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AR·VR사업 뭐하나 봤더니···더 큰 시장 정조준
KT, 현대중공업과 AR·VR 활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 중
SKT·LG유플러스, 게임·면접·교육·여행 등 소비자용 콘텐츠에 집중
산업용 AR·VR 시장, 엔터테인먼트보다 커져
공개 2021-12-20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6일 17: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메타버스 열풍과 더불어 이통3사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사업 경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다양한 고객용 VR 콘텐츠를 선보이는 SK텔레콤(017670)·LG유플러스(032640)와는 달리 KT(030200)의 경우 관련 사업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T 측은 고객용(B2C)보다는 산업용(B2B) AR·VR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15일 KT는 “현대중공업(329180)과 손잡고 AR·VR 등을 활용해 조선소에서의 위험한 작업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AI원팀(AI One Team) 결성으로 인연을 맺은 KT와 현대중공업은, 같은 해 6월 전략적 투자협력을 체결하는 등 그동안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꾸준히 협력해왔다. KT가 현대중공업과 개발 중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지난 2019년 선보인 AI엔진 '기가트윈'이 있다. 기가트윈은 자가진화 기능이 담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AI엔진으로, 실물에 가까운 가상 모델을 만들어 예측 데이터를 제공한다. 데이터 축적에 따라 더욱 정밀한 모델 구현과 예측이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기가트윈을 활용하면 굴착기 등 다양한 기계들이 작업하는 건설이나 조선 현장의 물리적 요소들을 가상 환경으로 그대로 옮겨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오류와 안전사고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가 VR 도장 교육센터에서 도장 교육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AR·VR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도 이 같은 협력 사업의 일환이다. 복잡하고 위험한 작업이 많은 조선소 특성상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VR을 활용해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시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달 29일 ‘VR 도장 교육센터’를 개소했다. ‘도장’이란 고압 스프레이로 페인트를 뿌려 배의 외관을 칠하는 작업으로, 숙련인력 양성에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선박에 올라가야 하는 작업이어서 위험할 뿐만 아니라 페인트 가격이 상당히 비싸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번 도장 VR 교육 프로그램 적용으로 안전성 강화는 물론 선박 도장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문제와 생산 원가 상승 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12월부터 도장 직무 종사자 약 80여명이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페이퍼리스' 기술 시연 장면.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도 최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클라우드 ‘애저(Azure)’ △협업 솔루션 ‘팀즈(Teams)’ △AI △메타버스 기술 등을 조선소 업무에 활용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 전환 전략인 스마트 SHI(Smart Samsung Heavy Industries)를 수립하고 실행해왔는데, 특히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 없는) 기술이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페이퍼리스는 작업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선박 블록을 비추면 작업할 배관과 전계 장치가 3D로 표시되는 기술이다. AR을 활용한 이 기술을 적용하면 133만장에 이르는 도면을 출력해 확인할 필요가 없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조선업계에서는 VR·AR의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산업용에 집중하는 KT의 VR·AR 활용 전략은 다른 이통사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행보다. SKT와 LG유플러스는 VR·AR 기술로 소비자 대상의 B2C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더욱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모델들이 SK텔레콤이 개발한 '신한 금융의 고수' 콘텐츠를 체험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T는 지난 12일 신한금융그룹·VR게임 개발 전문 업체인 픽셀리티게임즈와 함께 VR을 활용한 금융 교육 콘텐츠 ‘신한 금융의 고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신한 금융의 고수’는 사용자가 VR 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은행원이 돼 가상의 고객을 응대, 금융 상식을 배워가는 게임과 교육을 결합한 콘텐츠다. SKT는 교육 콘텐츠 외에도 가상공간에서의 전시, VR 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VR·AR 통합 플랫폼 ‘U+DIVE’를 설립하고, 여행·면접·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함께하는 프랑스 여행·공연·미술 콘텐츠 ‘안녕 프랑스’, 혼자서 면접을 연습할 수 있는 모의 면접 콘텐츠 등이 주목받는다. 
 
KT 관계자는 “장애인의 직장 생활을 돕는 VR 콘텐츠 등 B2C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지만, B2B 사업에서의 경쟁력과 네트워크가 KT의 강점 중 하나이기 때문에 B2B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실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산업용 VR·AR 시장은 B2C용 시장보다 규모가 크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지난해 산업응용 분야 VR·AR 시장 규모는 90억달러로, 70억달러 수준인 엔터테인먼트 VR·AR 시장 규모를 추월했다. 2023년에는 산업용 시장과 엔터테인먼트용 시장의 격차가 3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용 VR·AR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수익성 강화에는 더욱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T DS가 개발한 메타버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모습. 사진/KT DS
 
현대중공업과의 협업 외에도 KT그룹의 IT서비스 자회사 KT DS는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메타버스 공간 생성·관리 △온라인 강의실 △시험 △스터디룸 △AI매니저 등 다양한 기능을 보유해, 앞으로 많은 교육 관련 기업과의 협력이 예상된다. 이미 이투스교육이 해당 플랫폼을 적용해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다. 이번 플랫폼 구축에는 KT DS가 지난 2019년부터 준비한 자체 메타버스 솔루션 ‘K-바람’이 중심이 됐다. K-바람(VaRam: Virtual Reality as you want to make)은 △프레젠테이션 △화상 상담 △전자서식지 작성 △광고를 위한 동영상 실시간 스트리밍 등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메타버스 공간 제작 플랫폼이다.
 
VR 업계 관계자는 “VR·AR의 경우 높은 안전성과 효율성이 필요한 의료·제조·중공업·소방·군수 등 산업 분야에서 더 넓게 쓰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경쟁이 치열한 B2C 콘텐츠보다 수요가 많은 B2B 콘텐츠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VR·AR 부문 수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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