해 말 자본금이 43억원인데 자기자본이 6억원밖에 남지 않아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상태다.
 
 
 
결국 최대주주인 코센은 이뮤노바이오텍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보유 중이었던 이뮤노바이오텍 주식 129만9570주를 에스디생명공학에 넘긴 것이다. 당초 166만8738주를 넘기고 53억원을 받을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과 9월에 이어 계약금 5억원, 중도금 1억원을 받았고, 11월 잔금 47억원을 받았다. 이는 현금 30억원과 에스디생명공학이 발행한 17억원 규모의 CB로 구성됐다.
 
그러나 과거 코센이 자회사 대출 과정에서 이뮤노바이오텍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코센은 에스디생명공학에 129만9570주만 넘기고, 12억원어치 CB는 반환했다.
 
이뮤노바이오텍이 에스디생명공학으로 넘어왔지만, 인수 배경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이뮤노바이오텍은 자본잠식 상태일 뿐만 아니라 32억원 규모의 부채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568.1%에 달한다. 이뮤노바이오텍의 주인이 되면 사실상 빚을 떠안는 셈이다.
 
인수자인 에스디생명공학의 재무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점도 다소 우려되는 대목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2018년 흑자를 기록한 이후 최근 3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채원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SNP의 중국시장 진출에 따라 2018년 156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높은 중화권 수출의존도가 되려 실적 하락의 원인이 됐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전반적인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3년 누적 순손실은 745억원에 달하며, 이에 따라 2020년 392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34억원의 결손금으로 돌아섰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20년 –88억원, 2021년 –231억원, 2022년 3분기 –347억원을 기록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이 내세운 인수 이유는 건기식 사업 확장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2020년부터 건기식 사업 확장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지난해 말 충북 음성에 건강식품 제2공장을 준공했으며, 9월에는 아이큐어(175250)와 건기식 사업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뮤노바이오텍을 인수해 건기식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실적 반등을 꿰한다는 계획이다. 확장성이 높은 NF1을 자사의 생산력과 접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에스디생명공학이 자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를 자회사로 둠으로써 투자 활동을 개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NF1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후속 임상 등을 진행할 수 있고, 잘만 흘러간다면 추후 기업공개(IPO)까지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업의 바이오벤처 인수 배경에 대해선 일일이 다 알 수 없다”라면서도 “해당 회사가 가진 핵심 물질의 잠재력이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산하 법인으로 끌어들여 외부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것이 흔치 않은 광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에스디생명공학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뮤노바이오텍을 인수한 것은 그곳이 유산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인 만큼, 우리가 가진 사업능력과 접목해 제품을 다양화시키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라며 “향후 이뮤노바이오텍을 통한 자금조달 관련 공시가 나갈지는 모르나, 주목적은 건기식 사업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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