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큐브, 자본잠식 우려에 유증…지배력 리스크 대두
운영비 확보 위한 446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손금 593억원…눈앞까지 온 자본잠식 피할 목적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경영권 불안정 이슈
공개 2022-03-16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5일 18: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에스티큐브(052020)가 주요 파이프라인의 기초연구와 임상시험 비용 등을 위한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 운영자금 확보가 아닌 지속된 적자로 쌓인 결손금 탓에 자본잠식을 코앞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자로 인한 재무 개선 효과 이면에는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5.6%)로 지배력 약화가 예상돼 안정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티큐브는 보통주 115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상모집가액은 3875원으로 총 446억원 조달을 목표로 한다.
 
 
 
모집자금은 전액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STT-003(hSTC810)’ 1상 임상시험비용과 후속 파이프라인 ‘STT-002(hSTM418)’의 임상시험, 기초연구비 등으로 쓰며 올해부터 2024년까지의 운전자금(공통연구비·판관비)으로 활용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운영자금 확보 외에도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에스티큐브는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자본잠식 우려가 존재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자본금은 159억5600만원, 자본총계는 161억6400만원으로 부분 자본잠식까지는 2억8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지난해 결손금이 593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실적 개선이나 자기자본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적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IT유통 부문은 단순 유통업이라는 특성상 낮은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사업인 바이오 신약개발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로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스티큐브의 판매비와 관리비를 살펴보면 2018년 106억원, 2019년 115억원, 2020년 130억원, 2021년 192억원으로 점점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8년 -104억원, 2019년 -31억원, 2020년 -127억원, 2021년 -190억원으로 적자였다.
 
이에 당기순이익은 2018년 -107억원, 2019년 -120억원, 2020년 -160억원, 2021년 -215억원으로 2018년 이후 적자폭이 커지면서 결손금에 영향을 줬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매출을 거둬야 하지만 매출의 99.7%(지난해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IT유통은 특정 매출처(원우이엔지)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 거래 상대방이 결정하는 물량 배분 방안·전략, 상황에 따라 에스티큐브의 매출이 결정되는 탓에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해 IT유통의 매출은 원우이엔지가 수출하는 거래처 보쉬(BOSCH) 등이 셧다운 돼 납품 일정이 연기된 영향으로 전년 대비 21.7% 감소한 79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 부문은 보유하고 있는 주요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임상 2상 이하의 낮은 단계로 매출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추가적인 연구개발 비용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에스티큐브 측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 ‘hSTC810’의 연내 임상 1상과 함께 기술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hSTC810의 임상 진행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조달은 필요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재무구조가 개선될 만큼의 전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라는 변수가 크지 않은 방안을 통해 자본잠식 위험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자기자본의 50%가 넘는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215억원, 133.2%)이 발생, 올해나 내년 이 비중이 50%를 넘을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데 유상증자가 마무리될 경우 이 같은 위험도 예방할 수 있다.
 
대표주관회사 KB증권과 공동주관회사 한양증권(001750)이 최종 실권주에 대한 잔액인수를 하기에 유상증자 자체는 문제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려를 키우는 것은 최대주주의 지분이다. 현재 에스티큐브의 최대주주는 바이오메디칼홀딩스로 4.62%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인 에스티사이언스와 박준용 부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5.59%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바이오메디칼홀딩스는 이번 유상증자 배정 물량의 20%에 대해서만 청약을 한다. 20%만 참여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바이오메디칼홀딩스의 지분율은 3.6%로 떨어지게 되며 특수관계인과의 지분을 합한다고 해도 4.41%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5% 내외의 낮은 지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에스티큐브는 최대주주가 배정된 유상증자 물량을 모두 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보유한 우호지분으로 인해 경영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티큐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증권신고서에 나온 청약률은 최대주주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현재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또한 우호지분도 많이 들어와 있어 내부적으로 직접적인 경영권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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