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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자본증권은 부채인가 자본인가
공개 2020-10-02 08:30:0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9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금융지주 동아줄 된 '신종자본증권'…4대 지주 올해 2.9조 발행"
"금융권 휩쓴 신종자본증권 '부채 폭탄' 될까"
 
신종자본증권(hybrid instrument)과 관련된 신문기사 제목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어서 영원히 상환하지 않아도 되므로 ‘영구채’라고도 한다. 요즘 휘발유와 전기를 동시에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기 있는 것처럼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하이브리드 증권인 신종자본증권의 인기가 높다.
 
발행회사 입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인가, 자본인가?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먼저 부채와 자본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부채는 만기에 상환해야 하고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기업의 청산 시 선순위로 상환해야 한다. 반면에 자본은 만기가 없으므로 상환할 필요가 없고, 이자 대신에 배당을 지급하는데 배당은 이자와는 달리 지급의무가 없으며 회사가 이익이 발생할 때 지급할 수 있다. 자본은 청산 시 후순위로 밀린다는 점에서 부채와 차이가 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회사의 부채를 보유한 자를 ‘채권자’라고 하고, 자본을 보유한 자를 ‘주주’라고 한다. 이론상 부채와 자본은 이처럼 명확히 구분되는데, 현실에서는 구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신종자본증권의 대표적인 논란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시작되었다.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는 5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였다. 만기는 30년인데 발행 후 5년 후부터 중도상환이 가능하고 연장도 가능하다. 이자율은 발행 시 3.328%인데 5년 후에는 5%p가 증가한 8.328%, 7년 후에는 다시 2%p가 증가한 10.328%가 되는 조건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청산 시 다른 채권자들과 동순위로 상환 받는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인가, 자본인가? 
 
첫째, 만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부채로 볼 수 있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만기가 없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자본으로 볼 수도 있다. 둘째,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부채이지만 보통주에 대한 배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자 지급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 지급 의무가 사실상 없다고도 볼 수 있어서 자본의 성격을 갖는다. 셋째, 두산인프라코어 청산시 일반 부채는 선순위이고 자본은 후순위인데 신종자본증권은 다른 부채와 동순위이므로 부채의 성격을 갖는다.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IC)’ 질의 결과, 자본으로 결론남으로써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종자본증권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회사는 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부채를 발행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자금을 조달하면서 자본으로 분류되므로 부채비율(=자본/부채)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되므로 더욱 선호되어 첫 번째 기사 제목처럼 올해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급증한 것이다. 
 
그렇다면 발행회사 입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항상 좋은 것인가?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부채에 비해 이자율이 높으므로 다른 부채보다 이자를 많이 지급하므로 현금유출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많은 이자를 지급하지만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므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기업은 부채비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기업이다.
 
신종자본증권을 취득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자율이 높으므로 매력적인 투자자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신종자본증권이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재무 상태에 문제 있는 회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면 합리적인 투자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가를 따져본 후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신종자본증권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본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신용평가회사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보고 부채비율을 재계산해서 신용평가하기도 한다. 신종자본증권이 현재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만약 부채로 분류되는 것으로 회계기준이 변경된다면 발행회사의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부채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기사 내용이다. 
 
신종자본증권 논란은 회계가 단순 계산 과정이 아니라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경제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여러 복잡한 회계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회계 전문가의 지속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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