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정유' 뜨는 '배터리'…에너지 전환시대 '환승이직'
정유사 직원 움직임 감지…배터리·수소·바이오 회사 등 이직
임금 상승 등 직원 잡기 안간힘…다각화 등 새 회사 꾸리기 집중
공개 2022-11-21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7일 17: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최근 이직 시장에서는 정유사에서 배터리사로 전문 인력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구(舊) 에너지에서 신(新) 에너지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젊은 실무진들의 이직이 늘어나며 인재 기근이 우려되는 정유업계는 이탈을 막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시대와 맞물려 정유사에서 배터리사를 비롯해 수소, 바이오, 폐플라스틱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직원들의 이직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유업계 직원수는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4년간 업체별로 최대 84명, 최소 28명 등 직원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도 역대급 호황을 자랑했지만 직원수는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탄소중립 방향성 자체가 대세라는 것은 업계에서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떠나는 직원 잡으려 급여 올리는 정유사
 
개별 정유사 직원수, 평균근속기간과 평균급여액을 살펴보면 정유업 이탈 경항성은 보다 뚜렷이 드러난다. 이 중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인력 흐름이 유사하다. 실제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여 간 직원수, 평균근속기간은 줄었으나 평균급여액이 최근 급증했다. 약 4년 간 직원수는 1.37%, 평균근속기간은 4개월 줄었다. 평균급여액은 2019년 1억900만원에서 2021년 1억2100만원으로 11% 증가했다. 2020년까지 직원수와 함께 평균근속기간이 줄었으나, 지난해부터 평균급여액이 반등하며 회사에서 인력관리에 나선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의 경우 4년 동안 직원수는 0.33% 줄었지만, 평균근속연수는 4개월 늘었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평균급여액(1억1147만원)이 지난 2019년 총 평균급여액(1억1109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이탈현상으로 신규직원 및 남은 직원들을 묶어두고자 급여 수준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제2공장 올레핀 생산시설 준공을 기념해서 전체 임직원에 기본 연봉의 15%를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이것까지 반영하면 올해 평균급여액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S-Oil(010950)(에쓰오일)은 4년여 간 직원수는 2.6% 감소하고, 평균급여액(4%+α)과 평균근속기간(1년2개월)은 동반 상승했다. 인원 보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가운데 평균근속연수가 높은 경력직 직원들만 남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유사를 떠나는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사원을 비롯해 대리와 신참 과장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리급 실무진들이 회사를 떠나자 일부 현장은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우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1980~1990년대생인 MZ세대는 워라밸이나 연봉 등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면 회사에 대한 배신이라 생각지 않고 옮기는 경향이 강하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영향”이라며 “기업도 수년 전부터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대리나 과장급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터리사 신참 영입에 정유사 사업다각화로 대응
 
반면 배터리사는 전체적으로 직원수가 늘고 평균근속연수와 평균급여액은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신규직원 유입이 활발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이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4년여 간 직원은 62.69% 증가한 가운데 평균근속연수는 3년 5개월 가량 감소했다. 동기간 평균급여액도 31.16% 줄어들며 성장 회사의 면모를 드러냈다. 삼성SDI는 직원수(2.8% 증가), 연봉(지난해 기준 41% 증가), 근속년수(1년1개월 증가)가 동반 상승해 기본 체제를 유지하면서 성장을 꽤 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096770)(SK이노)에서 분사하며 재무제표를 따로 작성하게 된 배터리회사 SK온은 직원수가 9개월만에 41.5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가 따로 공개하지 않은 2019~2020년 배터리 사업부문 직원수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보다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이 지난해말 기준 10~12월까지 지급한 평균급여액은 3100만원(추정 연봉 1억2400만원)이다. 올해 6월 기준 평균급여액이 5400만원(1억8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젊은 직원들의 입사가 활발했던 것을 짐작게 한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같이 다수 정유기업들은 사업다각화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S-Oil(010950)과 GS칼텍스는 관련 사업인 석유화학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에 더해 GS칼텍스는 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을 비롯해 전기·수소차 충전소사업 등에 진출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수소충전소와 연료전지 발전, 화이트 바이오 사업, 화학·소재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가장 이색적인 것은 기존 주유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공간을 임대해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거나 프리미엄 손세차와 중고거래 시장까지 손을 뻗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에너지 전환 흐름을 알고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사업다각화를 준비해 왔다”라며 “수익의 상당 부분을 사업전환이나 다각화에 재투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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