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인 자산 190억 묶인 채 투자비는 두 차례 증액애초 예상과 달리 가동률 감소 흐름 속 증설 명분 '흔들'현금 36억에 200억 차입금 만기 임박…"유동성 위기 아냐"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영진약품(003520)이 2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세파계 항생 주사제 신공장을 준공하고도 2년 가까이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고 설비 안정화가 늦어진 데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P 승인도 아직 받지 못한 탓이다. 공장이 멈춘 사이 수출 물량은 줄고 현금은 36억원까지 감소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말 200억원의 대출 만기도 다가오면서 신공장 정상화가 재무 부담을 덜어낼 변수로 떠올랐다.
영진약품 남양공장 전경. (사진=영진약품)
외산 중고 설비 재조정으로 공장 가동 지연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진약품 남양 공장 세파 항생 주사 제동은 2024년 12월 준공 승인을 받았지만, 1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식약처 GMP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건물이 준공됐음에도 의약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은 아직 얻지 못했다. 의약품 제조 시설은 GMP 적합 판정을 받아야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설비 안정화 작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진약품 측은 <IB토마토>에 "새 기계가 아니라 다른 제약사로부터 매입한 외산 중고 설비여서 회사에 맞게 설비를 재조정하고 해외 기술자를 초청해 업그레이드와 안정화를 진행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지난해 안정화를 마치고 올해 GMP를 신청해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가동이 미뤄지면서 투입된 자금은 여전히 건설 중인 자산으로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진약품의 건설 중인 자산은 190억원이다. 공사 기간 차입금 이자를 자산 원가에 얹는 차입 원가 자본화 금액은 상반기 1억 8064만원으로 전년 동기(10억 2397만원)보다 82.36%(8억 4331만원) 급감했다. 2분기(4~6월)에는 한 푼도 없었다. 앞으로 관련 이자가 비용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투자 규모 또한 기존 계획보다 커졌다. 영진약품은 2022년 9월 설비 노후화 개선과 생산능력(CAPA) 확대를 목적으로 공사에 착수했다. 이후 공사비 증가분을 반영해 지난해 7월과 올해 7월 두 차례 이사회 결의를 거쳐 투자 예산을 늘렸다. 현재 총투자액은 236억 5100만원으로 집행된 금액은 228억 9800만원이다.
회사 측은 두 번째 증액에 대해 "GMP 대응은 이미 마친 상태였고, 정상 가동 이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부품 구매와 추가 보완 차원의 투자"라고 설명했다. 새 설비가 아닌 중고 설비를 들이면서 오히려 안정화 기간이 길어지고, 부품 구매 등 추가 투자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수출 부진에도 "새 공장 물량 확보 완료" 주장
증설 명분 자체는 충분했다. 남양 공장 기존 세파 분말주사제 라인의 가동률은 2024년 188.2%, 지난해 198.6%에 달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800만 바이알인데 지난해 생산실적은 1589만바이알로, 생산능력의 2배 가까이 설비를 돌려야 할 만큼 물량이 몰렸다. 세파계 항생제는 영진약품의 전통적인 주력 품목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크라모넥스·세파클러·세프타지딤 등 항생제 품목의 내수 매출은 18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세파 분말주사제 생산실적은 485만 6000바이알로 가동률은 60.7%다. 연간으로 환산해도 약 121%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80%p 가까이 낮다. 배경에는 수출 부진이 있다. 상반기 해외매출은 68억원으로 전년 동기(126억원) 대비 45.7% 줄었다. 이 가운데 일본 매출은 108억원에서 60억원으로 45% 급감했다. 수탁생산 성격의 가공료 매출도 271억원에서 159억원으로 41.3% 감소했다.
회사 측은 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탁생산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며 "기존 주사제동은 연말까지 2교대로 생산 중이고, GMP 승인이 나면 기존 품목을 신규 동으로 하나씩 옮겨 내년 중 100%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사정도 문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28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6억원으로 반년 만에 87.38%(248억원) 급감했다. 1회 전환사채(CB) 조기상환에 171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영업손실은 33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45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오는 12월2일에는 국민은행 운영자금대출 200억원의 만기도 돌아온다.
이에 대해 영진약품 측은 <IB토마토>에 "공장이 두 곳이어서 담보 여력은 충분하고, 만기 이후 연장할 수도 있다"며 "영업이익이 흑자가 아니어서 운영상 제약은 있지만 자금 여력은 있으며 지난해 11월 발행한 CB로 투자와 연구개발(R&D)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주주
KT&G(033780)의 대여나 증자 등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유동성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