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빚 갚는 해성옵틱스…CB의 악순환
주가 하락에 4회차 CB 조기 상환…실적 개선에도 유동성 압박 커져
공개 2019-10-02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30일 0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심수진 기자] 스마트폰 및 카메라렌즈 모듈업체 해성옵틱스(076610)의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주가 하락으로 지난 2017년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 압박에 현금 유출 부담이 커진 탓이다. 올해 전방 산업의 영향으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해성옵틱스는 CB 조기 상환을 위해 또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을 반복 중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성옵틱스는 최근 25억원 규모의 제5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은 △주식회사 하나벤처스(12억원) △하나벤처스 3호 신기술투자조합(10억원) △코나아이파트너스 주식회사(3억원)다. 지난 25일 납입이 종료됐으며 표면이자율 2%, 만기이자율은 4%, 사채의 전환청구기간은 2020년 9월25일부터다. 
 
삼성전자(005930)의 2차 부품 업체인 해성옵틱스는 렌즈 모듈과 AF액츄에이터,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한다. 전체 매출의 90%가 삼성전기(009150)에서 발생하며, 업종 특성상 고객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큰 편이다.
 
회사는 지난 2017년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4회차 CB를 올해 만기 전 상환했고 최근 5회차 CB를 발행했다.
 
주가 하락에 풋옵션 행사…200억원 규모 CB 전액 조기 상환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둘 다 갖고 있는 메자닌(Mezzanine)의 일종으로, 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일정 조건에 따라 발행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으로,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약속한 전환가보다 주가가 올라 인수자가 전량 전환권을 행사하면 그만큼 만기 원리금 상환의무가 없어진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의 신주나 CB로 설정하는데, 지난해 4월 출범 당시 코스닥벤처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의 CB 발행도 급증했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인수자의 CB 조기 상환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다. 인수자는 주가가 전환가보다 떨어지면 주식으로 전환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회사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게 된다. 회사는 그만큼 현금 지불 부담이 커져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성옵틱스의 경우 2017년 1월 4회차 CB 발행 당시 주가는 5300원대였다. CB 발행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전환가액은 1주당 5173원에서 2017년 10월 4708원으로, 지난해 4월에는 3622원으로 조정됐다. 해성옵틱스의 주가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하락해 올해 초 2500~2600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자 인수자들은 CB 조기 상환 청구에 나섰다.
 
이미 2017년부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낸 해성옵틱스는 유동성 압박이 커지자 금융권으로부터 단기차입금을 조달했다. 당시 해성옵틱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07억원이었다. 지난 1월 말 확보한 차입금 60억원은 4회차 CB를 만기 전 인수하는 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이와 함께 해성옵틱스의 단기차입금은 531억원에서 591억원으로 증가했다.
 
회사는 이후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CB 조기 상환에 자금을 사용했다. 올해 초 실시한 171억원(주당 1470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이 4월 초 납입되자 같은 달 104억원을 4회차 CB의 일부 상환에 사용했고, 7월에도 남은 4회차 CB를 만기 전에 취득하는데 42억원을 투입했다. 
 
빚(CB)을 갚기 위해 빚(차입금)을 내고, 또다시 유상증자를 실시해 남은 CB를 갚은 셈이다. 유상증자와 CB 상환으로 전체 차입금 규모는 줄였지만 결국 또 다른 빚을 불렀다. 
 
4회차 CB 상환을 마친 해성옵틱스는 5회차 CB에 이어 BW를 연달아 발행했다. 이날 해성옵틱스는 공시를 통해 "생산 CAPA 증설, 설비 보완 투자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공시했다.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1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 커진 해성옵틱스, 실적 개선도 무용지물
 
해성옵틱스는 지난 2년의 부진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는 턴어라운드를 기록했다. 해성옵틱스의 상반기 매출액은 1937억원,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반 년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액 2040억원에 근접한 수치를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방 산업의 호조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2017년부터 해성옵틱스의 부품이 주로 들어가는 중저가형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면서 2년 동안 매출은 물론 영업손실이 지속됐다. 
 
다행히 올해는 3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10'에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카메라 모듈 신규 수주가 확대됐다. 삼성전기의 생산능력 부족으로 해성옵틱스가 초광각 카메라모듈까지 생산하게 된 영향이다. 3분기부터는 중국 고객사에 대한 고수익성 AF액츄에이터 수주 확대로 5%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투자는 해성옵틱스가 이 같은 수익 개선세를 지속해 올해 매출액 4063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산시설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이미 악화된 잉여현금흐름으로 이를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수익창출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고 운전자본 부담도 있어 향후 1~2년 안에 잉여현금흐름 창출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해성옵틱스는 결국 또다시 메자닌 발행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 314.5%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올해 상반기 161.1%까지 낮췄으나 CB 및 BW의 발행으로 부채비율도 상승할 전망이다. CB와 BW는 인수자에게 조기 상환 청구권이 있어 부채로 반영된다. 
 
이미 누적된 차입금 또한 유동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해성옵틱스는 단기성차입금(450억원)이 총차입금의 84.4%로 만기 구조가 매우 단기화된 상황이다. 
 
해성옵틱스는 올해를 기점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수요처의 공급 전략, 요구에 따라 중·단기 영업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앞서 2012~2016년에도 꾸준한 매출 실적을 이어갔지만 2017~2018년 급변하는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부품 업체들의 이 같은 실적 변동성은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송 연구원은 "214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지만 금융기관에서 추가로 조달 가능한 여신 한도 규모가 크지 않고 경상적 자금 유출 부담을 감안하면 영업현금흐름에 기초한 단기채무 상환 능력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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