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투자 철회' 쌍용차…7월 만기 900억 조달 어찌할꼬
경영쇄신·유휴자산 매각으로 차입금 상환 빠듯
실적 곤두박질…정부 지원 없이는 반등 힘들어
공개 2020-04-13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09: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최대주주 마힌드라가 2300억원 투자를 포기하면서 쌍용자동차(쌍용차(003620))는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순환 휴직, 상여금 반납 등 비용줄이기와 비(非)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금확보로는 당장 7월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에도 벅차다. 실적 반등과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나 금융권의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이자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마힌드라라가 쌍용자동차에 대한 23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거부하고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지난해 말과 올해 1월 임직원과 구두협의한 사항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마힌드라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원래 쌍용자동차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3년 이상 장기플랜을 세우고 최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에 5000억원을 요청했었고 마힌드라는 23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쌍용자동차는 마힌드라 투자금 2300억원과 경영쇄신을 통해 마련한 1000억원, 그리고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13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300억원 지원이 불발되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541억원이다. 이 중 900억원은 오는 7월 산업은행에 갚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 쌍용자동차의 재무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이 보유한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50.4%에 그쳤다. 유동비율이 100%가 안 되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는 의미다.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3414억원 순손실이 발생했고 기업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895억원 더 많아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6년 4분기부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라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로 차입금을 갚기도 어렵다. 작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약 4100억원으로 2019년 말 기준 쌍용자동차의 자본잠식률은 46.2%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80% 이상이 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쌍용자동차 측은 당장 유동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마힌드라가 약속한 400억원 지원과 영업 연관도가 낮은 유휴자산 매각 및 비용절감 등의 조치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산업은행의 차입금 상환 유예결정을 요구했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2300억원 투자는 장기성장을 위해 필요했던 자금으로 지급철회로 인한 유동성 등 문제가 당장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회사 입장에서는 확보된 자금(마힌드라 400억원, 유휴자산 매각 등)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900억원의 차입금을 유예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차입금 상환을 위한 900억원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힌드라가 3개월 이내 투자를 약속한 400억원 이외에 뚜렷한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순환휴직, 안식년 시행, 상여금 일부와 연말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수당 지급률 변경 등의 인건비 절감 경영쇄신안으로 연간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엄연히 말하면 비용절감이다.
 
유휴자산 매각으로만 5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쌍용자동차는 단순한 창고역할을 하는 물류센터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안성인재개발원 매각설도 나왔지만 직원들 연수를 위한 공간은 업무와 연관이 높기 때문에 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매물은 부산물류센터다.
 
부산물류센터는 부산광역시 사상구 감전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토지 면적은 1만2704.6㎡, 지하1층~지상 2층 사무동 하나와 2층 정비동, 1층 정비동 등 총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1㎡당 171만1000원으로 공시지가 기준 부산물류센터 토지가치는 약217억원이다. 지난해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지가)은 64.8%를 적용해 부산물류센터의 토지 시세를 추산하면 약 358억원이 계산된다. 추가적으로 영동물류센터 역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갚아야 할 돈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회사의 운영도 문제다. 쌍용자동차의 실적이 계속 악화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다.
 
현재 쌍용자동차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차량들은 노후화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받는다. 소형 SUV 붐을 일으켰던 티볼리나, 야심차게 선보였던 코란도, 렉스턴 등은 경쟁 차종에 밀리고 있다. 이로 인해 2016년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쌍용자동차는 2017년 -653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며 2018년 -642억원, 지난해에는 -2819억원으로 손실 폭이 크게 증가했다.
 
올 1분기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자동차의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7% 감소한 2만4139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신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Y450·Q250·J100(프로젝트명) 등 3개의 신차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은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채권단 등도 쌍용자동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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