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노스메드, 닷새 만에 또 유증…계속되는 '급한 불 끄기'
자본잠식률 20.6%에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까지 '첩첩산중'
이달 말부터 200억 규모 전환사채 풋옵션 효력 발생
공개 2022-06-2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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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신약개발업체 카이노스메드(284620)가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풀어내기 전에 유상증자 등 회생 수단을 동원하며 곳간을 채우는 모습이다. 기술특례상장 3년 차에 접어든 카이노스메드는 올해 12월 관리종목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이노스메드는 15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SC유나이티드이며 신주 103만3592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앞서 10일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485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신주 560만주가 발행되며 주당발행가에는 25%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유입자금은 운영자금(277억원)과 채무상환자금(200억원), 기타자금 8억원으로 쓴다.
 
이달 결정한 2건의 유상증자 중 대부분의 자금을 주주배정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인 만큼 차질 없이 증자를 완주하려면 주주들의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 오는 7월28일 발행가액 확정예정일까지 현재 주가 수준(17일 종가 2115원)을 유지해야 모집 규모를 사수할 수 있다. 확정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액이다. 청약일 전 과거 제3거래일~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서 할인율 40%를 적용한 액수가 더 높으면 해당 가액으로 결정된다.
 
카이노스메드의 경우 이번 증자 대금이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마중물이 되는 모양새다. 자본총액이 늘어나는 만큼 재무 개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237.9%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46.2%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지난 2020년 6월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기술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각각 A, A등급을 획득하며 높은 성적으로 기술성평가에 통과했으나, 저조한 기술이전(L/O) 성과, 매출실적은 걸림돌이었다. 상장 이후에도 이렇다 할 기술이전 실적이 나타나지 않으며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회사의 재무지표는 2017년 설립 이후 지속된 영업적자로 결손금이 891억원가량 쌓였고, 자본총계는 11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2019년까지 12.5%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2020년 149.7%로 급격히 치솟아 올해 1분기 237.9%를 기록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업계 평균(20.5%)을 웃도는 65.7%에 달한다. 유동비율의 경우 119.3%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지만 이 또한 지난해 말 143.7%에서 떨어진 것이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것으로 통상 100% 이하일 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해석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자본잠식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코스닥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후 3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는다. 올해로 상장 3년 차에 진입한 카이노스메드는 곧 유예기간이 끝난다. 회사의 자본금은 110억원, 비지배지분 제외 자본총계는 88억원으로 현재 20.6%의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률 50%까지 남은 여유분은 32억원으로 연말까지 이 이상의 순손실이 발생한다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다.
 
 
  
카이노스메드는 작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자본잠식에서 탈피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12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회사의 자본총계는 39억원으로 자본금 105억원을 한참 밑돌며 자본잠식률이 6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된 5억원의 자본금을 제외하고 120억원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넘겼다.
 
이같은 추가 자금조달 행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본질적인 수익성 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급한 불 끄기’식 미봉책만 반복될 수 있다는 평가다.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는 –24억원인데, 통상 FCF가 마이너스(-)면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더해 2020년 6월 발행했던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효력이 오는 30일부터 시작돼 풋옵션 행사로 인한 자금 유출 가능성까지 상존하는 상황이다.
 
카이노스메드는 뇌질환과 암, 감염성 질환 등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5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21억원을 투자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임에도 재무활동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 투자활동으로 지출하는 방식을 이어온 것이다.
 
회사는 앞서 13~1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된 ‘2022 바이오USA’에 참여해 대표 후보물질 KM-819의 임상 현황을 발표하기도 했다. KM-819는 파킨슨병과 다계통위축증 2가지 적응증을 타깃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카이노스메드는 공지를 통해 "필요한 연구개발, 회사운영 자금 대부분 CB에 의존한 자금유치로 단행됐고, 이로 인해 재무구조적 문제와 주식가치 유치 문제 등에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이번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결정은 회사가 임상개발, 사업개발에 효율적이면서 신속하게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력 개발 프로젝트는 KM-819의 미국에서의 파킨슨병 임상2상 개발, 한국에서의 다계통위축증 임상2상 개발, FAF1-exosome의 항암제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주식가치 안정화와 동시에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고 기업가치 상승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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