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 코로나19…IPO 흥행 부진 우려에 IB도 '발 동동'
IPO 기관 미팅 연기·시황 악화…'수요예측 어쩌나'
공개 2020-02-28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15: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로 기관 미팅이 잇따라 연기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지수가 급락하고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기업은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따른 공모자금 축소를,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수요예측 및 상장예정일이 사업연도 공시 직전에 놓여있어, 일부 기업은 IPO를 마냥 미룰 수도 없는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는 다수 기업들이 기존 미팅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기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오전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1595명으로 불어났다. 전일 대비 확진자가 334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코스닥 상장 준비 중인 엔에프씨(NFC)와 SCM생명과학은 예정됐던 수요예측일을 보름 가량 미뤘다. KT그룹 디지털 광고대행사 플레이디와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하는 노브메타파마는 기관대상 IR미팅 일정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센코어테크는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딜러들도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PO에 나서는 기업과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도 다소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IR미팅 연기·취소는 ‘수요예측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은 IPO 핵심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이 확보하게 될 공모자금과, 주관을 맡은 증권사의 수수료이익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단 주관사는 IPO 대상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공모가액 범위(밴드)를 정한다. 이후 기관 등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참여한 기관들은 공모밴드를 토대로 매입 희망 가격과 물량을 제시한다. 주관사는 수요예측 결과를 종합해 공모액을 확정한다.
 
즉,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 공모가액이 높아지게 된다. 기업이 손에 쥐는 금액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공모밴드 1만3000~1만6000원으로 신주 200만주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A가 확보하게 되는 자금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60억원 가량 차이 날 수도 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사이즈가 크지 않아 성장 발판 확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IPO를 준비하므로, 경우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는 향후 경영전략을 좌우할 수도 있다.
 
주관사 입장에서도 수요예측 흥행은 필수다. 총액인수를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총액인수는 일단 주관사가 모집액을 전부 짊어진 다음, 이를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등에게 배정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도매업자가 물건을 떼어와서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것과 유사하다.
 
일단 주관사가 받는 수수료가 달라질 수 있다. 주관사는 총액인수 대가로 인수수수료를 받는데, 이때 금액은 확정공모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더불어 주관사는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로부터 배정금액의 1%가량을 청약수수료로 받으므로, 기관들이 가격을 높게 부르면 수수료도 자연히 상승할 수 있다. 만약 청약이 미달될 경우, 주관사는 약정에 따라 남은 물량을 모조리 짊어져야 한다. 즉, 수요예측 흥행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셈이다.
 
공모자금 모집비율은 통상 기관투자자 80%, 일반청약자 20%의 비율로 나뉜다. 따라서, 기업과 주관사는 IPO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특히 기관 대상 미팅에 주력한다. 업계에 따르면, IPO를 위한 기관 대상 IR미팅 참석자는 300명 이상을 넘나들기도 한다.
 
즉, 코로나19 확산으로 기관 미팅 등이 연기·취소되면, 기업 및 주관사는 대규모 영업기회를 날려버리게 되는 셈이다. 수요예측 흥행 우려가 불거지는 이유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면대 면 미팅이 확연히 줄고 있다”라며 “물론 IR미팅을 온라인으로 대체해도 무리는 없겠지만, 수요예측 역시 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얼굴을 맞대는 것이 좋아 조금은 곤란한 입장에 놓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IPO 담당자도 “코로나19 감염환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회사 업무 전체가 마비될 우려도 있으므로, 외부 미팅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라며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딜러들도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 지속 가능성에 의한 시황 악화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관들의 수익은 결국 주가로 귀결되므로, 시황은 곧 수요예측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1월 말 코스닥 지수는 670~680P 내외를 오갔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현재는 630대로 하락했다. 특히 IPO 상장주관사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모집주식의 3%를 의무 인수해야 하므로, 시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해당 물량에는 동 규정에 따라 3개월의 보호예수기간이 설정된다.
 
IPO일정을 마냥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IPO 준비 중인 기업들은 온기 실적 공시 전인 올해 1분기 중에 수요예측 및 청약 등을 마치기 위해 지난해 4분기 중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왔다. 상장예비심사 효력일은 승인 후 6개월간 지속되므로, 마냥 좋은 시기를 잴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IPO 준비 중인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상장 일정을 아예 늦추는 것도 고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확산 추이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가, 현시점에서 상장을 더 늦추면 온기 실적을 보고 가야 하므로 여러모로 번거로운 점이 많고 자칫하면 예비심사 효력이 만료될 우려도 있어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3월 중에는 코로나19가 반드시 잠잠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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