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맥 못 추는 해외 수주…사우디서 반등 기회 잡나
도시정비사업 '7조 클럽'…해외 수주는 단 2건 그쳐
코로나로 발주 감소한 '중동 집중' 전략 탓…사우디 추가 발주 예상
공개 2022-09-14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6: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국내에서 활발히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7조원이 넘는 수주고를 기록할 정도로 독주하고 있지만, 해외수주에서는 5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추가 발주가 예상되고 있는 사우디 사업이 반등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건설 사옥. (사진=현대건설)
 
8일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수주금액 10억9056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년 동기(18억3343만달러) 대비 40.5%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계약건수도 지난해 7건에서 올해 2건으로 줄었다. 올해 사우디 '쇼아이바 PV 380kV BSP 변전소 확장 공사'(9억6266만달러), 싱가포르 'Labrador Road 오피스'(2억1569만달러) 등의 신규계약을 따내는 데 그쳤다. 전체 순위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 수주를 휩쓸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건설은 광주 광천동 재개발(1조7660억원), 과천 과천주공8·9단지 재건축(9830억원) 등 굵직한 사업들을 따내며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 7조75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정비사업에서 수주액 7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로 현재 추세라면 4년 연속 업계 1위 달성은 물론 정비사업 수주액 역대 최고 기록 경신도 가능해 보인다.
 
매출도 국내 비중이 더 크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에서는 5조8523억원을 기록했고, 해외에서는 4조492억원의 매출을 냈다. 특히 국내 건축·주택 부문이 4조733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매출의 약 절반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플랜트·전력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했는데, 2조3084억원으로 국내 건축·주택 부문 매출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현대건설의 해외수주 부진 원인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 집중한 전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중동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건설사 중 하나다. 지난해 신규계약 건수 총 13건 중 9건(사우디 7건, 카타르 1건)이 중동에서 따낸 것이었다. 그 외에는 싱가포르 2건, 페루 2건, 베트남 1건이다.
 
주요 중동 국가들은 산유국인 탓에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가 상승하면 재정 상황이 나아져 여러 사업을 추진하며 발주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유가가 지난 2020년 2분기에 폭락하면서 발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최근에서야 유가가 많이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는 추세다.
 
 
국내 경쟁사들과 비교해 봤을 때도 현대건설의 순위는 하락하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에는 총 41억6161만달러를 수주해 국내 건설사 중 해외수주 1위에 올랐지만 2020년 2위, 2021년 3위를 기록하며 한 계단씩 내려왔다. 대신 삼성물산(028260),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치고 올라왔다. 올해는 이날 기준 6위까지 순위가 떨어진 상태다.
 
수주잔고도 국내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수주잔고는 전년 말 대비 15.2% 상승했지만, 해외 사업만 놓고 보면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90조6985억원의 수주잔고 중 국내사업이 63조1120억원으로 69.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사업은 27조5865억원으로 30.4% 수준이다.
 
다만, 현대건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우디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는 총 65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이는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의 저탄소 스마트 도시를 짓는 대형 사업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옴 프로젝트 전체 사업비 5000억달러 중 건설 비용을 30~40%라고 가정해도 총 1500억~2000억달러의 발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중 실제 발주가 된 금액은 아직 9~13%에 지나지 않아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의 네옴 관련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측도 달러 강세, 고유가 등 수주 여건 개선에 더불어 사우디에서의 시공 경험 등을 바탕으로 수주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대건설은 그간 사우디 등 중동에서 수행한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통해 역량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라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 건설사업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수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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