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진 키움증권…다각화 노리다 자본적정성 이상신호
사업다각화 노력에도 여전한 리테일 의존도
사업 확장 위한 투자에 자본적정성은 악화
유동성 대응력 위해 우발채무 축소 필요
공개 2019-12-18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15: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키움증권(039490)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가파르게 저하되며 이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과제인 사업다각화를 위해 IB, 지분투자 사업 등을 강화해오면서 위험 투자가 확대된 것이다. 인터넷은행·부동산신탁업 등 다각화를 위한 시도가 무산되면서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은 더욱 커졌다.
 
키움증권은 주식 위탁매매에 특화된 증권사다. 낮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올 3분기 기준 국내 주식 거래대금 점유율은 19.2%, 이를 개인투자자로 한정하면 점유율은 30.3%로 오른다.
 
3분기 주식시장 점유율. 출처/키움증권
 
이로 인해 대부분의 수익은 리테일에서 발생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리테일 총괄본부의 영업이익은 1483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2615억원의 56.7%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리테일 중심의 수익구조는 키움증권의 고민을 키웠다. 리테일이 아무래도 국내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가, 대형 증권사들이 온라인 브로커리지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경쟁이 심화되면서 리테일 수익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키움증권은 주식거래 시장에서 타사 대비 월등한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국내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 시장 거래대금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수탁수수료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줄어든 174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가 사실상 대부업을 진행한다는 비판에도 자기자본의 64.1%에 달하는 1조4133억원을 신용거래융자에 활용, 7.5~9%의 고금리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빌려주면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989억원의 이자수익을 냈지만 키움증권의 리테일 총괄본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줄었다. 이는 전체 키움증권 영업이익이 4% 감소한 것으로 이어졌다. 주식거래 시장 의존도가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사업다각화 성과 부진…아쉬운 인터넷전문은행 포기
 
키움증권은 그동안 꾸준히 사업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키움저축은행(옛 삼신저축은행)을 인수, 스탁론 등 연계영업을 통해 자산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고 2016년에는 키움예스저축은행(옛 TS저축은행)을 사들여 서울지역으로 저축은행 영업을 확대했다.
 
2014년에는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키움자산운용과 합병, 키움투자자산운용을 출범시켜 자산운용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IB부문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키움캐피탈을 설립했다.
 
그럼에도 다각화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올 3분기 IB본부는 IPO 규모축소·상장지연 등 영향으로 수익이 감소하며 영업수지가 전분기 대비 7%가, 홀세일 본부는 금리상승·스프레드 확대로 인한 평가손실 발생으로 42%가 줄었다. 자기자본투자(PI) 본부는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주식 및 메자닌 투자 평가 손실로 영업수지 적자가 지속됐다.
 
 
 
올해 추진했던 사업다각화 계획들은 다 틀어졌다. 사업다각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5월 예비인가 불허 이후 재도전을 포기했다. 이에 온라인 주식시장에서 쌓아온 증권 플랫폼 노하우를 접목,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추가적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
 
올 초 진행됐던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에서도 탈락했으며 하이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홍콩계 사모펀드에게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주식 위탁매매의 힘으로 우수한 수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포기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각화 위한 출자·투자 확대로 위험 증가
 
사업다각화에 힘쓰면서 자본적정성 지표가 가파르게 악화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별도 기준 올해 9월 말 키움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구 NCR)은 165.7%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투자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다. 증권사가 위험 수준보다 얼마나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므로 수치가 높을수록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015년 325.6%, 2016년 208.1%, 2017년 187.5%, 2018년 157.1%까지 내리막을 보이다 올해 소폭 상승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기준(150%)과 가까운 상태다.
 
기업이 어느 정도 타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정레버리지배율은 8.5배다. 영업용순자본비율과 달리 높을수록 부정적인데, 키움증권은 2015년 2.9배, 2016년 4.4배, 2017년 5배, 2016년 7배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대신증권(003540)의 9월 말 별도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48.3%, 조정레버리지배율은 7.6배로 키움증권보다 자본적정성 지표가 좋다. 별도 기준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9929억원, 대신증권은 1조8116억원이다.
  
키움증권 영업용순자본비율 및 조정레버리지배율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특히 키움증권은 구조화금융 사업 확대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크게 늘었다. 2017년 5999억원이던 우발채무는 올 9월 말 1조9722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99%에 달했으며 전체 우발채무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는 60% 내외로 알려졌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 392억원, 키움캐피탈 추가 출자 490억원 등 재무부담도 확대됐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과거 대비 우수한 신용도의 기관·시공사로부터 신용보강을 제공받는 약정의 비중이 줄고 무등급 거래 상대방 비중은 증가하는 우발채무의 질적 수준 저하도 우려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간 내 급격한 우발채무 규모 증가로 리스크관리 수준에 대한 트랙레코드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경기 둔화 등 스트레스 발생 시 유동성 대응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발채무 감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비은행권의 부동산PF 대출·채무보증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부정적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7월부터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점진적으로 높여 2021년 7월부터는 자기자본 대비 100%로 설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한 증권사 부동산PF 채무보증에 대한 신용 위험액을 산정할 때 위험 값을 12%에서 18%로 상향 조정하고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와 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키움증권은 별도 기준 자기자본이 2조원 미만인 상황에서 2조2672억원을 채무보증하고 있어 규제를 피하려면 채무보증을 줄여야 한다. 사업다각화의 핵심 본부인 IB 본부는 그동안 부동산금융 수익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왔는데 이번 규제 영향으로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부동산PF 비중이 낮은 증권사들은 부동산금융의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IB부문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사용한 증권사는 성장 여력 축소가 불가피하다”라고 평가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