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줄어들던 운용자산이익률 반등…배경은?
변액보험보증금 적립에도 성공적인 채권 교체매매
운용자산이익률 오르며 고금리·확정 상품 부담 줄어
공개 2020-05-22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17:0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한화생명(088350)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저금리 기조에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에서 성과를 내며 실적 증가를 이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별도 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은 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397억원에서 3개월 만에 적자를 극복했다.
 
사실 한화생명의 1분기 수익성 전망은 그리 좋지 않았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화생명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으며 피치는 보험지급능력 평가 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한화생명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
 
한화생명 운영자산 포트폴리오 및 운용자산이익률 추이. 출처/한화생명
 
실제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적립이라는 악재가 존재했다. 변액보험은 생명보험과 펀드가 결합된 상품으로 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적립보험료를 따로 분리해 주식·공채·채권 등 수익성이 높은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성과를 계약자에게 나눠주는 실적배당형 보험 상품이다.
 
가입자가 가입한 상품의 운용수익이 낮아도 납입보험료 이상을 보증해야 하기 때문에 생명보험사는 변액보험을 판매한 시점의 예정이율보다 현재 투자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그 차액만큼을 준비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보증적립금이 증가하면 순이익이 줄어든다.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에 따른 주식시장 악화 영향으로 한화생명은 1분기 2548억원의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적립했다.
 
그럼에도 한화생명은 자산운용에서 이를 만회했다. 한화생명의 1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4.36%로 1년 전보다 3.31%보다 1.05%p 올랐다. 운용자산이익률이 2016년 4.08%, 2017년 3.86%, 2018년 3.7%, 2019년 3.45%로 꾸준히 내림세를 기록했는데 다시 4%를 넘어섰다.
 
자산운용 이익 증가의 핵심은 달러 채권 교체매매이다. 만기가 도래한 해외채권을 국내채권으로 갈아타면서 매각이익 3100억원이 발생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올라간 달러채권을 팔아 이익을 낸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변액보증 준비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자산운용을 통한 이차손익의 증가로 운용자산이익률을 개선했다”라고 말했다.
 
자산운용 수익이 개선되면서 고금리·확정금리형 상품 비중이 높아 발생하는 역마진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한화생명은 금리확정형 상품의 만기도래와 변동형 상품 비중의 증가로 부담금리가 2016년 4.79%, 2017년 4.75%, 2018년 4.65%, 2019년 4.51%로 꾸준히 줄어왔음에도 같은 기간 운용자산이익률 하락폭이 더 크면서 운용자산이익률과 부담 금리의 차이는 2016년 -0.71%p, 2017년 -0.89%p, 2018년 -0.95%p, 2019년 -1.06%p로 점점 커지고 있었다.
 
올해 1분기 부담 금리는 고정형 계약의 만기도래 영향으로 4.5%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0.13%p가, 지난해 말 대비 0.01%p 하락했다. 운용자산이익률과의 차이는 -0.14%p로 역마진 폭을 크게 줄였다.
 
 
자본적정성 역시 개선됐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매도가능증권 평가익 등으로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9.2%p 오른 245.6%를 기록했다.
 
2분기도 나쁘지 않은 실적이 예상된다. 4월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변액보험 준비금이 약 800억원 정도 환입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자제 움직임 등의 효과로 2분기 손해율이 80% 이하로 떨어지며 보험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생명의 월별 손해율을 살펴보면 1월 97%, 2월 89%, 3월 75%로 내림세가 뚜렷했다.
 
다만 저금리 우려는 여전하다. 1분기 채권 매각이익을 통해 운용자산이익률을 끌어올렸지만, 한화생명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는 국내 채권 42%, 해외증권 28%, 대출채권 23% 등 금리부자산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저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고채 3년물 0.876%, 5년물 1.132%, 10년물 1.391%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준섭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가시적인 금리리스크 축소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사업전반에 걸친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지속 추진해 보험 본연의 이익을 창출하고 이차손익 변동성을 관리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