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충헌 회장 처조카 ‘이용준 대표’, 한국화장품 적자경영 도마 위
2010년부터 2020년까지 2개년 제외 모두 ‘적자’
야심차게 론칭한 ‘더샘’ 시장서 외면
온라인 시장 확대되는데 가맹점·방문판매 매출 90%
한국화장품 “수출 확대와 가맹점 구조조정 진행 중”
공개 2021-03-29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5일 11: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이용준 대표가 운영하는 한국화장품(123690)이 적자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화장품제조(003350) 오너 2세인 임충헌 회장의 처조카로, 한국화장품 경영을 맡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유의미한 실적 개선에 실패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방문판매 등 전통적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채널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적자 경영을 타개하려는 차별화된 전략이 전무해 턴어라운드는 아득한 미래가 되고 있다.
 
이용준 한국화장품 대표. 출처/한국화장품
 
지난 2010년 설립된 한국화장품은 한국화장품제조에서 화장품판매·부동산임대사업부문이 분할·신설된 기업이다.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을 통한 브랜드숍(더샘) 화장품 판매사업과 방문·제도판매 등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제조의 공동 창립자인 임광정 전 회장과 김남용 전 회장은 사돈관계다. 친구관계였던 두 사람은 임 전 회장의 아들 임충헌 회장과 김 전 회장의 차녀 김옥자 씨가 혼인하면서 사돈을 맺었고 회사는 두 집안의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화장품의 최대주주는 지분 20%를 보유한 한국화장품제조다. 한국화장품제조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임충헌 회장이 지분 11.54%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임 회장의 처형인 김숙자 회장이 11.21%로 2대주주이며 임 회장의 처조카이자 김숙자 회장의 아들인 이용준 대표가 10.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임 회장의 배우자인 김옥자 씨가 2.9%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임 회장과 김옥자 씨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이 5.62%를 보유한다. 최대주주인 임 회장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5.62%) 보다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10.99%)가 지분을 더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충헌 회장의 부친인 임광정 전 회장이 한국화장품제조 1세대 경영을 맡은 후 1988년 임충헌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임 회장의 처남 김두환 부사장이 경영에 합류한 데 이어 2008년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가 한국화장품제조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사돈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용준 대표는 2010년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 인적분할 과정에서 분할 신설회사인 한국화장품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반면 임충헌 회장의 장남인 임진서 부사장은 한국화장품제조 부사장과 더샘인터내셔날 경영전략부문 부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이 더샘인터내셔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임충헌 회장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가 임 회장의 장남보다 그룹 지배력이 큰 다소 특이한 지배구조를 보인다.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이용준 대표와 임진서 부사장은 공동 창립자인 임광정 전 회장과 김남용 전 회장의 손자들이다”라며 “창립 이래 이 같은 체제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용준 대표의 지배력이 임진서 부사장보다 큰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 체제를 유지할지, 계열 분리 등의 가능성 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회장 처조카 이용준 대표 경영능력 있나?...적자 늪에 재무구조 악화
 
이용준 대표가 한국화장품 대표이사에 자리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수년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초라한 경영성적표는 이 대표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드는 배경이 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70억원, 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23.4%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전년 대비 각각 42%, 38% 감축하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폭이 커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16년부터 더샘 매출이 중국 사드 여파로 인한 수출 등에 문제가 생겨 부진을 이어왔다”라며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출과 가맹점, 방문판매, 면세점 채널 판매가 제한돼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수출이 활성화되면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화장품의 적자는 출범한 2010년부터 이어온 문제다. 2016년 발발한 사드보복의 영향이라 보기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화장품은 2010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뒤 흑자를 실현한 건 두 차례(2016년·2017년) 뿐이다.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 영업손실 165억원. 2011년 176억원, 2012년 166억원, 2013년 131억원, 2014년 109억원, 2015년 55억원을 연속 기록하며 6년간 적자를 이어왔다. 이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157억원,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2018년 다시 영업손실 75억원, 2019년 174억원으로 돌아섰다.
 
 
 
한국화장품의 실적 부진은 매출 80~90%를 차지하는 화장품 브랜드 ‘더샘’ 영향이 크다. 지난 2010년 이용준 대표는 중·장년에 국한된 소비층을 넓히고자 300억원을 출자해 더샘인터내셔날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더샘을 선보였다. 더샘은 이 대표의 야심작이었지만 이미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과점 상태에 H&B스토어 강세로 만년 적자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더샘 운영사인 더샘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은 550억원으로 전년(1057억원) 대비 48% 감소했다. 당기손실은 144억원을 입으며 적자를 기록했다.
 
더샘인터내셔날 역시 2010년 12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이후 2015년까지 적자를 이어왔다. 이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204억원,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2018년부터 다시 적자전환한 상태다.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빚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18.4%, 차입금의존도는 29.6%로 집계된다.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의 적자가 지속된 만큼 한국화장품의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 기준 총차입금 105억원에서 2013년 528억원으로 불어났다. 2014년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벌어들인 수익이 없다 보니 2017년 또다시 외부자금조달을 단행했다. 2017년 33억원 수준의 총차입금은 2020년 3분기 138억원까지 증가했다. 2010년 분할 당시 부채비율은 57% 수준으로 건전했으나 2020년기준 155.4%로 치솟았다.
 
앞서 한국화장품은 2014년 서린사옥을 837억원에, 대구 동인동 소재 대구지점 사옥을 57억원에 매각하는 등 사옥까지 팔아가며 차입금을 상환한 바 있다. 또 자회사 더샘의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670억원을 출자하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실적 개선 위한 뚜렷한 돌파구 없어
 
한국화장품은 2000년대 초반 브랜드숍 위주로 성장하던 국내 화장품 시장에 대한 뒤늦은 대응으로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브랜드숍이 과점 상태였던 2010년 뒤늦게 선보인 더샘은 이렇다 할 차별점이 없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현재는 H&B스토어 시장 공세에 밀려 100억원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주력 브랜드인 ‘쥬단학’의 이미지 노후화를 막지 못하고 2002년 야심차게 선보인 ‘산심’ 역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2월에는 마스크·손소독제 등 코로나19 관련 위생용품 판매업에도 발을 들였지만 이 역시도 뒤늦은 진입과 미숙한 운영으로 수익원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해 7월 체결한 219억원 규모의 마스크 납품 계약이 5개월 만에 파기되면서 실적 부진을 털어낼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 제조 공장 측 기계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 지난해 연말까지 정상적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화장품이 수년째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음에도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가운데 회사 측은 여전히 가맹점 사업과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가맹점 구조조정과 수출 확대가 주요 전략이다”라며 “중국시장에 집중돼 있던 판매처를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악성 가맹점을 구조조정해 수익개선에 힘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과 홈쇼핑 채널을 통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지만 한국화장품은 가맹점·방문판매 경로가 여전히 매출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서야 ‘힐리브’를 설립해 온라인 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에 대한 뒤늦은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배경이 된다.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신설법인 ‘힐리브’를 설립해 화장품 온라인 판매와 종합도소매 등을 영위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분야에서 유명한 수장을 영입했고 앞으로 사업을 강화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선 우려의 시각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회사가 정체됐다 보지 않는다”라며 “인플루언서 등을 통한 SNS마케팅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시장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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