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효과 기대했는데…빚 때문에 빛 잃은 하이트진로
신제품 성과로 영업이익 개선 뚜렷
그룹 전체 책임…차입금 부담은 지속
공개 2019-12-16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1일 16: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하이트진로(000080)의 어깨가 여전히 무겁다. 6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테라'와 레트로 트렌드에 발맞춘 하늘색 병의 '진로이즈백'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하이트진로그룹의 전체 차입금을 사실상 홀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기간 내 그 부담을 줄이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47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56억원으로 23.2%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분기별로 살펴보면 영업이익 개선이 눈에 띈다.
 
올 1분기 하이트진로는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는 10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고, 3분기에는 492억원으로 2분기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신제품 진로이즈백과 테라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부문별 매출 추이.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소주 부문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참이슬이 여전한 가운데, 진로이즈백이 뒤를 받쳤다. 진로이즈백은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New와 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에 힘입어 출시 72일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올 3분기 소주 부문의 영업이익은 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8% 증가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86억원, 2분기 269억원, 3분기 505억원으로 꾸준하게 늘어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테라다. 지난 2014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던 맥주 부문의 손실을 크게 메웠다. 테라는 출시한지 160일 만에 2억병 판매를 돌파했는데 이는 하이트진로의 대표 상품이 하이트의 312일보다 약 2배 빠르게 달성한 기록이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 분기별 영업손실을 살펴보면 1분기 205억원, 2분기 171억원, 3분기 39억원이다. 테라는 지난 3월 출시했는데 테라 출시 이후 영업손실액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일본맥주 불매 운동 영향으로 기린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하이트진로는 약 100억원의 재고손상액이 발생했는데도 적자폭은 감소했다.
 
테라 인기로 인해 맥주공장 평균가동률이 1분기 27.6%, 상반기 38.6%, 3분기 44.1%로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나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소주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테라 판매로 공장 가동률이 상승, 적자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차입금 축소 수준 제한적
 
실적 전망이 긍정적임에도 하이트진로의 차입금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그룹 전체를 책임지는 주력사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 2005년 진로소주를 인수하면서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이들은 2013년부터 주요 자산을 매각하며 PPK지분 700억원, 서초동 본사 1304억원, 제주지점 등 142억원, 도봉물류센터 등 200억원, 삼청빌딩 309억원, 광주물류센터 49억원 등 약 56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해 2013년 2조원이 넘었던 차입금을 1조7000억원 대로 줄였다. 
 
하이트진로그룹 차입금 추이. 출처/하이트진로
 
9월 말 기준 하이트진로의 연결 기준 차입금은 1조1130억원이다. 소주 부문이 건재한 상황에서 맥주 부문의 적자가 줄어들면서 꾸준한 잉여현금 창출이 예상되고 있어 자체 차입금에 대한 부담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문제는 모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다. 모회사의 수익을 하이트진로가 책임지고 있다. 실제 올 3분기 누적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배당수익은 290억원이었는데 모두 하이트진로에서 나왔다. 3분기 하이트진로홀딩스 매출액은 324억원이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개별기준 차입금은 6162억원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현금창출이 대부분 하이트진로 배당금으로 이뤄지다 보니, 하이트진로가 그룹 전체의 차입금 1조7292억원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사채 비중도 높다.
 
하이트진로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과 사채는 6397억원이다. 하이트진로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8826억원으로 자금조달 여력이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홀딩스의 1년 이내 상환 차입금·사채 2924억원을 더하면 9321억원으로 하이트진로의 유동자산을 넘어선다. 그룹전체 유동자산도 9049억원으로 1년 이내 상환 금액보다 부족하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이트진로 A, 하이트진로홀딩스 A-로 A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하이트진로홀딩스는 950억원 무보증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자금조달과 관련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경화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소주 부문의 우수한 이익 창출과 맥주 부문의 적자 축소 등을 바탕으로 향후 내부 유보자금 창출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내부 유보자금 규모가 크지 않고 상당 기간 부동산 매각도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회사 및 그룹 전반의 차입 부담이 현저하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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