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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창 이어 세하 품은 한국제지, '제지 라인업' 완성
반년 사이 골판지·백판지 회사 각각 인수…사업다각화 속도
향후 제지업계 재편 대비 매출 1조원대 규모로 확대
유암코, 한국제지에 넘기며 명분과 실리 모두 챙겨
공개 2020-03-02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14: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세하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복사지 브랜드 '밀크(MILK)'로 잘 알려진 한국제지(002300)가 골판지 제조업체 원창포장공업에 이어 백판지 업계 3위인 세하(027970)를 품으며 제지산업 내 수평적 통합을 이뤘다. 인쇄용지 업황 악화로 돌파구가 필요했던 한국제지는 반 년 간 두 건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다각화로 턴어라운드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향후 제지산업이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M&A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와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세하의 매각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제지를 선정했다. 본 계약은 3월 중순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있었던 세하 매각에 관한 본입찰에는 한국제지, 신대양제지(016590), 한창제지(009460), 범창페이퍼월드 등 다수 원매자가 참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제지와 세하는 범창페이퍼월드, 한창제지와 달리 시너지가 상당하다"면서 "선남선녀가 잘 만났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제지는 매출 규모는 컸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한국제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7159억원, 영업이익은 39억원이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은 203억원을 기록했다. 복사용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쇄용지의 수요가 줄었고,펄프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제지는 세하 인수로 부진한 현재 실적을 턴어라운드 할 계기를 마련했다. 세하는 지난해 매출액이 1776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원과 98억으로 한국제지보다 높다.
 
또한 이번 M&A로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백판지, 골판지 등 제지업 내 수평적 통합도 완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회사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숨에 업계 '2위'를 넘볼 수 있게 됐다. 기존 매출규모 7000억원에 더해 원창포장공업(1200억원)과 세하(1800억원)를 합치면 매출액 기준 1조원 수준으로 뛰기 때문이다. 이는 제지업계 2위인 무림페이퍼(009200)(지난해 매출액 1조1240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제지의분류.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전문가들은 제지업계가 과거 시멘트 산업처럼 시장 통합(Consolidation)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제지산업의 산업위험은 높은 수준[IR-BB+]이다. 산업위험이란 산업 자체의 펀더멘털, 경쟁 강도 등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의 위험도를 의미한다. 이는 코로나 19, 미·중 무역분쟁 등 각종 이벤트 리스크에 노출된 항공업[IR-BBB-]보다 위험하다는 의미다. 
 
나신평은 제지업의 산업위험이 높은 까닭을 구조적인 공급과잉에서 찾았다. 신호용 나신평 연구원은 "2011년 무림피앤피의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공급과잉이 심화됐다"면서 "공급과잉에 따라 경쟁 강도도 높아졌고, 전방 산업 교섭력도 약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시멘트산업 역시 제지업과 유사한 이유로 다수의 인수합병이 진행됐고, 현재는 한일시멘트(300720)와 대형 사모펀드(PEF)인 한앤코가 보유한 쌍용양회(003410)공업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한국제지가 세하를 인수할 경우, 효과가 상당했기에 지난 1월 중순에 있었던 경영진 설명회에서도 한국제지 관계자들은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많은 질문을 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제지 측이 의욕에 불타올라 예정된 시간을 훨씬 초과하면서까지 질문을 했다"면서 "그 당시 세하의 실사에 관한 질문보다 한국제지와 세하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질문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유암코 역시 한국제지에게 경영권을 바통 터치함으로써 명분을 챙겼다. 당초 유암코는 장기적으로 세하를 이끌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를 선호했다. 태핑(Tapping) 단계부터 일관적이었다. 한국제지는 이에 부합했다. 한솔제지(213500)와 달리 인수 시 독과점 이슈도 없다. 또한 한국제지는 복사 용지 업계 1위의 내공을 바탕으로 제지 산업의 노하우를 갖고 있고 앞으로 시너지가 예상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는  "유암코는 세하 임직원의 고용 안전뿐만 아니라 제지업계의 건전한 통합 과정까지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암코는 부실채권 투자(NPL)와 기업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024110) △우리은행 △농협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8개 은행이 공동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분 2%를 보유 중이고, 나머지 7개 은행은 각각 14%씩 보유 중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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