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 변화…유통업에 부는 등급 하향 ‘칼바람’
이마트 신용등급전망 ‘부정적’ 평가… “이르면 올해 3분기 검토 가능”
롯데쇼핑·홈플러스 신용등급도 한차례 낮아져
공개 2019-09-05 09:30: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2일 08: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대한민국의 소비패턴 변화가 의미 있는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신용평가사는 국내 대형마트 2,3위 업체인 롯데쇼핑(023530)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고,  1위 이마트(139480)의 신용등급 전망에도 ‘부정적’ 꼬리표를 붙였다.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는 이르면 오는 3분기, 통상의 경우 내년 4월 즈음에 이뤄질 전망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8일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이마트 신용등급 전망을 모두 ‘AA+/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말에 1분기 실적을 토대로 선제 조치를 취했고,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월 중순 반기 잠정실적 등을 참조해 아웃룩을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반기 잠정실적과 공시된 반기 확정실적을 토대로 평정을 내렸다.
 
국제 신용평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마트 신용등급을 내렸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마트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지난 5월 이마트 기업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내렸고, 8월에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마트 직원들이 계산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평사 “이마트 신용등급 하락은 구조적 문제”
 
국내외 5개 신용평가사는 이마트 등급전망 변경 핵심 사유로 ‘경쟁심화’와 ‘소비패턴 변화’를 공통 언급한다.
 
신용평가사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와 같은 수익성 재무지표 등을 토대로 신용등급을 평가하며, 부정적 아웃룩이 부여된 기업은 통상 1년 이상 집중 모니터링한다.
 
달리 말하면, 대한민국 소비패턴의 구조적인 변화가 데이터로 도드라지는 시점이 됐으며, 그 단계가 자금조달의 핵심이 되는 신용등급 압박에 영향을 미칠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마트는 국내 대형할인마트 업계 1위로, 시장점유율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의 약 75% 내외가 대형마트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은 점점 뜸해지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라 소비 트렌드가 대량 구매보다는 소량 구매를, 신선식품보다는 즉석식품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판매 및 판매중개가 전체 유통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5.9% 늘어난 37.9%를 기록했다. 반면,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2.3% 감소한 22%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지속 중이다.
 
2018년 유통업태별 매출구성비,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즉석식품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의 가정간편식 시장규모는 지난 2015년 대비 63% 늘어난 2조7421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2022년에는 약 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형마트 시장은 점진적인 역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온라인 유통채널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할 때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가 높은 이마트 영업실적은 중단기적으로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S&P도 “소비패턴 변화로 대형마트 사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향후 1~2년간 이마트 신용지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소비패턴 변화는 이마트 매출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반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한 6조40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2014~2018) 매출액 평균성장률이 약 5% 내외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조5342억원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외려 1221억원 감소했다. 수익성 하락은 더욱 심화됐다. 올해 반기 별도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40억원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65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로 치면 약 1.6%포인트 하락했다.
 
출혈경쟁 중인 온라인 업체에 대해 최저가 정책 등으로 맞서다 보니 원가율이 전년 대비 1.1%포인트 올랐고, 지급수수료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5271억원을 기록해 판관비 비중이 약 2.9% 늘어났다. 이마트 지급수수료 비중은 매출의 8%에 이른다.
 
이마트 별도기준 주요 수익성 지표.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마트 등급 하향, 이르면 3분기 검토 가능”
 
이마트는 현재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트리거로 수익성 지표 혹은 재무안정성 지표를 제시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향 핵심 트리거로 연결기준 EBIT/매출액 2.5% 이하 지속 또는 연결기준 부채비율 125% 이상 중기 지속 전망을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연결기준 EBITDA/매출액 7.5% 이하 또는 조정순차입금/EBITDA 지표 4배 이상을 내세웠고, 한국기업평가는 연결기준 EBITDA/총매출액 6% 미만과 순차입금/EBITDA 3.5배 이상 동시 충족을 언급했다.
 
올해 반기 연결기준 이마트의 EBIT/매출액은 0.5%를, EBITDA/총매출액은 5.4%를 기록했다. 순차입금/EBITDA는 5.7배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제시한 이마트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일부.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다만, 이마트 신용등급 하향은 시장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실적 하락 또는 빅배스 급의 특별한 이슈가 없을 경우 내년 이후에나 본격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하향 트리거 충족 원인의 '추세적' 여부를 집중 모니터링하는 단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운전자본 등의 변동성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부정적 아웃룩 부여 후 최대 2년, 통상 1년가량의 모니터링을 하며 분기 중에는 운전자본 등의 실적 변동성 문제도 있으므로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내년 이후 하향 검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소매유통업 실적은 기후와 같은 외생변수와 직결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온기 실적을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다만 시장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수익성 하락이 올해 3분기부터 나타날 경우 추세적 여부에 따라 보다 빠르게 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최상단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시장에 미칠 여파를 집중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마트 보유 등급보다 높은 단계는 AAA가 유일한데, AAA는 정부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주요 공기업과 시중은행, SK텔레콤(017670), KT(030200), 그리고 현대차(005380)만 보유 중이다. 현대차는 현재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받은 상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상징적 등급인 AAA를 제외하면 이마트의 AA+는 가장 높은 수준의 등급이므로 변동 자체가 시장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만큼 집중 모니터링하겠지만, 시장 전체에 미칠 효과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당장 하향 검토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이마트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일부. 출처/한국기업평가
 
칼바람 맞는 유통업계…롯데쇼핑, 홈플러스도 신용등급 하락
 
한편, 소비패턴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은 이마트 외의 대형할인마트 업체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지난 5월 대형할인마트 업계 2위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했다.
 
신평사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마트 부문 매출 비중은 35% 내외에 이르며, 영업이익은 지난해부터 적자가 지속 중이다.
 
마트 외 매출도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에서 창출되므로 온라인 선호도 증가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 및 소비자 구매 패턴 다변화, 대기업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규제 강화 등 비우호적 영업여건으로 수익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시장점유율 3위 홈플러스도 다르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한 단계 낮췄고, 30일 한국기업평가도 단기신용등급을 A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기존 할인점 집객 능력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전문업체들의 식품 카테고리 강화 등이 할인점 업계 부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