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사외이사' 물갈이한 동진쎄미켐…지배구조 개선 발판 마련?
이화영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명예교수 사외이사 물러나…18년 재직 이력
신규 사외이사 정영근 서울대 화학부 명예교수…이부섭 회장과 동문
공개 2020-03-31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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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포토레지스트를 제작하는 소부장기업 동진쎄미켐이 18년간 동행하던 이화영 사외이사와 결별했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조치이지만, 그간 이화영 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했고, 스튜어드십코드 연구기관에서 동진쎄미켐 지배구조를 최하위 등급으로 평가한 만큼, 금번 사외이사 교체는 지배구조 개선의 작은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동진쎄미켐은 신규 사외이사로 '서울대' 출신을 선임, 이부섭 회장·이준혁 부회장과의 동문 인연을 그대로 이어간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동진쎄미켐(005290)은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임기 만료에 따른 사외이사 교체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동진쎄미켐은 18년 동안 함께하던 이화영 사외이사와 결별하게 됐다.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기존 시행령에는 사외이사 임기 제한 규정이 없었다. 사외이사 장기 연임은 전문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외이사 제도 도입 취지가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공정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무부도 여기에 역점을 뒀다. 법무부는 “사외이사가 장기 재직하는 경우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이화영 전 사외이사는 동진쎄미켐 사업과 부합하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동진쎄미켐 지배구조 불투명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따르면, 이화영 전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부터 동 대학 화공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분자중합촉매 및 광촉매 분해에 의한 수소제조 등을 연구해왔다. 동진쎄미켐은 감광성 고분자 화합물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등 화학물질 제조로 연 9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내므로, 이화영 이사의 사외이사 자격은 충분했다.
 
그러나 이화영 전 사외이사의 최근 4년(2016년~2019년 3분기) 평균 이사회 출석률은 9.5%에 불과했다. 실제로 이화영 전 이사는 정기주총 결의 안건 외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동진쎄미켐은 이사회에서 정기주총 외에 자금조달 안건 등을 의결했다. 게다가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과 그의 차남인 이준혁 부회장이 서울대 화학과 출신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화영 전 이사가 ‘거수기 역할’ 조차도 제대로 못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화영 전 사외이사의 저조한 출석률은 동진쎄미켐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동진쎄미켐은 현재 사외이사 1인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반대로 사내이사는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인 이준혁·이준규 부회장의 3인 체제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을 내도 사실상 받아들여질 여지가 거의 없던 셈이다.
 
동진쎄미켐 시화공장 입구 전경. 사진/동진쎄미켐 홍보영상
 
동진쎄미켐의 사외이사 수는 상법상 요건(자산총액 2조 미만 기업은 이사회의 4분의 1)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공식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동진쎄미켐 지배구조가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실제 KCGS는 동진쎄미켐 지배구조를 최하위인 ‘D등급’으로 평가했다. “지배구조 등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했다”라는 의미다. KCGS는 모범규준을 통해 사외이사 수가 “실질 독립성 유지 규모”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자의든 타의든, 동진쎄미켐이 이화영 전 사외이사와 결별하게 되면서 일단은 지배구조 개선의 작은 발판을 만들게 된 모양새다.
 
다만, 동진쎄미켐은 이부섭 회장으로부터 비롯되는 ‘서울대’ 인연은 그대로 이어간다. 동진쎄미켐 이사회가 새로운 사외이사로 추천한 정영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명예교수가 주총에서 선임됐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따르면, 정영근 신임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 정교수로 재직하면서 촉매개발, 비선형 광학물질 개발 등을 연구해왔다. 현재 정영근 신임이사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동진쎄미켐은 “서울대학교 등에서의 풍부한 근무경력과 화학산업 전반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외이사로서 적합하다”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한편, 동진쎄미켐 이사회가 새로운 상근감사로 추천한 조명재 전 LG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의결권 정족수 미달로 선임이 부결됐다.
 
동진쎄미켐은 “감사 선임 안건 통과를 위해 전자투표 및 의결권대리 권유 공시 등 의결권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부결됐다”라며 “상법에 의거해 현 감사가 다음 주주총회 때까지 업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진쎄미켐 상근감사는 김완정 전 한국산업은행 부총재가 16년째 맡고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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