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조병왕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 회계사
최근 실사는 철두철미…지적재산권·환경·보건·안전 중요성 커져
딜로이트 매력은 권위·서열·영역 없는 조직문화
공개 2020-02-05 08:30:0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7:4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란 말이 있다. 이는 20세기 세계 최고 건축가 중 한 사람인 루트비히 민스 반 데어 로에가 성공 비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대답이다.
 
조병왕 파트너가 그랬다. '가치평가(Valuation)와 실사'를 주제로 IB토마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 회계사의 대답은 대부분 '사안에 따라 다르다'였다. 인터뷰 과정에서 그는 "절대적인 것은 없다"라는 말을 유독 많이 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 
 
조병왕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 회계사. 출처/딜로이트
 
조 회계사는 가치평가 방법을 묻는 질문에 "뭐가 맞는다는 절대적인 방법은 없다 보니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면서 "업종과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며 각각에 맞는 방법을 잘 찾아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산업 분석 방법, 이종 산업 간의 시너지 분석 방법, 트렌드 분석 방법 등을 묻는 질문에도 결론은 같았다. 거래마다 똑같은 상황이 없다 보니 미묘하게 다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결정을 다양한 예시와 설명으로 전달했다.  
 
그의 디테일은 본연의 재능과 양질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회계사 수험 생활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회계사를 오랜 기간 준비해온 수험생 입장에서는 질투날 수 있을 만큼 짧다. 통상적으로 회계사를 합격하기 위해 최소 2~3년은 전업으로 시험을 위해 올인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군대에서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된 회계원리를 독학으로 쉽게 독파하기도 했다. 또한 학교를 졸업하기 전 어린 나이에 딜로이트에 입사, 다양한 감사와 자문 경험을 쌓았다. 타고난 재능과 20년간의 경험은 중요 의사 결정을 위해 넓게 봐야 하는 자리에서도 '현미경 검토'가 가능한 밑천이 됐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디테일은 철저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데 능했다. 그는 "딜로이트 M&A본부 특유의 끈끈함과 유기적인 조직 문화가 더해져 고객사에서 말하지 않더라도 무엇이 언제 필요할지 알고 있기에 미리 제시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하는 조병왕 회계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조병왕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 회계사. 출처/딜로이트
 
-M&A 실사와 일반 기업 감사는 차이가 나는가?
 
△많이 난다. M&A실사는 의사 결정이 목적이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하 ARPU)을 과연 적절하게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영업이익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진다. 반면 감사는 회계 처리가 맞는지 틀린 지를 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매출 100억원에 대해 감사를 한다면 증거를 기초로 매출 100억원 확실한지를 검토한다. M&A실사는 매출 100억원이 누구에게 팔렸고, 단기는 얼마인지, 주요 고객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계절성을 띠는지 등을 따진다. 
 
-최근 가치 평가(Valuation)의 흐름을 알려달라. 
 
△여러가지 가치평가 방법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한다. 과거에는 현금흐름할인법(이하 DCF)이 유일하게 맞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주관적 변수로 인해 큰 차이가 나다 보니 이에 대한 보완으로 거래 사례 배수(Transaction Multiple 이하 트랜잭션 멀티플)도 각광받았다. 이 역시 절대로 맞는다고 평가받지 않는다. 뭐가 맞는다는 절대적인 방법은 없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가치평가를 한다. 예를 들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DCF를 주로 활용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바이오 회사들에게 이는 적절치 않다. PSR, PBR, 가입자당 가치 등 여러 다양한 지표들이 상황에 맞게 활용되기도 한다. 상장된 유사 기업이 있다면 유사 상장 배수(Trading Multiple)를 참고하기도 한다. 
 
-ARPU와 같은 변형된 DCF를 쓰기도 한다고 들었다. 
 
△보통 유닛 이코노믹스라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 적용한다. 구독 경제에 속하는 회사가 대표적이며 유닛(Unit) 당 분석이 용이한 대상 회사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항공사의 가치를 측정한다고 하자. 그 항공사는 정원 200명의 항공기를 100대 운영한다. 노선별 좌석 점유율, 기내 면세 매출, 평균 티켓 가격과 할인 비율, 항공유를 포함한 대당 운영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공기 한 대당 가치를 구하고, 이를 누적해 회사의 가치를 구한다. 차량, 가전 렌탈 기업도 가입자당 혹은 렌탈 유닛 당 가치를 유사하게 접근하기도 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실사도 상당히 중요하다.
 
-트렌드(Trend)분석이 최근 트렌드라고 들었다. 
 
△최근에는 고객사들이 트렌드 분석을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충성고객이 중요한 업종이고 이 업종에 처음 진입한 회사가 광고를 통해 많은 고객을 유치했다고 해보자. 하지만 이 회사가 광고비를 줄이자 매출이 뚝뚝 떨어졌다고 한다면 이런 회사는 가치가 없다. 충성고객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회사들이 가치가 있다. 고객별 현금창출능력의 추이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유닛 이코노믹스의 확장인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한다. 인수 여부를 검토할 뿐 아니라 투자 여부 등도 판단 가능하다. 이 역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분석해야 한다. 
 
-몇 년 전의 유사 거래 가격까지 유효하다고 생각하는가?
 
△기간보다 유사 거래의 디테일을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 5년 치의 유사 거래를 100개를 뽑더라도 유독 하나만 유의미할 수도 있다. 디테일을 보지 않고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멀티플이 10배 내외면 잠재력이 풍부한 회사를 인수한다고 보는가?
 
△반드시 10배 내외면 잠재력이 풍부한 회사는 아니지만, 결과로만 보면 좋은 회사들은 10배 내외 혹은 이상이었다. 과거 일반적 멀티플을 적용하는 업종들도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 업종에 대해 멀티플을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큰 이슈가 되기도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 10배를 줄 수도 있다. 시설투자가 끝나 양산에 접어들었고, 수주도 미리 받아놓았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다 따져봐야 한다.  
 
-세금 이슈가 실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가?
 
△세무조사를 할 경우, 투자금의 약 40%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회사를 인수 자문 한 경험이 있다. 그 회사는 세무사 사무실에서 신고 대행 업무만 받았기에 잠재적 세금 이슈가 상당했다. 심지어 고객사가 우리의 결과를 믿지 못해 다른 곳에 자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 고객사는 회사를 인수한 이후 세금을 자진 납부했다. 이런 경우는 특별한 경우다. 세금 문제가 커서 딜이 깨지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실사의 분위기를 알려달라
 
△최근에는 실사가 철두철미 해졌다. 상표 실사, 환경 실사, 보건실사 등 다양한 실사를 받는다. 지적재산권 보유 여부를 꼼꼼히 검토하기 위해 전 세계에 상표 등록이 제대로 됐는지 실사를 받기도 한다. 어떠한 나라는 일반명사가 상표로 등록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도 등록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환경 실사를 받기도 한다. 지반 침하, 토지 오염 여부를 확실하게 검토하기 위한 차원이다. 개인정보가 중요한 경우 개인정보관리 컴플라이언스 및 IT 실사를, 식재료가 쟁점이 될 경우 보건 관련 컴플라이언스 실사를 받기도 한다. 딜로이트는 변화에 맞춰 내부 인력 활용, 아웃소싱 등으로 다양한 실사를 지원하고 있다. 
 
-자문 업계의 전문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우선 체력이다. 특히 정신적 체력이다. 워라벨(Work-life balance), 주 5일 근무 등으로 20년 전 비교해 요구되는 육체적 체력이 높지 않다. 하지만 자문 업무는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정신적 체력 소모가 크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경험이다. 저연차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 봐야 한다. 여러 고객사들을 만나지 못하면 그만큼 쌓이는 지식은 적고 빠르게 고갈된다. 선순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좋은 팀을 만나야 한다. 모든 조건이 갖춰지면 일이 훨씬 편해지고 좋은 업무가 많이 들어온다. 저 같은 경우 운이 좋아 훌륭한 팀에서 다양한 일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부터 회계사를 하고 싶었는가?
 
△우연한 기회로 회계사를 선택하게 됐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카투사로 갔다. 당시 제대를 앞둔 군대 고참들이 주로 경영학과다 보니 송상엽 선생님의 회계원리를 공부했다. 내가 고참이 된 이후 이전 선임들이 버리고 간 그 책을 쭉 읽었다. 나의 전공 서적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웠고 적성에 맞았다. 하지만 제대 이후엔 회계사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전공이 영문과였는데, 과제가 많았다. 또한 토론식 수업이 많아 예습하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벙어리로 있어야 했다. 게다가 외고 출신의 여학생들이 많았다. 전공에 집중하다 보니 3학년 2학기 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운이 좋아 그 해 겨울 1차 시험을 통과했고 동차까지 연속으로 붙었다. 당시 카세트테이프 강의가 유행했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만약 고참들이 법학과였다면 사법고시를 봤을 수도 있었다. 
 
-만약 자식이 있다면 회계사를 시키고 싶은가?
 
△자식이 둘이 있는데 이과로 보내고 싶다. 화학자, 물리학자, 화공학자가 멋있어 보인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시키고 싶다. 하지만 둘 다 문과 체질인 것 같다. (웃음) 만약 회계사를 하고 싶다면 허락할 것이다. 과거 20년 전이었다면 딸에게는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성이 중요하다. 전문지식을 갖추고 고객사에 전달을 잘한다면 안팎에서 존중받고 승진도 잘 되고 차별이 없는 문화이다.
 
-다른 빅펌과 딜로이트의 실사와 밸류에이션의 차별점이 있는가? 
 
△국내외 증권사나 다른 회계법인과 달리 딜로이트는 20년 이상 M&A 관련 단일팀을 운영했다. 제가 알기로 빅4 중에 유일하다. 다양한 딜 경험이 무형의 노하우다. 또한 딜로이트 M&A본부 특유의 끈끈함과 유기적인 조직 문화가 더해져 고객사에서 말하지 않더라도 무엇이 언제 필요할지 알고 있기에 미리 제시하는 편이다. 
 
-다른 빅펌과 비교할 때 딜로이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딜로이트는 끈끈하다. 서로의 믿음 아래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팀을 짠다. 그렇기에 확장성도 있다. 권위, 서열, 영역 등을 따지지 않는다. 다이내믹하게 변하는 세상에 맞는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힘든 시즌도 있었지만, 이 같은 조직 문화 속가 있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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